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숲 밀어내고 풋살장 제정신인가

한영익

news@ecoday.kr | 2019-12-28 08:58:09

광동중학교 학교숲 훼손, 풋살장 조성 중지 및 원상복구 촉구
학교숲운동 대표 사례 남양주 학교숲, 풋살장 조성으로 훼손
생명의숲 성명 통해 10여년 시간동안 건강을 위한 숲 더 소중
환경권과 건강권 지키는 학교숲, 훼손에 진상 조사 필요 밝혀

​[환경데일리 한영익 기자]도시공원일몰제로 위기인 가운데 학교숲이 또 사라져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1월 말, 학교숲의 대표 사례인 남양주 광동중학교의 학교숲이 풋살장 조성으로 학교숲 면적의 약 40%(520㎡)가 훼손되고, 수목 200그루 이상 베어진 사실이 확인됐다.

광동중학교는 2006~08년까지 산림청, 유한킴벌리, 생명의숲이 공동 주최한 '학교숲 시범학교'에 선정돼 학교 운동장을 숲으로 조성했다.

이를 통해 경기도, 남양주시 주최 경기도 학교숲가꾸기 시범학교(2006년), 경기도교육청 주최 자연학습장 선도학교(2006년, 2008년), 산림청, 유한킴벌리, 생명의숲 주최 생명의숲 모델학교숲(2009년~11년)으로 조성된 학교숲운동의 대표 사례다. 2016년에 아름다운숲 전국대회 공존상을 수상하며, 학교숲 조성과 관리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던 곳이다.


​생명의숲은 '아이들이 푸른 자연 공간에서 건강하게 자랄 수 있게 운동장을 숲으로'라는 학교숲운동의 최우수사례였던 광동중학교 학교숲이 풋살장 조성으로 훼손됐다.

생명의숲은 성명서를 통해 "광동중학교 학교숲은 단순히 나무와 풀이 있는 녹지 공간이 아니다."라며 "조성 과정에서 교사, 학생, 지역주민들이 '생명'을 심었고, 함께 가꾸며 10여년의 시간동안 교사와 학생, 주민들의 교육, 놀이, 휴식, 운동의 공간이었다."고 밝혔다.

생명의숲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성장기 아이들의 신체활동을 위한 체육 시설은 필요하다. 하지만 광동중학교는 이미 체육관 및 운동장 등의 시설을 충분히 갖추고 있고, 학교숲을 훼손해가면서까지 풋살장을 추가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학교행정의 뒷걸음질 칠 행태를 규탄했다.

더욱이 이번 사례는 경기도교육청이 생명의숲과 10월 31일 학교숲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170만 학생 나무심기'를 선언한 시점에서 교육청의 정책 방향에도 역행하는 일이다.

미세먼지, 폭염 등 날로 열악해지는 도시 환경 속에서 아이들의 건강권과 환경권을 지켜주는 학교숲을 더 확대해야함에도 불구하고, 10년이 넘는 시간을 학교구성원과 시민이 함께 가꾸어 온 숲을 한순간에 훼손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매우 충격적이다.

또한 하루 아침에 숲이 사라지는 광경을 목격했을 학교 구성원과 주민들 뿐만 아니라 소식을 접한 광동중학교의 학교숲을 기억하는 시민들의 상실감에 대해서는 보상할 길이 없다.

'숲, 꿈 그리고 자비로움이 있는 행복한 학교'는 광동중학교의 비전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꿈꾸며 심고 가꿔온 생명의 10년이라는 시간을 하루아침에 베어버리는 행위는 '자비'와 거리가 멀어 보인다.

광동중학교와 경기도 구리남양주교육지원청은 이제라도 풋살장 조성을 중지하고 학교숲을 되돌리는 결단을 내려야 하며, 그것이 진정한 교육을 실현하는 길일 것이라고 원상복구를 촉구했다.

그동안 생명의숲은 아이들이 푸른 자연의 공간에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학교에 숲을 만드는 학교숲 운동을 한지 올해로 20년이 됐다. 1999년부터 지금까지 770여개 학교의 운동장과 자투리 공간에 교사, 학생, 주민 등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무를 심고, 가꾸는 학교숲을 만들어 왔고, 이후 교육부, 지자체, 기업 등이 동참하면서 현재까지 약 5000여개 학교가 숲 조성 활동에 참여하는 전국적 캠페인으로 성장해 왔다. 

​학교숲은 조성 과정에서 학교 구성원 뿐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의 참여로 만들어지고, 가꿔진다. 훼손이 불가피하게 필요하다면 학교구성원을 비롯해 학교숲을 함께 만들어온 사람들과 협의를 통해 결정돼야 할 것이다.


생명의숲 숲조성팀 이호연활동가는 "미래세대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현세대가 해야할 당연한 일"이라면서 "생명의숲은 더 많은 아이들이 숲과 함께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학교숲을 확대하는 일에 힘쓸 것이며, 전국의 학교숲이 보전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 환경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