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나리아 식물학의 거성’ 볼프레도 빌드프레트 교수 별세… 향년 92세
고용철 기자
korocamia@naver.com | 2026-03-18 02:4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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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7일, 라 라구나 대학교(ULL)는 본교 명예교수이자 ‘카나리아 연구 및 혁신상’ 수상자인 볼프레도 빌드프레트 박사가 서거했음을 공식 발표했다. 반세기 넘게 카나리아 제도의 고유 식물상을 연구하며 스페인 과학계에 지대한 공헌을 세운 그의 별세 소식에 학계와 환경 보호 단체들의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학문적 뿌리와 초기 생애
1933년 테네리페 섬의 산타크루즈에서 태어난 빌드프레트 교수는 마드리드 컴플루텐세 대학교에서 약학 학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당시 그는 최우수 성적(Summa Cum Laude)으로 박사 학위를 받으며 일찍이 학문적 두각을 나타냈고, 졸업과 동시에 학부 우수상을 거머쥐며 촉망받는 신진 학자로 주목받았다.
1960년 고향인 테네리페로 돌아온 그는 라 라구나 대학교 과학대학 내에 생물과학과를 창설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이는 카나리아 제도 내에서 식물사회학(Phytosociology) 연구가 본격화되는 시발점이 되었으며, 이후 수많은 후학 양성을 통해 섬의 식물 생태를 체계적으로 정립하는 기반이 되었다.
반세기에 걸친 연구 성과와 교육적 헌신
빌드프레트 교수의 경력은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라 라구나 대학교에 뿌리를 두었다. 2003년 정년퇴임 후 명예교수로 추대되기 전까지, 그는 카나리아 제도의 식물 분류 및 생태 구조에 관한 50개 이상의 연구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방대한 저술 활동: 전문 학술지에 200편 이상의 논문을 게재하며 카나리아 식물 연구의 표준을 제시했다.
후학 양성: 20여 편의 박사 학위 논문과 40여 편의 석사 논문을 지도하며, 오늘날 카나리아 제도의 자연 과학을 이끄는 핵심 인재들을 길러냈다.
국제적 명성: 그의 학문적 성취는 국경을 넘어 인정받았다. 독일 하노버 라이프니츠 대학교에서 명예 자연과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2018년에는 독일 지식물학 협회로부터 권위 있는 ‘라인홀트 튀센(Reinhold Tüxen) 상’을 수상하며 국제적 권위를 공고히 했다.
'섬의 수호자'로서의 실천적 삶
그는 상아탑에만 머무는 학자가 아니었다. 빌드프레트 교수는 카나리아 제도의 독특한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행동주의자로서의 면모도 뚜렷했다.
그는 카나리아 제도의 대표적인 환경 단체인 ‘테네리페 자연의 친구 협회(ATAN)’의 창립 멤버이자 초대 회장을 역임했다. 또한, 1983년부터는 스페인에서 가장 높은 산이자 국립공원인 ‘테이데 국립공원(Parque Nacional del Teide)’의 이사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공원의 관리 및 보전 전략 수립에 크게 기여했다.
뿐만 아니라 세사르 만리케 재단(Fundación César Manrique), 카나리아 박물관, 산타크루즈 데 테네리페 의학 한림원 등 수많은 과학 및 문화 기관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카나리아 제도의 정체성을 수호하는 데 앞장섰다.
영원히 남을 녹색의 유산
라 라구나 대학교 측은 성명을 통해 “빌드프레트 교수는 단순히 한 명의 식물학자가 아니라, 카나리아 제도의 자연유산 그 자체를 상징하는 인물이었다”고 평했다. 2011년 카나리아 정부로부터 수여받은 ‘연구 및 혁신상’은 그가 일평생 바친 헌신에 대한 작은 보답에 불과했다는 것이 주변의 평가다.
그의 타계로 스페인 식물학계는 큰 스승을 잃었으나, 그가 남긴 200여 편의 논문과 수천 명의 제자, 그리고 그가 지켜낸 카나리아의 푸른 숲은 앞으로도 지속될 생태 보전 연구의 영원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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