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참사 국가책임 첫 인정

고용철 기자

korocamia@hotmail.com | 2024-06-28 17:42:17

세퓨제품 피해자들이 제기한 민사소송
국가와 원고가 각각 제기 상고 모두 기각
환경부 '유독물 해당않냐' 고시 10년 방치
95만명 피해, 대략 2만명 사망한 것 추정
부처간 책임떠넘기기, 진상규명방해 등
환경부, 살균제 참사 막을 골든타임 놓쳐
환경보건시민센터,국가와 기업 책임 필요

[환경데일리 고용철 기자]대법원이 확정 판결한 사건은 'PGH' 살균성분을 사용한 '세퓨' 가습기살균제다. 이 물질의 유해성을 고지받지 못한 채 사용하다가 아이가 사망하고 상해를 입은 두 가족이 국가와 회사를 상대로 배상책임 민사소송을 냈다.

27일 대법원 제1부는 가습기살균제 사건 2024다226887 손해배상(기)에 대해 원고측 피해자와 피고측 국가가 각각 제기한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판결문을 보면, 서울고등법원이 2024년 2월6일 선고한 2016나2086563 원심에 대해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참여한 대법관은 모두 4명으로, 재판장은 김선수 대법관과 노태악 대법관이고, 주심은 오경미 대법관과 서경환 대법관이다.


원고는 세퓨 가습기살균제 제품으로 어린아이를 잃은 유족과 피해자 5명이고, 피고는 대한민국인데 법률상 대표자 박성재 법무부장관이고 소송대리인은 정부법무공단이다.

이에 대해 가습기살균제 사건 초기부터 관여해온 환경보건시민센터 운영위원이자 민변모임 황정화 변호사는 "이번 대법원 판결로 가습기살균제에 대한 국가책임을 인정한 첫 판례가 나왔다. 매우 의미가 크다. 앞으로 여러 분야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관련 국가책임을 묻는 사회적 법적 진상규명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올 2월6일 서울고등법원(성지용 재판장)은 가습기살균제의 하나인 '세퓨' 제품피해 원고 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위자료 청구소송의 항소심에서 '국가는 원고 중 3명에게 300만~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나머지 원고 2명에 대해서는 피해구제법에 따라 위자료에 해당하는 금액을 이미 받았다며 국가 배상 대상에서 제외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국가는 가습기살균제 물질의 유해성 여부에 관해 충분히 검증하고 관리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게을리해 집단적 폐손상이라는 피해를 발생시켰다."고 밝혔다.

 
또 "당시 환경부 장관 등은 가습기살균제 원료인 화학물질이 음식물 포장재 등의 용도로 사용될 것을 전제로, 유해성이 낮고 환경에 마칠 영향이 적어 유독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심사평가했다.

 
그러나 화학물질이 포장재 용도 외에 사용되거나 최종제품에 다량 첨가되는 경우에 관한 심사는 하지 않았다.

특히 "안전성도 검증하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환경부 장관 등은 화학물질이 '유독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고시한 다음 이를 10년 가까이 방치했다."고 했다. 아울러 "이는 현저하게 합리성을 잃어 사회적 타당성이 없거나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해 위법하다고 판단된다."고 국가배상이 필요한 이유를 밝혔다.

1993년 3월 정부의 관보는 PHMG가 '유독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돼 있고, 2003년 6월 관보에는 PGH도 '유해성이 없다'고 고시돼 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첫 번째로 국가의 방조 및 잘못된 관리 부재(부실)로 사태를 키웠다. SK, 옥시RB, 애경, LG, GS, 롯데, 삼성 이마트, 다이소, 헨켈 등 국내외 여러 기업들이 안전확인도 없었다.

독성물질인 PHMG, PGH, CMIT/MIT, BKC 등에 1994년부터 2011년까지 18년간 1000만개의 제품을 판매해 894만명이 제품에 노출됐다. 이로 인해 95만명이 건강피해를 입었고 대략 2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사상 초유의 환경재난으로 기록됐다.

이들 피해자들은 2014년 정부의 1차 피해판정에서 모두 피해자로 인정된 폐손상 1,2단계였다. 세퓨 제품으로 사망한 아이는 2011년 사망당시 10개월 영아였다.

2009년생 아이는 폐손상 1단계와 구제법 판정에서 고도장애를 받을 정도로 폐질환이 심각한 상태로 학교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홈스쿨링을 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2014년에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2016년 11월 1심 판결에서 기업의 배상책임은 인정됐다.

하지만 증거부족을 이유로 국가배상책임은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나 세퓨기업이 파산해 배상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일부 원고들은 이후 항소했고 1심 판결이후 7년 3개월이 2024년 2월6일 국가책임을 일부 인정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그리고 4개월 20일만에 대법원이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항소심판결을 확정했다.

앞으로 재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현재 진행으로 세퓨 사용피해자로서 폐손상 1,2단계를 판정받은 다른 피해자들이 세퓨와 국가 책임을 묻는 항소심이 계류중이다.

옥시, 애경 등 다른 제품 피해자들 300명 이상이 함께 민변을 통해 단체로 똑같이 민사소송 1심 계류중이다.

28일 환경보건시민센터 성명서를 냈다. 최예용 소장은 "이번 대법원 확정 판결을 환영한다."며 "사회적 참사로 가습기살균제는 정부의 책임을 물은 첫 판례"이라고 말했다.

이미 밝혀졌지만 세퓨 제품은 덴마크에서 축산업 살균방역제 용도로 사용됐다 이를 국내 대기업은 PGH제품을 수입해 가습기살균제로 용도변경해 판매했다. 임상실험조차 하지 않았다. 판매된 양만 2008년부터 11년까지 4년여동안 1만7000여개가 판매됐다.

최예용 소장은 "이미 고인이 된 분들이 많지만, 직간접 사인으로 밝혀졌다면 천문학적인 더 많은 최악의 사태로 기록됐을 것"이라고 우리 사회에 유해화학물질 이면이라고 강조했다.

가습기살균제에 사용된 살균물질은 PHMG, CMIT/MIT, PGH, BKC 등이 있다. 2012년 이종현 등 국내 독성학자들이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독성값을 계산해 국제학술지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PGH 독성값이 10,500으로 가장 컸고 PHMG 2,500 이었으며 CMIT/MIT 9.41이었다. 독성값은 1이 넘으면 독성이 있다는 의미인데 PGH는 다른 살균성분에 비해 엄청나게 독성이 강했다.

이 때문에 세퓨 제품은 다른 제품에 비해 판매량이 적은 편인데도 피해자들 중에 어린이와 산모 사망자가 유독 많고 사망률은 제품 중 가장 높다.

세퓨는 플라스틱통 제품과 함께 하나씩 개별 포장된 파우치 제품으로 판매한 유일한 경우로 아무런 제품안전 확인도 하지 않았다.

'유럽에서 온 신개념 가습기살균제', '유럽에서 온 프리미엄 살균솔루션', 'EU승인 안심물질사용', '국제표준 안전성테스트 완료'등의 거짓 광고문구를 아기사진과 게재하고 젊은 부부들을 상대로 주로 인터넷 판매했다.

소비자들을 기만한 항균효과가 있다며 심지어 PGH로 만든 마스크도 판매했다. 독성이 강한 PGH 물질이 호흡기로 바로 들어가는 위험천만한 제품이 아닐 수 없다.

2023년 8월31일까지 정부에 신고돼 피해구제법에 의거 피해자로 인정된 세퓨제품 사용자는 모두 128명이다. 이중 세퓨 제품만 사용한 피해자는 53명, 다른 제품도 같이 사용한 피해자는 75명이다.

PGH라는 살균성분을 사용한 가습기살균제는 세퓨 이외에 '아토오가닉 가습기살균제' 제품도 있는데 피해구제 인정된 사용피해자는 3명이다.

세퓨 제품을 판들어 판 회사의 대표 오유진은 2016년 검찰의 1차수사때 구속됐다. 2018년1월 대법원에서 징역 6년형을 확정받았고 2021년 5월 만기출소한 상태다. 2009년 11월 아토오가닉 측이 정부가 운영하는 국민신문고에 PGH살균제품의 안전관련 광고해도 되는지 물었다. 

공직사회의 아권카르텔의 전형적인 패단을 보여줬다. 당시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는 복지부로, 다시 식약청, 또다시 지식경제부에서 식약청, 최종 유턴해 지식경제부로 5차례 핑퐁치며 책임을 전가했다. 정부(환경부)는 PGH의 유해성을 사전에 확인하지 못한 최대 오류를 범했다. 2011년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터지자 독극물로 지정하는 늑장을 부렸다.

이번 국가책임건으로 산업부와 기술표준원, 공정위, 한국소비자원,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국방부, 과기부, 농식품부, 대통령실(청와대) 등 10여 정부기관이다.


최 소장은 "가습기살균제품 개발 전단계부터 개발단계 및 판매기간과 피해확인과정 이후의 전 과정 곳곳에서 책임이 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유는 살균물질 잘못된 관리체계, KC마크부여, 제품안전관리의 실패, 소비자항의무시, 조기발견실패, 대외발표전 역학조사결과 가해기업에 제공 등이다. 아울러 가해기업 의견 반영, 피해신고회피, 피해대책지연, 부처간 책임떠넘기기, 진상규명방해, 수사지연, 특조위활동방해 등이다.

 2018년 12월~21년 6월까지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는 꾸려졌다. 2022년 9월경 특조위 보고서에서, 환경부가 PHMG와 PGH와 같은 살균제 살균물질의 안전관리와 관련 초기에는 독성자료제출을 모두 의무화했다가 고분자화합물은 독성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이유로 독성자료제출을 면제 조치를 취했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 등은 같은 독성물질인 PHMG나 PGH와 같이 양이온성 경우는 인체 세포막을 침투해 독성을 일으킨다고 독성자료 면제대상에서 제외했다.

환경부는 이러한 조치하지 않아 골든타임을 놓쳤다. 특조위 보고서는 당시 미국 등의 통상압력이 개입된 것으로 관계자 진술까지 받아냈다. 보고서가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됐고 2심 판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덴마크는 축산업에서 살균제로 사용한 PGH를 한국의 세퓨(당시 버터플라이이팩스)가 덴마크기업 케톡스로 부터   PGH를 수입해 생활화학제품으로 사용했다. 사용한 소비자들이 사망하고 심각한 폐질환 발병한 사실을 WHO를 통해 알았다. 덴마크 정부는 자국의 관련 두 업체에게 PGH 생산 금지와 PHMG도 사용하지 말도록 했다. 제품회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기업을 고발과 벌금을 물렸다. 자국에서 유사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예방조처였다.

결국 2014년 케톡스는 폐업했다. 이러한 내용은 환경보건시민센터는 피해자와 함께 2016년 5월 덴마크의 환경청과 케톡스 전 대표를 방문 확인했다. PGH를 수입해 수십명의 소비자를 죽고 다치게 한 한국은 정부가 PGH를 뒤늦게 위험물질로 지정하는 조치만 했을 뿐이고 피해소비자에 대한 아무런 배상과 책임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번 국가배상 선고를 받은 피해자 부친은 "2010년말 우리가 구입해서 사용한 세퓨제품은 PGH뿐 아니라 SK가 만든 PHMG도 같이 사용된 것으로 사회적참사특조위가 확인했다."라며 "앞으로 SK에도 책임을 묻는 민형사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최예용 소장은 "이번 판결은 가해기업 유죄판결에 이어 처음으로 국가배상책임을 물은 것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다만 배상대상을 일부 피해자로 한정했고 배상액 한계가 문제"라고 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은 가해기업으로부터 걷은 구제기금에서 병원비와 장례비 등 최소한의 긴급구제 경비만을 지급한 것으로 위자료가 포함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피해구제법의 지원을 받았다는 이유로 영아사망 피해사례를 국가배상 위자료 지급대상에서 제외하고 위자료 국가배상금액을 소액으로 한정한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최 소장은 "참사의 중심는 국가로부터, 혜택을 받아와 이익을 위해 영업했던 해당 기업이 있는 만큼 법적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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