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디브, ‘디젤과의 이별’ 선언… 2026년 세계 최초 ‘날아다니는 전기 페리’ 도입
고용철 기자
korocamia@naver.com | 2026-03-09 05:35:23
- 에너지 소모 80% 절감, 소음과 파도 획기적 감소로 산호초 보호
- ‘탄소 중립’ 실현을 향한 몰디브의 친환경 교통 혁명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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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휴양지이자 기후 위기의 최전선에 서 있는 나라, 몰디브가 해상 교통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꾼다. 오는 2026년부터 몰디브의 푸른 바다 위를 소음 없이 가로지르는 수중익(Hydrofoil) 전기 페리가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전기 수중익선, 바다 위의 ‘양탄자’가 되다
최근 몰디브의 현지 해상 운송업체 ‘에고 셔틀(Ego Shuttle)’은 스웨덴의 전기 배 전문 제조사인 ‘칸델라(Candela)’와 P-12 모델 10척의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도입되는 P-12는 단순한 전기 배를 넘어, 컴퓨터로 제어되는 수중익을 통해 선체를 수면 위로 약 1.5m 들어 올려 항해하는 첨단 기술의 집약체다.
이 선박은 약 30명의 승객을 태우고 25노트(약 시속 46km)의 속도로 운항하며, 1회 충전 시 약 40해리(약 74km)를 이동할 수 있다. 이는 말레 국제공항에서 주변 주요 아톨(Atoll, 환초)과 리조트를 연결하는 데 충분한 거리다.
가장 혁신적인 점은 효율성이다. 선체를 물 위로 띄워 마찰 저항을 극도로 줄임으로써, 기존 고속 디젤 페리 대비 에너지 소비량을 약 80% 절감했다. 칸델라 측은 "P-12는 기존 내연기관 보트가 1마일당 약 5리터의 연료를 쏟아붓는 비효율성을 완전히 해결했다"고 밝혔다.
관광 경험의 격상: 소음과 멀미 없는 여행
현재 몰디브를 찾는 관광객들은 공항 도착 직후 강력한 디젤 엔진 소음과 매캐한 기름 냄새, 그리고 파도에 따라 심하게 흔들리는 보트를 타고 리조트로 이동해야 한다. 하지만 2026년부터는 이 풍경이 완전히 달라질 전망이다.
P-12는 수면 위를 날아오르듯 이동하기 때문에 파도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승객들은 배 특유의 롤링과 피칭에 따른 멀미에서 해방되며, 마치 비행기 조용한 객실에 앉아 있는 듯한 안락함을 느끼게 된다. 또한 엔진 소음이 거의 없어 이동 중에도 동행과 편안한 대화가 가능해진다.
해양 생태계와 산호초를 위한 ‘조용한 구원자’
이번 전기 페리 도입은 단순한 편의성 개선을 넘어 해양 생태계 보존이라는 절박한 과제와 맞닿아 있다. 기존의 강력한 엔진을 장착한 고속정들은 항해 시 큰 파도(Wake)를 발생시키는데, 이 파도는 해안선을 침식시키고 산호초에 물리적 충격을 주어 파괴하는 원인이 되어왔다.
반면, P-12가 발생시키는 파도의 높이는 10cm 미만에 불과하다. 이는 해안 침식을 막고 연약한 산호 생태계를 보호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또한 수중 소음 공해를 최소화함으로써 소음의 영향을 크게 받는 해양 생물들의 번식과 이동 경로를 보장할 수 있게 되었다.
몰디브의 국가적 생존 전략, ‘탄소 중립 2030’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국가 소멸 위기에 처한 몰디브는 203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우고 있다. 현재 몰디브 전력 체계는 여전히 디젤 발전기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지만, 최근 100여 개 이상의 섬에 태양광 발전 시설이 확충되면서 재생 에너지 비중이 급격히 늘고 있다.
스웨덴 왕립 공과대학교(KTH)의 연구에 따르면, 전기 수중익선은 생애 주기 동안 기존 디젤 선박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대 97.5%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일부 화석 연료가 사용되더라도, 선박 자체의 압도적인 에너지 효율 덕분에 승객 1인당 탄소 배출량은 획기적으로 낮아지게 된다.
글로벌 해상 교통의 미래 모델 제시
에고 셔틀의 CEO 샤비르 왈지(Shabir Walji)는 "P-12는 몰디브와 같이 취약한 환경에서 화석 연료 보트를 대체할 수 있는 충분한 속도와 주행 거리를 갖춘 유일한 대안"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몰디브의 이번 시도는 세계의 다른 해안 도시와 관광지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스톡홀름에서 대중교통으로서의 성능을 입증한 칸델라의 기술이 몰디브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카리브해, 지중해, 그리고 한국의 다도해와 같은 지역에서도 친환경 해상 교통의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2026년, 몰디브의 하늘 위를 날아오를 전기 페리는 기술과 자연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이제 몰디브는 ‘가장 먼저 사라질 섬’이 아닌, ‘가장 먼저 미래에 도착한 섬’으로 기억되기를 꿈꾸고 있다.
[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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