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의 ‘하얀 석유’ 리튬: 장밋빛 경제 전망 뒤에 가려진 살라르(Salar)의 비명

고용철 기자

korocamia@naver.com | 2026-03-14 08:28:35

생산성 향상에 투입되는 막대한 자본, 환경 보호 예산은 그에 턱없이 부족 생태계 보전과 산업 발전 사이의 극심한 불균형… 지속 가능한 개발 시험대 올라


(C) El Pais


전 세계 에너지 전환의 핵심 동력인 리튬을 둘러싸고 칠레의 행보가 가속화되고 있다. 칠레 정부는 리튬을 국가 전략의 중심축으로 삼아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패권을 쥐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으나, 그 이면에는 취약한 안데스 생태계 파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2026년 현재, 칠레의 리튬 산업 투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경제적 이익을 위한 생산 투자와 환경 보존을 위한 투입 예산 사이의 괴리가 위험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칠레는 약 930만 톤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리튬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2023년 발표된 '국가 리튬 전략(ENL)'에 따라 칠레 생산진흥공사(CORFO)는 SQM, 앨버말(Albemarle) 등 주요 생산 기업들과의 계약을 통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산업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현재 리튬 산업의 기술 개발 및 생산성 향상을 위해 확정된 공공 투자액만 1억 6,600만 달러(한화 약 2,200억 원)를 상회한다. 특히 안토파가스타에 설립된 ‘청정기술연구소(ITL)’는 향후 10년간 총 2억 4,200만 달러의 예산을 바탕으로 전동화(Electromobility), 고성능 배터리 소재,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및 순환 경제 모델 구축에 매진하고 있다. 여기에 배터리 재활용 및 전기차 기술 관련 프로젝트에도 추가로 약 2,300만 달러가 투입되며 ‘리튬 밸류체인’ 구축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반면, 리튬 채굴의 무대가 되는 살라르(Salar, 소금호수)의 생태계 보호를 위한 예산 책정은 초라한 수준이다. 칠레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국가 리튬 전략 수립 이후 환경 보존 이니셔티브에 할당된 예산은 약 47만 달러(한화 약 6억 원)에 불과하다. 이는 산업 생산 투자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해당 예산은 주로 26개의 소금호수와 고산 석호를 묶어 관리하는 ‘보호 살라르 네트워크’ 구축에 사용되었으나, 광범위한 채굴 현장의 환경 감시와 복원 사업을 수행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2026년 들어 아타카마와 안토파가스타 지역에 새로운 보호구역이 지정되긴 했으나, 실질적인 관리 비용이 뒷받침되지 않는 ‘이름뿐인 보호구역’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학술 연구 분야에서도 불균형은 뚜렷하다. 국가연구개발청(ANID)이 2024년 리튬 관련 과학 프로젝트에 배정한 660만 달러 중 절반 이상은 채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 및 지질학 연구에 집중되었다. 반면 생물 다양성과 생태계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연구에는 약 200만 달러만이 배정되었으며, 원주민 공동체와의 상생 및 거버넌스를 연구하는 사회과학 분야는 100만 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C) ecoticias.com


현장 전문가들은 "환경 및 사회적 영향에 대한 연구 예산 1원이 책정될 때, 생산성과 기술 연구에는 30원 이상이 쓰이고 있다"며 자원 채굴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안데스 고원의 살라르는 단순한 광산이 아니다. 이곳은 극한의 환경에서도 살아남은 고유 미생물들의 보고이자, 세계적인 희귀종인 안데스 플라밍고, 제임스 플라밍고, 칠레 플라밍고의 핵심 서식지다. 이 세 종 모두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 목록에 등재된 멸종 위기종들이다.

리튬 추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양의 염수(Saltwater) 증발은 살라르의 수문학적 균형을 무너뜨린다. 지하수 수위가 낮아지면 주변 습지가 마르고, 이는 곧 먹이사슬의 붕괴와 지역 공동체의 용수 부족으로 이어진다.

칠레 정부는 경제 성장과 환경 보호의 균형을 강조하고 있으나, 수치로 나타난 투자 비중은 명백히 '성장'에 치우쳐 있다. 진정한 의미의 녹색 에너지 전환은 그 원료가 되는 자원을 채굴하는 과정 또한 친환경적이어야 완성된다.

칠레가 전 세계 리튬 공급망의 리더로서 도덕적 권위를 얻기 위해서는, 살라르의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고 지역 공동체와 공존할 수 있는 실질적인 환경 예산 확충이 시급하다. ‘하얀 석유’의 축복이 안데스의 재앙이 되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산업 투자와 환경 보전 사이의 균형추를 바로잡아야 할 시점이다.

[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 환경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