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게이트 후폭풍, 세계는 경량화 전쟁 빠르게 진입
김영민 기자
sskyman@ecoday.kr | 2015-11-13 09:20:43
풍력, 효율적 경량화 기술 위한 광(光)산업, 전기차 팽창예고
효성,태광,한화,현대차, 두산,현대중공업 등 경량화 기술 집중
[환경데일리 김영민 기자] 차량 무게 10% 감소 시 엔진과 부품에 가해지는 중량 부담이 줄어들어 연비가 약 6% 향상된다. '경량화'는 완성차 제조업체에 있어 연비 개선을 위한 최선의 해법으로 꼽고 있다.
자동차산업외 승강기, 건물외벽 외장재, 선박, 항공기, 레저용품, 무기 등 광범위하게 쓰여지는 탄소섬유의 장점은 견고함과 가벼움때문에 앞다퉈 경량화 전쟁이 몰입되고 있다.
우리보다 앞선 유럽과 일본, 미국 등은 경량화 산업 확산에 가장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독일의 경우 제조업 경쟁력 강화는 경량화 기술에 달려있다고 판단 정부와 민간이 발을 맞추고 있다.
독일 정부는 에너지 효율을 비롯 탄소배출 감축, 환경보호 등 글로벌 산업환경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해법으로 '경량화'에 주목해 기술 확대 지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독일은 얼마만큼 가볍게 경량화하는 지에 따라 제조업이 세계시장에서 선도적 위치 확보를 위한 핵심기술로 인지하고 있다.
경량화는 제조업 강국 독일이 미래 제조업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고수하기 위해 독일연방정부 차원에서 주도하고 있는 첨단기술 전략을 이루기 위한 핵심 기술로 인지되고 있다.
High-Tech Strategy 2020, 독일 미래산업 육성정책의 일환으로 기후보호·에너지, 보건·영양, 이동성(Mobility), 커뮤니케이션, 보안 등 5개 영역에서 총 11개의 과학기술 개발 우선추진 과제(Forward-looking Projects)를 설정해 첨단산업 부문에서 독일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물론 정부와 산학연 지원을 통한 상용화도 빠르게 움직임으로 나타나고 있다.
메르켈 3기 정부는 기민연합, 사민당 간의 대연정 협약을 통해, "경량화 기술에 대한 지원은 에너지효율에 있어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며 "우리는 산업전반에 걸쳐 경량화의 소재, 기술에 구애받지 않는 산업화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확장해 나갈 것" 이라는 확고한 정부 지원 의지을 드러낸 바 있다.
산업 전반에 걸친 경량화 기술 보급을 위해 전통적인 소재인 철강, 알루미늄 합금의 개발, 혹은 전통소재 대체를 위한 혁신소재 개발에 많은 투자로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배기가스 조작에 곤혹을 치르고 있는 아우디, BMW, 폭스바겐 등 독일 주요 완성차 제조업체의 경우, 연비개선 및 차세대 이동수단 개발을 위한 해법으로 경량화를 더욱 가속화할 수 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특히 경량화 소재인 탄소섬유 제조사, 경량화 생산기술 보유 기업 등과 긴밀한 손잡고 제품 개발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독일연방 엔지니어 협회(VDI) 자료에 따르면, 경량화 소재별로 ▲혁신가능성 ▲산업 성숙도 ▲보급을 위한 성공요인이 높다고 밝혔다.
차량 제조에서 부품 소재의 구성 비중 변화를 보면, 1977년 무거운 강재 73% 비율에서 2035년에는 18%로 낮출 것으로 전망했다. 고장력강, 폴리머 플라스틱은 매년 증가해 2035년까지 20%까지 내다보고 있다.
이런 계획에 따라 현재 독일 완성차 제조업체별 경량화 프로젝트 활발해지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2015년 하노버산업박람회에서 경량화 모델인 Mercedes-AMG GT 공개. 90%가 알루미늄으로 제조되는 등 초경량화 소재로만 구성한 제품을 내놔 주목을 받았다.
BMW는 탄소복합재를 적용한 i3, i8 등 i 시리즈 생산을 성공적으로 진행중이고, 독일 최대 탄소섬유 생산기업인 SGL Group과의 합작사 SGL Automotive Carbon Fibres(SGL ACF) 를 미국 시애틀 Mose Lake에 설립, 차량용 탄소섬유를 자체 생산하고 있다.
Mose Lake 탄소섬유 생산공장은 재생산에너지만으로 가동돼 친환경성을 강조하고 있고, 생산된 탄소섬유는 독일 BMW Wackersdorf 공장에서 직조형태로 가공, 독일 BMW Landshut 공장에서 탄소복합재 부품으로 가공되고 있다.
BMW에 따르면, 현재 i3 모델에 들어가는 탄소복합재 부품은 150개 정도로, 최첨단 접합기술을 통해 부품 접합공정 자동화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독일경제부 지원 프로그램인 NEXHOS(전기자동차용 차세대 고압배터리 경량화 프로젝트)를 통해 2012~2016년 약 4억3600만 유로 지원을 받게 될 예정이다.
폭스바겐은 차제 경량화에 집중하고 중소형 차량에 가격문제로 철을 계속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개발의 중점은 디자인, 고장력강(High Tensile Steel)의 활용을 통한 경량화 달성해 이미지 변신을 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상용차량의 섀시에 중요한 요소인 디자인 및 소재대체(탄소복합재) 프로젝트는 진행중으로, 중량 감축을 통한 연비 개선, 적재량 증가를 통한 경제성 제고 목표(VW-Coop-CarbonTT 사)도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AUDI, 차세대 R8 시리즈(V10 Plus), 알루미늄 80%, CFRP 13%, 철 1%로 차체가 구성된 경량화 콘셉트카로 설계 생산도 앞두고 있다.
이를 위해 독일교육연구부 지원 프로그램 SMiLE(전기자동차 개발을 위한 다종소재혼용 경량화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폭스바겐은 약 165만 유로, 아우디는 365만 유로를 2014~2017년 동안 지원받고 있다.
연방 및 지역 정부 차원에서 운영되는 경량화 관련 지원 프로그램은 약 11개로 우주항공, 신재생에너지, 광학, 전기자동차, 소재 개발 등 그 분야가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다.
프로그램중에는 "소재에서 혁신까지"라는 주제로 2024년까지 약 10억 유로 펀딩, 혁신소재 연구 지원한다고 밝혔다.
독일연방경제에너지부(BMWi)는 풍력 관련(블레이드, 타워, 하층구조 등) 소재 효율, 경량화 소재 개발 등 지원도 나서고 있다. 또한 '에너지 전환을 위한 소재 연구'로 올 3월까지 지원을 마쳤고, 풍력분야 경량화 설계방안 연구개발 지원(알루미늄, 하이브리드 소재, 섬유강화플라스틱소재 등) 프로그램도 가동중이다.
아울러 민항기 연구개발프로젝트 중 환경효율성 관련 지원과 중량 및 비용 최적화 구조 연구(경량화) 지원 프로그램도 지원에 들어갔다. E-모빌리티 관련 전 공급망에 걸친 경량화 및 경량화 소재 연구개발 지원 프로그램도 준비를 마친 상태다. 이와 더불어 에너지 효율적 경량화 기술을 위한 광(光) 산업에서 협업도 시작됐다.
독일 연방주를 비롯 비덴튀템베르크주, 바이에른주 등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복합재, 다종소재혼용 경량화, 하이브리드 소재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한 지원도 추진중이다.
독일 현지에서 일명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사고이후 다시 주목 받기 시작하는 전기자동차, 그리고 경량화 기술도 역량을 집중할 수 밖에 없는 돌파구로 보고 있다.
독일 탄소산업 클러스터 CFK 밸리 회장 구나 메르츠 박사는 폴크스바겐 사태 이후의 현황에 대해 "경량화, 즉 중량 감소는 어떠한 종류든 배출가스를 감축시킬 수 있다"며 "경량화 기술은 점점 주목을 받고 독일에서 경량화 기술은 핵심기술이 될 가능성이 높고,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독일의 일렉트로 모빌리티 이니셔티브에 있어 경량화는 핵심기술로 인지되는데, 무거운 배터리 중량이나 환경적인 문제들을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현재 경량화 소재인 탄소복합재 연구개발 및 상용화를 위해 AIRBUS를 중심으로 조성된 탄소산업 클러스터, 약 120개 회원사가 연결돼 있다.
지난 10월 전북 전주에서 개최된 국제 탄소페스티벌에 참가해 국내 기업과의 협력을 모색한 바 있는 독일AUDI 경량화 디자인센터 Bernd Mlekusch 소장은 "AUDI는 이미 다종소재 혼용기술을 통해 더욱 빠르고 가벼운 경량화 콘셉트카인 R8 2세대 V10 Plus 모델을 개발 중"이라며, "차세대 R8 시리즈는 차체의 80%를 알루미늄 소재, 13%를 탄소복합재로 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이관섭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신소재산업에서 탄소섬유의 패러다임은 놀라울 만큼, 우수한 고부가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이 밀리지 않기 위해 정부는 적극 지원에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 경량화 기술 수준은 어디까지 왔을까.?
국내에서는 효성, 태광, 한화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들은 경량화 소재로 주목받고 있는 탄소섬유 사업에 집중하고, 자동차 부품업계에서 경량화와 더불어 고강도화를 동시에 충족시키기 위한 기술개발에 많은 투자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11월 연비 향상을 위한 '2020연비향상 로드맵' 발표를 통해 주요 차종 경량화를 추진해, 초고장력강판 비율을 33~52%에서 2018년까지 48~62% 수준으로 증가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효성 탄소재료사업단 관계자는 "에너지 사용의 효율성 증대, 경량화를 위한 핵심소재로 주목받고 있는 탄소섬유는 탄소함량이 92% 이상인 섬유소재로서, 강철보다 밀도는 1/4로 낮으면서도 10배 이상의 고강도를 가지고 있는 최첨단소재"라고 말했다.
효성은 국내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High Performance Grade 탄소섬유는 High Strength Grade(인장강도 4.9 GPa, 탄성률 250 GPa)와 Intermediate Modulus Grade(인장강도 5.5 GPa, 탄성률 290 GPa)로 구성된 제품을 세계 시장에 내놨다. 유럽 등지에 반응은 폭발적이다. 효성은 2013년부터 연산 2000톤 규모 생산 확보를 시작으로, 2020년까지 지금보다 3배 이상 매출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태광산업이 자체 개발한 PAN 기술로 자체생산을, GS칼텍스는 여수산업단지에 활성탄소섬유 시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독일 대표 탄소섬유 생산기업 SGL 그룹 기술혁신부서장 틸로 하우케 박사는 "국내 탄소산업 개발현황으로 효성 등 한국 탄소섬유 소재 개발 수준은 괄목할 만하다"면서 "10년도 채 되지 않아 고품질 탄소섬유를 생산해낸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
CFK 밸리 구나 메르츠 회장은 "한국 기업의 탄소소재 적용 기술개발이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국제 클러스터와의 협력이 최신 생산기술정보나 네트워크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탄소학회에 내놓은 자료에서 국가별 C-소재 기술수준을 비교하면 경량화 기술 현실과 미래가 보인다. 경량화를 위한 핵심은 ▲카본블랙 ▲활성탄소 ▲인조흑연 ▲탄소섬유 ▲CNT ▲그래핀으로 나눠져 있다.
미국과 일본은 우리보다 앞선 것이 사실이다. 한국과 중국은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효성과 태광에서 상업용 고품질 탄소소재를 개발해 보급하고 있으나, 글로벌 점유율은 매우 낮은 편, 국내 탄소소재 수입비중은 75%로 대일, 대미 수입의존도가 높으며 기초소재 수출, 고부가가치 소재 역수입을 통한 역조현상이 심각하다.
더 시급한 현실은 우리와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급속도로 좁혀지고 있는데, 이는 국내 기술유출도 한 몫했고 중국 정부도 경량화를 위한 개발 및 선진국과의 기술교류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사건으로 자동차 부품 공급망과 연구개발 방향에 많은 전환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우리 기업의 대응이 필요하다.
자동차 산업이 독일 산업에서 가지는 중요성은 매우 높으며, 이에 정부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차세대 모빌리티 기술인 전기자동차, 경량화 연구개발 프로젝트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폭스바겐 사태 이전부터 산업 패러다임 전환을 인지하고 '경량화'에 주목해 연방정부 및 주정부 차원에서 경량화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등 선진 제조업으로의 도약을 위해 준비해오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제조업 중심, 수출주도형 국가로 독일과 비슷한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어 수출경쟁력 및 제조업 혁신을 위해 필요한 핵심기술을 인지하고 이를 집중 육성할 필요가 있다.
철강업계 역시 강재 등에 신소재 개발에 포스코가 무게를 줄이고 강도는 높이는데 R&D 개발 투자에 상당한 공을 쏟아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 및 전북도, 경북도 일부 지자체는 경량화 핵심 소재인 탄소산업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정책을 구상 중이다. 늦어도 2020년까지 전북은 1조2000억 원을 투자해 글로벌 3위 탄소산업 집적지를 한국에 조성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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