[기고] 과학기술과 평화(2)

박상욱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온라인팀
news@ecoday.kr | 2021-02-18 08:48:54
▲박상욱 교수

[환경데일리 온라인팀]과연 과학기술과 전쟁의 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가? 역설적으로 과학기술과 평화의 관계는 논의된 적이 거의 없다. 평화학의 관점에서 과학기술이 적절히 다루어진 바가 없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를 다음의 몇 가지 이유로 설명한다. 첫째, 그간 과학기술은 전쟁에 봉사한 것으로 치부돼 왔다. 둘째, 평화학 연구자의 주류를 이루는 인문·사회학자들이 과학기술에 대해 상대적으로 무관심했다.

셋째, 과학기술이 인류의 평화 증진에 공헌했다는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다. 그 결과 평화학 차원에서 과학기술에 관한 논의는 아직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필자가 이글을 쓰기 위해 검색해 본 바, 현재 소규모로 이뤄지고 있는 과학과 평화(science and peace)에 대한 학술적인 논의는 평화의 정도와 수준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고자 하는 사회과학의 영역이지, 자연과학이나 공학기술의 차원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평화에 대한 객관적 지표는 분쟁의 빈도나 집단 간 갈등의 강도라고 할 수 있는데, 과학기술은 평화의 독립변수로 다뤄지기에는 여전히 그 영향이 미약한 것으로 판단된다.

비록 학술논문에 요구되는 엄밀한 경험적 증거를 제시할 수는 없지만, 평화학의 논의에 과학기술을 끼워 넣기 위한 서설적(序說的) 시도로서 아래와 같은 네 가지 가설을 제시한다.

첫째는 과학기술의 발전은 이념 갈등 완화, 둘째는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종 갈등 완화이며, 셋째로 과학기술의 발전은 종교 분쟁을 줄였다. 마지막으로 과학기술의 발전은 전면전을 방지한다.

아래에서는 각 가설을 부연 설명한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이념 갈등 완화는 사실 이념의 분화를 잉태한 것은 과학기술이다. 18세기 과학혁명은 근대화를 촉발했고 왕권신수설에 입각한 전제왕정과 봉건사회를 무너뜨렸다. 상업자본의 등장과 때맞춘 기술진보는 산업혁명을 촉발했다.

산업혁명은 생산력의 무게중심을 토지에서 공장으로, 소작농에서 도시의 공장제 노동자로, 이어서 기계로, 그리고 기계에 체화된 기술혁신을, 즉 자본재를 구매하고 부를 재생산할 수 있는 자본으로 옮겼다.

초기 자본주의의 폭주는 필연적으로 노동계급의 탄생과 단결을 초래하였고 공산주의 이념을, 나아가 자본주의 체제에 적응한 사회주의를 탄생시켰다.

거칠게 말하자면, 20세기의 이념 대립은 과학기술 진보의 산물이다. 그러나 인간의 욕구에 더욱 충실하게 응답한 자본주의의 승리가 확고해지면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첨예한 이념 대립은 사실상 종식됐다.

자본주의의 승리는 물질문명의 승리이며 기술혁신의 승리이다. 카를로타 페레즈(Carlota Perez)에 따르면 자본주의 금융자본은 경제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항상 새로 성장시킬 산업부문을 찾으며, 성숙한 산업부문을 떠나 파괴적 혁신을 이끄는 신산업으로 옮아간다.

생산대수 기준으로는 미미함에도 불구하고 도로교통체계의 패러다임 변화를 선도하는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전 세계 나머지 모든 자동차회사의 시가총액의 합을 능가하는 것은 현재 진행 중인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공산주의는 산업, 그리고 기술혁신과 결탁하는 금융자본의 힘을 간과했고 경제적 성과 창출에서 뒤처졌으며 결국 인민의 복리증진에 상대적으로 미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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