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플라스틱 허용기준 마련해야
고용철 기자
korocamia@hotmail.com | 2025-05-20 17:58:19
소비자 건강ㆍ안전 지키기 기준마련
위해성 연구 및 과학 법적 근거 법안 촉구
소비자주권시민회의, 미세플라스틱 대책 욕구
미세플라스틱 조각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시간이 갈수록 잘게 잘게 부서진다. 이 결과는 누구나에게 마시고 먹게 되는 재앙의 씨앗이 되고 있다. 소금, 설탕, 밀가루, 커피, 술 등 심지어 매일 복용하는 의약품 속에까지 들어가 있다.
미세플라스틱 재앙이 어디로 튈지 모를 정도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건강과 환경에 대한 우려되는 가운데 미세플라스틱 개념 정립과 유해성에 대한 명확한 근거조차 부재중이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20일 미세플라스틱 개념 정립과 체계적 연구를 시행해 유해성을 확인하고 허용기준을 마련하는 등 과학적 근거로 관련 법 마련을 촉구했다.
플라스틱은 의식주에서 의학, 기반시설 전반에 사용되고 있다. 플라스틱 생산량 또한 매년 폭증하고 있다. 중국 칭화대 연구팀이 4월 10일 '커뮤니케이션스 지구와 환경' 학술지를 통해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1950년 200만 톤에서 2022년 4억 톤으로 연평균 8.4%씩 증가했다. 이러한 속도이면 2050년에 연 생산량은 8억 톤을 추정했다.
반면, 재활용률은 10%도 채 되지 않고 있다. 2022년 생산된 플라스틱 4억 톤 중 재활용으로 활용된 플라스틱 양은 3796만 톤(9.5%)에 불과했고, 2억 6768만 톤(매립 40%, 소각 34%)은 폐기됐다. 2016년보다 악화된 수치다.
또한 Ellen MacArthur 재단 'The New Plastics Economy: Rethinking the future of plastics' 보고서에서 2016년 생산된 3억 2000톤 플라스틱 중 14%가 재활용됐고 나머지 40%는 매립, 32%는 불법 폐기됐다. 즉, 플라스틱 생산량과 플라스틱 폐기물 양은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 OECD는 해양ㆍ수계 플라스틱 축적량은 2019년 1.4억 톤에서 2060년 4.9억 톤을 전망했다.
우리나라 1인당 플라스틱 배출량을 비롯한 전체 플라스틱 배출량이 매우 높은 편. 그린피스는 2023년 3월 '플라스틱 대한민국 2.0' 보고서에서, 2021년 약 1193만 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발생, 2017년 대비 약 50%(395만 톤) 증가한 양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폐기된 플라스틱과 플라스틱을 소재로 한 제품이 쪼개지면서 공기중에, 먹거리, 태아에 들어가 있는게 미세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 분해력은 최소 450년이 걸린다.
미세플라스틱은 연구자에 따라 크기 및 범주가 일정하지 않으며, 국제적으로 합의된 명칭이 부재한 상황이다.
우리와 달리, 유럽연합(EU)은 미세플라스틱을 '5mm 이하의 크기인 플라스틱 입자 또는 조각'으로, 물질의 크기로 정의하고 있으나, 과학적 근거는 없다. 그 외에 국제표준화기구(ISO)는 미세플라스틱을 특정 크기(길이기준 5mm 이하)의 '물에 녹지 않는 고체 플라스틱 입자'로 정의하고 있다.
유럽화학물질청(ECHA)은 '첨가제, 기타 물질이 포함될 수 있는 고형 폴리모로 구성된 물질로, 모든 차원에서 1nm~5mm인 입자이며 제품 내 함량이 0.01(w/w), 크기가 100nm 이상 5mm 이하이고 길이와 직경 비율이 3을 초과 경우'를 정의하고 있다. 이때 화학적으로 변형되지 않은 자연 발생 폴리머와 (생체)분해성 폴리머는 미세플라스틱에서 제외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을 발생 방법에 따라 2가지로 구분하기도 한다. '1차 미세플라스틱'은 특정 산업용이나 가정용 제품을 위해 미세 크기로 직접 제조되는 것을 의미하며, '2차 미세플라스틱'은 큰 플라스틱 화합물이 자외선 노출이나 물리적 마찰에 의해 분해돼 생성된 것을 의미한다.
미세플라스틱 개념에 대한 인식 차이가 존재하고 실험 및 연구를 위한 방법론적 표준 제시도 마련돼 있지 않다. 미세플라스틱 관련 연구가 길어야 20년인 탓에 표준화된 측정법이 없기 때문. 연구자마다 사용하는 분석 단위가 부피(㎥, L, ml 등) 또는 면적(㎢, ㎡), 드물게는 단위 중량(kg)당 입자 수 또는 입자 무게(µg, mg) 등, 다양한 척도로 측정ㆍ분석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세플라스틱이 건강과 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개념 및 표준의 부재로 인해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으나, 인간 및 다른 생물종을 비롯한 생태계 전반에 미세플라스틱 노출빈도를 무방비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미세플라스틱은 바다, 호수, 토양, 각종 수산물, 생수, 식품, 심해 퇴적물 등 거의 모든 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 입자들은 매우 가벼워 공기의 흐름에 따라 먼 거리로 운반되고, 입자 크기가 작아 섭취 가능성이 크며 먹이사슬을 통해 포식자에게 전달될 수 있다. 확산된 미세플라스틱은 분자량이 커서 환경 중에서 분해가 잘 되지 않는다. 고분자를 대사시킬 미생물종은 전무해 최초 배출 후, 오랜 기간 동안 환경 및 생물체에 잔류하게 된다.
2022년 세계자연기금(WWF) 보고서에 따르면, 바다로 유입된 플라스틱은 분해가 거듭될수록 회수 가능성은 낮아지고 그 위협은 몇 배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0~ 2050년까지 미세플라스틱 질량은 2배 이상 증가를 예상된다. 플라스틱 생산량은 2040년까지 1배 이상, 해양 플라스틱 오염은 3배 이상 증가 예측되는 상황에서 2100년에 해양 미세플라스틱이 50배나 증가할 수도 있다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최근 연구들은 섭취, 흡입, 피부 노출 등 다양한 경로로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결과들을 내놓고 있다. 특히 캐나다 빅토리아대 연구진의 2019년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연평균 7만 4000개~12만 1000개에 달하는 미세 입자를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일퀸즐랜드 대학교(UQ) 연구진이 21년 미국 유해물질 학술지 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쌀 100g당 3~4mg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 반면, 즉석밥에서는 그 양이 약 4배 많은 13mg이 검출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이 2022~2023년 사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생수 30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 28개 제품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유엔 해양환경전문가그룹(GESAMP) 및 워싱턴포스트(WP)는 미세플라스틱은 크기에 따라 체내 흡수 및 이동가능한 범위가 다르며,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 되는 등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매튜 캠펜 뉴멕시코대 교수 연구팀은 실험에서 모든 태반에서 미세플라스틱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62개 태반 조직 샘플을 분석한 결과, 모든 샘플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고 동맥 샘플 17개에서도 전부 발견됐다고 충격을 던졌다.
최근 연구에선 모유에서도 발견됐고 성인은 물론 아이의 대변에서도 흔하게 발견되고 있어, 미세플라스틱에 의한 인체 오염의 범위는 매우 광범위하다며 그 위험성을 경고했다.
종양내과 전문의 필립 쿠리아코스(Philip Kuriakose) 박사는 2024년 미의사협회 인터뷰에서 "미세플라스틱은 섭취나 흡입, 때로는 피부를 통해 체내에 유입되며, 알레르기나 자가면역 질환, 천식, 과민성 대장 증후군뿐 아니라 생식능력 저하와 암 발생 위험까지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24년 3월, 이탈리아 캄파니아 루이지 반비텔리대 라파엘라 마르펠라 박사 연구팀은 동맥에 미세플라스틱이 쌓인 사람들의 경우 뇌졸중, 심장병, 조기 사망 위험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를 알렸다.
그 밖에도 세균의 항생제 내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무하마드 자만 보스턴대(BU) 교수 연구팀이 학술지 '응용 및 환경 미생물학' 논문에서 '이 콜라이(E.coli)' 이름의 특정 대장균을 다양한 미세플라스틱과 함께 배양한 결과 항생제가 없는 환경에서도 세균의 내성이 증가하는 현상이 확인됐다.
미세플라스틱은 생태계에도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중국 난징대 연구팀이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서 발표한 논문에서 "미세플라스틱 오염이 지구 생태계의 광합성을 감소시켜 농작물과 수산물 생산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미세플라스틱이 방출하는 미세한 입자가 식물의 잎에 도달하는 햇빛의 양을 줄이고 미세플라스틱의 독소가 식물 안에서 영양분과 수분 전달 체계를 불안정하게 만들어 엽록소의 생성 효율을 떨어뜨린다는 것.
시뮬레이션 결과, 미세플라스틱이 육상 식물의 광합성 감소의 12%에 관여했고 해조류 광합성 감소에도 약 7% 관여했다고 추정했다.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아시아에서만 연 5400만 톤에서 1억 7700만 톤에 이르는 농작물이 손실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해조류와 식물성 플랑크톤의 광합성을 방해하면서 먹이사슬이 붕괴됨에 따라 어류와 해산물 손실이 연간 100만 톤에서 2400만 톤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에 관한 연구는 주로 해양을 중심으로 해수층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어, 토양, 대기 등 육상 환경 부문에 대한 연구는 열악한 실정이다.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국제규제 현황은 일부 국가들에서 미세플라스틱 종류 중 하나인 '마이크로비즈(Microbeads)'에 대한 규제와 국제공동협약을 위한 논의 단계에 국한돼있다.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국제규제는 미비한 반면, 마이크로비즈에 대한 국제규제가 상대적으로 다수 존재하는 이유는 제품 제조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첨가한 미세플라스틱이며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 미국, 캐나다, 대만, 프랑스, 이탈리아, 한국 등은 마이크로비즈에 대한 규제를 발표했다.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국제규제 현황은 아직 미진하다. EU는 '순환 경제 행동계획(2015, 2020)', '플라스틱 전략(2018)'을 통해 미세플라스틱에 관한 표준, 인증, 규제 등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했다. 2023년 9월 25일, 유럽집행위(EC)는 EU의 REACH에 따라 '의도적으로 첨가된 미세플라스틱을 제한' 조치를 채택했다.
이 조치는 가능한 많은 제품에서 의도적 미세플라스틱 배출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넓은 범위의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정의(유기, 불용성 및 분해되지 않는 5mm 미만의 모든 합성 고분자 입자)를 사용했다.
중국은 2020년 7월 17일, 화장품 내 사용을 금지할 미세플라스틱의 정의를 발표했다. 스크럽, 각질제거, 세정의 역할을 하기 위해 씻어내는 화장품에 의도적으로 첨가된, 반경 5mm 이하의 고체 플라스틱 입자를 그 내용으로, 화장품 10종(샤워젤, 클렌저, 액상비누, 비누, 면도용 거품, 스크럽제, 샴푸, 컨디셔너, 메이크업리무버, 치약, 가루치약 등)이 그 대상이다. 또한 '14.5 플라스틱 오염 제어 행동계획(2021)'에서 미세플라스틱 조사 등의 내용을 포함한 핵심지역의 폐기물 정화를 목표로 설정하였다.
21년 아세안(ASEAN) 정상회의에서 '아세안 해양폐기물 대응 행동계획 2021~2025'을 통해 미세플라스틱 연구 등을 포함한 14개 세부과제를 채택했다.
유엔은 2022년 5차 유엔환경총회(UNEA)에서 세계 첫 플라스틱 오염 방지를 위한 협약을 체결 결의했다. 이후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 폐기물 처리까지 전 주기에 걸쳐 오염 예방ㆍ감소를 위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약을 제정하기로 했으나, 24년 11월 부산 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에서도 협상이 결렬됐다. 2025년 8월 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연장된 협상위원회(INC-5.2)가 열릴 예정이다.
추가적으로 올해 2025년 상반기 ISO(국제표준화기구)에서 미세플라스틱 시험방법 표준화가 발표될 예정이다.
최근 2024년 9월 5일,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세플라스틱의 정의ㆍ발생 방식에 따른 구분, 발생과 배출을 저감ㆍ관리하기 위한 국가ㆍ지방자치단체와 사업자 및 국민의 책무 등을 명시한 '미세플라스틱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21대 국회에서도 발의된 바 있으나, 환노위 소위에 회부된 이후 단 한차례도 심사가 이뤄지지 않은 채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번 22대 국회에서 법안 논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2025년 4월 24일 환경부에 따르면, 먹는샘물에 대한 품질안전 인증제도가 도입된다. 먹는샘물 내 미세플라스틱에 대해 조사하고 조사방법을 고도화 한편, 기준 마련 필요성에 대해 지속적 검토할 예정임을 밝혔다.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개념 정립과 분석 단위가 아직 합의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세플라스틱 확대로 인한 영향이 증가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건강과 안전이 우려될 수밖에 없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환경부 등 관련 부처에 미세플라스틱 개념 및 조사 기준 마련
통일된 개념, 분석 단위ㆍ방법으로 미세플라스틱 위해성 연구 및 명확한 실태 파악, 연구 결과 종합ㆍ분석을 통한 과학적 근거가 뒷받침된 법적 근거 및 법안 마련을 촉구했다. [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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