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디지털 트윈 오션' 구축으로 과학적 대응 체계 마련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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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수억 명의 관광객이 찾는 휴양의 상징, 지중해가 인류에게 거대한 경고장을 보내고 있다. 최근 발표된 관측 데이터에 따르면, 지중해는 전 세계 해양 평균보다 약 20% 빠른 속도로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제는 기후 변화의 최전선인 '지구의 핫스팟(Hotspot)'으로 부상했다.
해양학자 피에르 바후렐(Pierre Bahurel)이 이끄는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2025년 6월 지중해 일부 해역의 표층 수온은 무려 30°C에 육박했다. 이는 평년 대비 약 5°C나 높은 수치로, 사실상 바닷물이 '따뜻한 수프'와 같은 상태에 머물렀음을 의미한다.
통계 수치는 더욱 참담하다. 2025년 6월 지중해 표층 평균 수온은 23.86 pm 0.47 °C를 기록하며 역사상 가장 뜨거운 6월로 기록되었다. 특히 가장 극심했던 시기에는 지중해 전체 면적의 62%가 '강한(Strong)' 등급 이상의 해양 폭염(Marine Heatwave) 영향권에 놓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 지구 해양의 20%가 폭염을 겪은 것과 비교했을 때, 지중해의 위기가 얼마나 집중적이고 파괴적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현재 지중해가 기후 변화, 환경 오염, 그리고 생물다양성 급감이라는 이른바 '3중 위기(Triple Crisis)'에 직면했다고 진단한다. 메르카토르 오션 인터내셔널(Mercator Ocean International)의 관계자는 이러한 복합적 요인이 결합하여 지중해 생태계의 복원력을 임계점까지 몰아넣고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스페인과 그리스 등 지중해 연안 국가에서는 실질적인 피해가 보고되고 있다. 급격한 수온 상승은 산호초의 백화현상과 해초 군락의 대량 고사를 유발하고 있으며, 이는 곧 토착종의 멸종과 열대성 외래종의 유입으로 이어지고 있다. 어민들의 그물에는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어종들이 걸려 올라오고, 해수욕장은 급증한 해파리 떼와 수질 악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는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수산업과 관광업이라는 연안 국가들의 핵심 경제 기반을 뒤흔드는 경제적 위기로 전이되고 있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에 맞서 유럽연합(EU)은 차세대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대응책 마련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 중심에는 '유럽 디지털 트윈 오션(European Digital Twin of the Ocean)'이 있다. 이는 위성, 부표, 선박 등에서 수집한 실시간 데이터를 인공지능(AI) 및 고성능 컴퓨팅과 결합하여 가상 세계에 바다의 '복제본'을 구현하는 기술이다.
과거의 정적인 지도가 단순히 현상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면, 디지털 트윈은 미래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한다. 예를 들어 수온이 추가로 상승할 경우 특정 어장의 어획량이 어떻게 변할지, 혹은 해수면 상승 시 해안선 보호 시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미리 예측해 본다. 이를 통해 정부와 관련 기관은 임기응변식 대응에서 벗어나,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정교한 어업·에너지·보존 정책을 수립할 수 있게 된다.
메르카토르 오션은 현재 정부 간 기구(Intergovernmental Organization)로의 전환을 추진하며, 디지털 오션 시스템의 국제적 표준화와 데이터 공유를 주도하고 있다. 바다에는 국경이 없기에, 지중해를 공유하는 국가들의 통합된 정보 공유와 정책 공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매년 경신되는 기록적인 폭염은 생태계가 회복할 시간을 앗아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기술적 진보가 위기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면, 우리가 알던 푸른 지중해는 역사의 기록으로만 남게 될지도 모른다. '지구의 핫스팟'이 된 지중해의 비명은 이제 전 지구적 행동을 촉구하는 마지막 경보음으로 울려 퍼지고 있다.
[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