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식목일, 소나무재선충병 못막아
김영민 기자
sskyman77@naver.com | 2024-04-05 12:53:20
산림청 조차 역부족, 막을 수 없는 상황
지역 현장, 급속히 번지는 '붉은 소나무'
재선충병 방재 특별법 폐지해야 주장도
독성물질 살포, 감병병까지 주변숲 황폐
포항 경주 밀양 대구 등 11개 시군 확대
방제 역부족 무기력감 팽배, 포기 상황
붉게 갈변, 방제 못 해 6개월 이상 방치
11개 극심 지역 정치권 재선충 '무관심'
[환경데일리 김영민 기자]올해 79돌 맞은 식목일을 부끄럽게 했다. 전국 녹화 조림 사업이 무색할 정도로 소나무재선충병이 쓰나미처럼 쓸고 가고 있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영남지역의 푸른 소나무가 아닌 붉은 소나무로 죽어가고 있다고 공개했다.
녹색연합측은 극심 지역의 감염 확산세는 방제가 불가능한 상황까지 치닫고 있다며 황폐화 범위는 영남지역 경우 포항시·경주시·울산시·밀양시·김해시· 대구시·성주군·고령군·칠곡군·구미시·안동시 등 11개 시군이라고 밝혔다.
심각한 상황으로 접어들었고 포항·밀양·경주 등은 방제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3월 25일 기준 포항 경주 밀양 대구 안동 성주 고령 등은 소나무재선충의 확산을 막을 수 없는 지경까지 왔다.
정부가 지정 고시한 소나무재선충병 특별방제구역인 포항·밀양·고령·성주·안동, 대구 달서군 이외에 울산·김해·칠곡·구미 등도 올 하반기에 특별방제구역의 극심 상황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울산 김해 등 4개 시군도 현장의 상황은 방제가 역부족인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다.
문제인식은 예전과 사뭇 다르는 점이다.
2024년 봄 소나무재선충병 감염의 확산 속도다. 소나무재선충병은 1988년 부산에 유입됐다. 1차 확산인 2006년~07년과 2차 확산이었던 2014년~15년에 정부·지자체·전문가·지역사회가 협력해 노력하면 완화하거나 저감할 수 있다는 의지와 가능성이 있었다.
영남권의 11개 시군은 소나무재선충병 감염을 막을 수 없을 정도로 퍼져 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더 이상 소나무재선충 확산의 기세를 꺾거나 확산을 차단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번 보고는 2015년과 22년과는 또 다른 차원이다. 영남지방의 11개 시군의 극심 지역은 소나무재선충병이 막을 수 없는 기세로 퍼져가고, 일선 방제 당국은 무기력감 속에 패닉에 빠졌다고 전했다. 이같은 배경을 놓고 방제약에 대한 내성이 생겼고 약재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했다.
소나무재선충병이 경북의 동해안 벨트와 낙동강 벨트를 따라 확산하고 있다. 포항 남구부터 동해면, 호미곶면, 구룡포읍, 장기면, 경주 감포읍까지 경북 동해안을 따라서 거대한 감염 벨트를 형성하고 있다. 마치 폭탄이 떨어진 꼴이다.
31번 국도를 따라 포항부터 경주까지 동해안의 산지 곳곳 마을과 관광시설, 근린시설 주변까지 감염 지대가 나타나고 있다. 포항, 경주의 동해안 감염 벨트는 약 2만5000ha 면적에 걸쳐서 퍼져 있다.
동해안 재선충 감염 벨트는 방제 불능의 상황으로 접어들었다. 재선충 감염 지대가 길고 넓게 퍼져 기존 방법으로 방제를 해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포항 동해면, 구룡포읍, 장기면 등에서 감염 지대로 들어가 보면 작년까지 방제를 진행한 훈증 더미가 곳곳에 있다. 워낙 넓게 펴져 있는 상태라 현재는 방제를 하지 않고 있다.
포항과 경주는 재선충에 의한 피해 본 수와 피해 면적을 제대로 조사를 하기 힘들 정도다. 감염목이 광범하게 퍼졌고 숲속 구석구석까지 감염목이 퍼져 있다. 감염된 소나무가 단풍 든 것처럼 붉게 갈변된 것뿐만 아니라 방제를 못 해 6개월 이상 방치된 고사목도 보인다. 22년까지 포항 호미곶 일대에서만 고사목이 보였다. 하지만 포항 남구부터 경주 감포읍까지 동해안 감염벨트 전역에서 고사목이 쉽게 관찰된다. 오랜 기간 방제를 못 했다는 증거다.
극심지역인 감포 오류리 산림과 경주 국립공원 토함산지구는 9km 떨어져 있다. 동해고속도로 동경주IC 주변은 달리는 차 안에서도 재선충 감염목이 쉽게 눈에 들어온다.
경주 국립공원이 극심지역으로 변해가는 것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경주의 문화유산 주변은 대부분 소나무림으로 형성돼 있다. 그러나 재선충의 확산을 막지 못해 통제 불능의 상황으로 접어들었다. 불국사 주변의 소나무 숲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 숙제가 남은 상황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번 23~24년 겨울 방제 시기에 확산세를 차단하지 못한 점이다. 울산시가 이번 3월까지 가용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예산과 인력을 전면 투입했다면 양상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3월 25일 기준으로 포항 경주의 감염벨트가 울산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올 하반기부터 울산시도 포항과 경주와 같은 상황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울산은 광역시인 대도시다. 소나무 숲이 시민들의 일상과 연결성이 높은 곳이다. 소나무가 사라지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으로 접어들었다. 울산이 골든타임에 방제를 집중하지 못한 것은 뼈아프다. 울산시와 울주군 북구 등의 소나무재선충병에 대한 근본적 인식 전환과 대응 전략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 포항도 경주도 중요한 분기점에서 전력투구를 하지 못해 지금과 같은 재선충 감염 통제 불능 상태로 접어들었다는 것은 울산에 시사점이 크다.
밀양은 도시 전체가 소나무재선충병 감염목으로 덮여 가고 있다. 밀양시내를 중심으로 동서남북으로 재선충 감염지대가 확산했다. 밀양시 부북면·상동면·삼랑진읍·상남면 등의 극심 확산 지역은 붉은 소나무 지대로 변해 있다.
방제를 시행하는 곳을 중심으로 예찰을 시행했을 뿐 해당 시군 전체의 실태 파악을 위한 정밀 예찰 조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밀양의 극심 지역에 기존 방법으로 방제하는 것은 효과는 없고, 예산만 집행하는 꼴이다. 감염 확산이 너무 광범위하고 구석구석 깊이 퍼져서 방제라는 개념이 무색한 실정이다.
낙동강벨트의 감염 상황도 통제 불능으로 접어들고 있다. 대구광역시 달성군을 비롯해 낙동강 건너 성주군·고령군 등이 극심 단계로 접어들었다. 여기에 더해 칠곡군과 구미시까지 광범위하게 퍼져가고 있다.
국내에서 생물학적 방제법을 검토하기도 했다. 국립수목원은 국립산림과학원과 함께 매개충인 하늘소의 천적을 활용한 생물학적 방제법을 개발하는 시도했다. 16년부터 시작된 연구를 통해 가시고치벌과 넙적머리푸른고치벌이 하늘소에 높은 기생률을 보임을 발견했고 2022년 처음으로 실내 사육에 성공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도입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붉은 소나무는 회색 소나무를 거쳐서 하얀 소나무로 변해 갈 것이다. 감염목이 집단적으로 발생한 곳에서는 산림황폐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다. 현재 감염 지대는 정부가 추정하는 특별방제구역보다 약 2배 이상 넓어 보인다.
소나무재선충병의 감염 확산은 우리가 처음 마주하는 현실이다. 민관이 협력해 60년 이상 노력해 국토녹화를 달성했다. 재선충병의 감염 확산은 새로운 시련이다. 전체 산림면적의 27%가량이 소나무속의 수종이다. 재선충병에 치명적인 소나무 곰솔 잣나무 등이 급격하게 사라질 수 있다.
2024년 4월 4일 기준 11개 극심 지역의 여야 정치권은 재선충에 대해 무관심에 가깝다. 11개 지역 각 당 후보들의 공약집에 지역에 심각한 현안인 소나무 재선충 대책에 관한 언급이 없으며, 구체적인 기후생태 공약을 찾아보기 힘들다.
11개 극심지역의 총선 후보들 중 선거 이후 당선자는 국회에 들어가서 소나무 재선충병 대응을 놓치지 않아야한다. 지역의 산림황폐화가 넓은 지역으로 확산되며, 이는 국민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다. 국정을 이끌어가는 민의의 대변자로서 기후변화와 병해충으로 황폐화되는 산림의 미래를 챙겨야 할 것이다.
지금과 같은 속도의 확산세가 늦춰지지 않는다면 재선충병은 한반도 소나무숲 전체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기후변화 적응 차원에서 범정부적인 소나무 재선충병 대책이 필요하다. 병해충으로 변해가는 소나무숲의 생태계 변화 영향 연구, 재난 안전 대비책 준비, 또 다른 병해충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새롭게 구성될 22대 국회가 시급히 풀어야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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