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거대 사마귀의 습격… 유럽 생태계 '비상'

고용철 기자

korocamia@naver.com | 2026-03-09 05:26:12

스페인 등 남유럽 전역으로 확산 중인 '히에로둘라(Hierodula)' 속 사마귀 포식성 강해 조류까지 사냥… 기후 변화와 글로벌 교역이 확산 부추겨


(C) ecoticias.com


최근 스페인을 포함한 남유럽 일대에 아시아 원산의 거대 사마귀 종이 급격히 확산하면서 현지 생태계에 적색등이 켜졌다. 단순한 외래종의 유입을 넘어, 토착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뒤흔들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학술지 '직시류 연구 저널(Journal of Orthoptera Research)'에 발표된 연구 보고서 "나를 침입종이라 불러다오: 외래 사마귀 Hierodula patellifera와 H. tenuidentata가 유럽 생물 다양성에 미치는 첫 영향 분석"에 따르면, 아시아 대륙에 서식하던 거대 사마귀 두 종이 유럽 대륙에 완전히 정착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조류'까지 사냥하는 압도적 포식성
이번에 문제가 된 종은 '히에로둘라 테누이덴타타(Hierodula tenuidentata)'와 '히에로둘라 파텔리페라(Hierodula patellifera)'이다. 이들은 유럽 토착 사마귀보다 체구가 훨씬 커 성체의 경우 몸길이가 10cm에 육박한다. 특히 나무와 관목 위에서 주로 생활하는 이들은 강력한 앞다리를 이용해 먹잇감을 낚아채는 효율적인 사냥꾼이다.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이들의 광범위한 식성이다. 벌이나 나비 같은 화분 매개 곤충은 물론이고, 도마뱀, 청개구리 등 소형 척추동물까지 무차별적으로 포식한다. 심지어 체구가 작은 조류까지 사냥하는 사례가 보고되면서 생물 다양성 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탁월한 번식력과 생존 전략
아시아 거대 사마귀가 단기간에 유럽을 점령할 수 있었던 비결은 압도적인 번식력에 있다. 이들의 알집(Ootheca) 하나에서는 약 200마리의 새끼가 부화하는데, 이는 유럽 토착 사마귀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또한, 어린 유충 단계에서 서로를 잡아먹는 '동족 포식' 비율이 낮아 생존율이 극도로 높다는 점도 개체 수 급증의 원인으로 꼽힌다.

기후 변화와 도시 열섬 현상의 합작품
이들이 흑해 연안에서 시작해 지중해를 거쳐 스페인 내륙까지 진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인위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국제 교역을 통한 화물 운송 과정에서 알집이 묻어 들어온 후, 기후 변화로 인해 따뜻해진 겨울 기온이 이들의 생존을 도왔다.

특히 도시의 '열섬 현상'은 이들에게 최적의 서식지를 제공한다. 도시의 건물 외벽, 가로등, 정원 등은 겨울철에도 비교적 따뜻한 온도를 유지하며, 이는 사마귀들이 추운 계절을 버티고 번성하는 거점이 되고 있다.

토착종의 위기: "교미 시도 중 잡아먹혀"
외래 사마귀의 확산은 토착 사마귀 종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토착종 수컷 사마귀들이 외래종 암컷을 동족으로 착각해 교미를 시도하다가 몸집이 큰 암컷에게 잡아먹히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토착종의 개체 수 감소를 가속화하는 '생태적 함정'으로 작용하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거대 사마귀의 유일한 천적 중 하나가 길고양이로 밝혀졌다는 점이다. 연구에 따르면 외래 사마귀 포식 사례의 절반가량이 고양이에 의한 것이었다. 하지만 고양이는 외래종과 토착종을 구분하지 않고 사냥하기 때문에 이를 해결책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시민 과학의 역할 강조
전문가들은 시민들의 적극적인 제보를 당부하고 있다. 공원이나 정원에서 유난히 큰 사마귀를 발견할 경우, 사진을 찍어 관련 단체나 박물관에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확산 지도를 작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다만, 겨울철 나무에 붙어 있는 알집을 무분별하게 제거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토착 사마귀의 알집과 외래종의 알집이 유사하게 생겼기 때문에, 자칫 토착종의 번식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알집 제거 전 반드시 전문가의 자문을 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유럽 생태학자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곤충의 유입이 아닌, 글로벌 교역과 기후 변화가 빚어낸 생태계의 경고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조용한 침입자, 아시아 거대 사마귀의 행보에 유럽 전역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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