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위해 희생한 수 많은 동물들 고마워 해야"
김영민 기자
sskyman77@naver.com | 2023-02-04 11:27:30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 러쉬코리아 추진
동물대체시험법 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운동
동물복지국회포럼 박홍근, 이헌승, 한정애 주축
매년 동물실험 희생 폭증, 동물복지차원 접근
[환경데일리 김영민 기자]"랄프를 구해줘(Save Ralph)!!"
올해는 토끼해다. 화장품 실험실에서 테스터로 일하는 토끼, '랄프'가 있다. 랄프는 여성용 화장품 연구과정에서 인체실험용 대신 투입하고 바르기를 반복해야 한다. 토끼의 얼굴은 망신창이가 돼 결국 죽는다.
물론 지금도 고통받고 있는 수많은 '랄프'들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지난해 기준으로 연간 동물실험용으로 죽거나 고통받은 숫자만 500만 마리가 넘는다. 실험건수로는 500만 건에 달한다. 실험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동물을 보면 토끼뿐만 아니다. 포유류는 개(비글 등), 마우스, 래트, 헴스터, 모르모트, 고양이, 돼지, 소, 원숭이, 우스척 등이다. 조류는 메추라기 등이 대상이다.
농식품부가 지난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실험에 가장 많이 동원된 종은 설치류가 360만 마리, 어류 100만 마리), 조류 33만 마리, 포유류 7만 마리, 토끼 3만 마리, 원숭이 5000마리, 양서류와 파충류 3000마리를 훌쩍 넘겼다.
농식품부는 국민 70.9%가 '동물실험을 대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동의하는 와중에도, 한국의 실험동물 수는 매해 급증해 2020년에 42%가 극심한 고통을 유발하는 E 등급 실험에 희생됐다. 이들 동물실험용은 감금 시설에서 정신병적 증세를 보이다, 면역력 약화 등으로 사망하는 동물들은 대다수다.
과거 일제강점기때에 독립투사들에게나 군사독재시절에 자행했던 만행처럼 고문하는 것과 똑같이 실험용으로 쓰이는 동물들은 강제로 세균 바이러스나 미생물을 주입하거나, 귀 속과 장기 속에, 입과 눈안, 혈관에 약물을 투입한다. 털을 뽑고 피부를 강제로 벗겨내서 실험 약물을 바르거나 투입하고, 유전자 변형의 실험이 여과없이 실행한다.
학교도 예외가 아니다. 심지어 초중고교와 대학교 의과대, 연구소, 정부기관 등에서 관련 실험과 해부용으로 쓰임이 줄지 않고 있다. 이미 러시아, 중국 등은 군사무기 생화학 실험용으로도 쓸 정도로 무차별적으로 투입되고 있다.
현행 동물보호법 제3조는 동물 보호의 기본 원칙 5가지를 준수해야 한다고 명기돼있다.
먼저 동물이 본래의 습성과 신체의 원형을 유지하면서 정상적으로 살 수 있도록 할 것을 담고 있지만, 동물실험용은 열외다. 또 동물이 갈증 및 굶주림을 겪거나 영양 결핍되지 아니해야 한다고 표기돼 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동물이 정상적인 행동을 표현할 수 있고 불편함을 겪지 않게 해야한다고 하지만 동물실험을 하는 대부분의 기관, 의약 제약, 화장품, 화학 민간기업은 외면하고 있다.
동물보호법은 아울러 고통, 상해와 질병으로부터 자유롭게 하고 동물이 공포와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해야 한다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2021년부터 정부는 동물실험윤리위원회(IACUC) 기능을 강화했다. 개정안을 보면, 일정 기준 이상의 실험동물을 보유한 동물실험시행기관장은 실험동물의 건강 및 복지증진을 위한 전임수의사 의무화하고. 최초 심의 받은 실험동물의 증가 등 중요한 사항에 대한 위원회의 변경심의를 받고, 심의를 받지 않은 동물실험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 즉시 중지 요구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당시 대표 발의한 한정애 의원은 '실험동물공급자가 아닌 자로부터 공급받은 동물 대상으로 동물실험을 금지하는 법안'은 개정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2019년, 동물해방물결은 경북대 수의대 교수가 개 시장에서 개를 사와 산과실험에 동원하고 죽음에 이르게 한 사례가 있었다고 고발했다. 위 법안이 반영되지 않는 헛점도 있었다. 우리나라 달리 40여 개 국가에서 빠르게 동물실험을 금지하고 있다.
2023년 1월의 마지막날 31일, 국회의원회관 로비에서 '동물대체시험법 제정안 통과를 위한 6만 서명 전달식'에 함께했다.
이번 행사는 한국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과 러쉬코리아가 2021년 8월부터 '동물대체시험법 제정안 통과'를 위한 서명 캠페인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6만 6000여명의 시민들이 동참했다. 서명 참여는 박홍근, 이헌승, 한정애 국회의원이 공동대표로 있는 동물복지국회포럼에서 주최했다.
앞서 두 의원을 비롯해 보건복지위 소속 박홍근, 이헌승, 김기현, 문정복, 심상정, 이개호, 천준호, 한준호, 황운하, 윤미향, 고민정, 김한정, 민홍철, 서영석, 양정숙, 오영환, 우상호, 이동주, 이용우, 이주환, 이명수, 이해식, 홍석준 의원이 발의한 '동물대체시험법 개발·보급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안'을 환경부와 식품의약안전처에 전달했다.
지난해 12월, '동물대체시험법 개발·보급 및 이용 활성화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한정애 의원은 "국회에서 법을 심사하다보면, 종종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을 느낀다."며 "많은 국민이 희망하는 '동물대체시험법 제정'이 바로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 중 하나"라고 말했다.
동물대체시험법은 실제 동물실험을 대체하기 위해 사람 유사체 모델, 장기칩, 오가노이드(Organoid), 3D 프린팅을 통한 세포조직재건 기술과 AI 컴퓨터 모델링, 빅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평가 및 예측 모델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연구가 전세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동물실험은 의약품, 화장품, 건강기능보조식품 등 다양한 곳에서 실험용으로 쓰이다가 죽거나 폐기처분하는 경우가 현실이다.
국내 경우 동물대체실험을 하지 않았던 것은 기술적인 부족이 아닌 일종의 불안감 때문에 멈추지 않았다.
남인순 의원은 "기존의 것을 바꾸려 하지 않는 것은 두려움과 보건복지부, 식약처, 환경부, 과기부, 복지부 등의 부처간 이해관계충돌과 관련자들끼리 높게 쌓아 둔 벽을 쳐져 있기 때문"이라며 "부처에서 동물대체시험과 관련해 기준을 세우고 제도화를 하지 않으면 결국 관련 기술들까지도 사장되고 선진국에 밀리거나 관련 핵심기술을 뺏기게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정애 의원은 "국회는 준비가 돼 있고, 부처는 조금 더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하고 올 상반기가 지나기 전에 제정안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법안을 근거로 국회는 부처간 유기적인 협력체계 구축, 동물대체시험법 연구개발 등 지원, 한국동물대체시험법검증센터 설립을 추진할 방침이다.
박홍근 의원은 "6만 명 이상의 서명한 국민의 힘을 받아서 국회에서 반드시 관련 법안이 통과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서명에 동참한 윤미향 의원은 "시민들이 동참한 이번 서명은 헛되지 않도록 힘을 모아서, 더 이상 동물들이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법 시행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명 전달식에는 오재호 식약안전평가원 부장, 신선경 국립환경과학원 연구부장, 이태호 과학기술부 사무관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오재호 독성평가연구부장은 "동물대체시험의 중요성이 큰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 협력하겠다."고, 신선경 국립환경과학원 연구부장 역시 "이제는 동물실험에 대한 인식이 변화할 때라며 환경부도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아이오텍 회사 경우 국내에 처음으로 실험동물시설이 도입된 대표적인 회사다. 회사측은 20여년 넘게 현장에서 발생된 문제점들을 개선해왔고 많은 청정동물시설 구축 등 기술축적이 돼 가급적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도록 노력중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동물실험, 무엇이 문제일까?' 책을 펴낸 전채은, 한진수 저자는 국내 동물실험 문제점과 반윤리적으로 동물 대하는 인간의 이기적이고 폭력성을 고발했다.
수의사이자 해수부 해양동물보호위원인 전채은 건국대 교수는 "반려동물 1500만 시대에 우리나라 인구 30%가 반려동물과 공동 생활하고 있는 가운데. 동물 복지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건 인류애와 밀착돼 있다."며 "인간 생명만 소중하는 풍토를 떠나서 다양한 동식물에 대한 눈높이를 높일 수 있도록 하는 변화가 절실하다."고 출간 배경을 설명했다.
매년 4월 24일은 실험동물의 날이다. 동물 실험 금지와 대체시험법 마련하자는 취지지만 여전히 민간 차원에서 기념할 뿐이다. 동물해방물결측에 따르면 최근에 크루얼티 프리와 비거니즘을 지향하고 실천하는 기업과 브랜드들도 많아지고 있는 건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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