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울린 경고음, "물밑의 침묵하는 멸종을 찾아라"
고용철 기자
korocamia@naver.com | 2026-03-09 05:2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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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식탁과 여가, 그리고 지구 생태계의 혈관인 강과 호수가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 최근 메인 대학교(University of Maine)의 크리스티나 A. 머피(Christina A. Murphy) 박사팀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담수어 종의 약 3분의 1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으며, 특히 그중 상당수는 현재 '안전'하다고 분류된 종들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지난 5년간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와 인공지능(AI)의 만남에 있다. 연구팀은 10,631종의 담수어를 대상으로 52개의 복합 변수를 분석하여,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멸종의 전조'를 포착해냈다.
‘사후 처방’에서 ‘예방 의학’으로의 전환
기존의 생태 보존 방식은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든 종을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하고 보호하는 ‘사후 대응’ 방식이었다. 그러나 머피 박사의 AI 모델은 발상을 전환했다. 무엇이 종을 위협하는가가 아니라, "어떤 조건이 종을 안전하게 만드는가"를 학습시킨 것이다.
공동 저자인 J. 안드레스 올리보스(J. Andres Olivos) 오리건 주립대 연구원은 이를 건강검진에 비유했다. "건강의 신호는 명확하지만, 질병으로 가는 길은 수만 가지다. 우리는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메커니즘을 파악함으로써, 질병(멸종)이 발생하기 전에 개입할 수 있는 지도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이 모델은 약 88%의 높은 정확도로 특정 종의 생존 가능성을 예측한다. 특히 현재 '관심 대상(Least Concern)'으로 분류되어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종들 중, 환경 변화로 인해 조만간 급격한 몰락을 겪게 될 종들을 골라내는 데 탁월한 성능을 보였다.
"생물학적 특성보다 '어디에 사는가'가 운명을 결정"
연구 결과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물고기 자체의 생물학적 강인함보다 그들이 처한 ‘서식 환경’이 생존에 더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AI 분석에 따르면, 유량이 안정적이고 보(dam)나 댐에 의해 단절되지 않은 강, 그리고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오염물질 배출이 적은 지역에 사는 종일수록 멸종 위기에서 멀어졌다. 반면, 하천의 파편화와 서식지 상실은 해당 종이 아무리 번식력이 뛰어나더라도 멸종의 길로 밀어넣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
이반 아리스멘디(Ivan Arismendi) 교수는 "우리는 너무 자주 '이미 늦었을 때' 보호를 시작한다"며, "이번 AI 모델은 자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어떤 하천 구간을 우선적으로 복원하고 보호해야 하는지에 대한 전략적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담수 생태계를 넘어선 AI 보존의 확장성
이번 연구는 단순한 어류 보존을 넘어선다. 연구진은 동일한 AI 모델을 조류나 수목 등 다른 생물군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 지구적인 기후 위기와 개발 압력 속에서, 인간의 관찰 능력을 초월한 AI의 분석력이 생물 다양성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연구 보고서인 '환경, 분류학 및 사회경제학적 요인을 통한 담수어의 비위험 상태 예측(Environment, taxonomy, and socioeconomics predict non-imperilment in freshwater fishes)'은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되었다.
이제 공은 각국 정부와 환경 정책 입안자들에게 넘어갔다. 일요일 아침 낚싯대에 걸리는 물고기가 사라지고, 식당 메뉴판에서 민물고기 요리가 자취를 감추기 전에 AI가 경고한 '비밀 리스트'에 주목해야 할 때다.
[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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