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2040년 탄소 배출 90% 감축 확정… '기후 중립' 향한 초강수

고용철 기자 / 2026-03-09 05:18:02
기후법 최종 승인으로 2030-2050 잇는 가교 마련 역내 감축 85% 의무화 및 탄소배출권거래제(ETS2) 2028년 시행


(C) ecoticias.com


유럽연합(EU)이 2050년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핵심 이정표인 ‘2040년 온실가스 90% 감축’ 목표를 공식화했다. 이는 단순한 권고를 넘어 법적 구속력을 갖는 조치로, 유럽 내 산업 구조와 에너지 지형에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EU 이사회는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40년까지 90% 감축하는 안을 최종 승인했다. 이번 결정은 앞서 유럽의회의 지지를 얻은 데 이어 이사회의 최종 문턱을 넘으면서 유럽 기후법(European Climate Law)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로써 EU는 2030년까지 55% 감축(Fit for 55), 2050년 탄소 중립이라는 기존 목표 사이에 강력한 중간 목표를 설정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정책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장기적인 탈탄소 경로를 제시함으로써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려는 의도로 분석하고 있다.

이번 합의안의 핵심은 감축의 ‘질’에 있다. 전체 90% 감축 목표 중 국제 탄소 시장에서 구매한 크레딧으로 대체할 수 있는 비중은 단 5%로 제한됐다. 즉, 전체 감축량의 최소 85%는 EU 영토 내에서 실제 산업 구조 개선과 에너지 전환을 통해 달성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국제 크레딧 활용 시에도 파리 협정의 엄격한 기준을 준수하는 프로젝트만을 인정하기로 함으로써 탄소 배출권의 투명성을 대폭 강화했다. 현재 이사회를 이끌고 있는 키프로스 의장국 측은 "이 목표는 산업계와 시민들에게 기후 전환의 확실한 이정표를 제공하며, 유럽의 에너지 안보와 미래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목할 만한 변화 중 하나는 도로 교통과 건물 난방 분야에 적용될 새로운 탄소배출권거래제인 'ETS2'의 시행 시점이다. 당초 계획보다 다소 늦춰진 2028년부터 시행하기로 결정되었는데, 이는 고물가와 에너지 비용 상승에 직면한 가계와 기업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유럽 집행위원회는 향후 2년마다 목표 달성 여부를 정기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배출량 수치뿐만 아니라 ▲산업 경쟁력 유지 여부 ▲에너지 가격 추이 ▲과학기술 발전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정책의 속도를 조절할 계획이다.

EU는 이제 2030년 이후의 구체적인 이행 로직을 설계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미 집행위원회는 구체적인 세부 정책 수립을 위해 두 차례의 공공 컨설팅을 시작했다. 향후 10년 내에 철강, 화학, 시멘트 등 탄소 집약적 산업의 대대적인 공정 전환과 수소 경제로의 이행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90%라는 공격적인 수치가 유럽 제조업의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이에 대해 EU 측은 탄소 국경 조정제도(CBAM)와 연계하여 역내 기업들을 보호하는 동시에, 청정 기술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선점해 '경제 성장과 환경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복안이다.

결국 이번 2040 목표 확정은 유럽이 화석 연료 시대와의 결별을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 2050년 '최초의 탄소 중립 대륙'이 되기 위한 유럽의 거대한 실험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저작권자ⓒ 환경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고용철 기자

고용철 기자

뉴스댓글 >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