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데일리 온라인팀]직장생활 12년차, 수백대 일의 경쟁률을 통과해서 2005년도에 입사했다.
▲송철기 농협중앙회 법규팀 과장 |
그 땐 그저 안정적이고 은행 업무를 하는 대기업 중 하나가 바로 우리회사 '농협'이었다. 고객을 맞이하고 신용카드와 펀드를 추진하는 것이 농협을 위한 샐러리맨의 사명이라 생각했다. 이후 책임자가 되기 위해 승진고시를 준비하면서 협동조합론을 익히고 외웠지만, 딴나라 사람들의 이야기였으며, 승진의 당락을 좌우하는 객관식 문제 중에 하나일 뿐이었다.
삼성전자에 근무하는 사람에겐 '회사의 최고수익 달성'이 직장을 다니는 목적이 될 수 있다. 즉 회사 주가의 가치상승이나 성과급으로 직업의 보람을 찾는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솔직히 나도 그랬다. 회사로부터 월급을 받고 주변 직장 동료들로부터 인정을 받는 것이 회사를 다니는 가장 큰 이유였다.
하지만, 내 생애 '첫 리얼 농촌체험'과 '협동조합이념교육'을 통해서 작은 변화가 시작됐다.
책속에서만 보았던 협동조합론은 우리 주변에 살아있고 움직이는 꼭 필요한 학문이었고, 뜬구름 잡기식의 구호에 불과했던 '행복한 농민 만들기 캠페인'은 바로 내 옆에 계신 우리 농민과 범농협 모든 직원의 행복 미소였다.
실제로 내가 방문한 농가의 어머님을 강원도 지역의 여성대의원 이셨다. 대의원 선출과정에서의 여러 에피소드를 들으면서, 지금 내가 농협법 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 전공을 살려 타조합의 위볍사례 등 여성대의원 및 임원의 역할을 추가적으로 설명해 드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보다 놀라운 건, 지금까지 내가 농협에 근무하면서 농민 조합원에게 실익을 줬던 첫 경험이라는 사실이다.
'농민과 농협인', '지역조합과 중앙회', '지도계와 은행원(신용담당자)',
이들은 어떻게 보면 극단적으로 상반된 속성을 지닌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실 이들은 공통된 목적 이념이 있다. 바로 '농심(農心)'. 우리가 무슨 일을 하고 있건 NH농협의 뺏지를 달고 있는 한 같은 곳을 바라보며, 공통된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각자의 역할이 다를 뿐 서로를 수용하고 조화롭게 상생한다면 그 시너지는 바로 우리 농민 조합원의 행복미소가 될 것이다.
우연히 참여하게 된 농협구례교육원에서의 3회합 과정인 농협이념교육, 특히 현장중심의 농협이념은 우리의 원점을 확인하는 일이었다. 어떤 조직이나 사업이 확장되면서 조직에 대한 문제의식과 조직몰입도가 반감되는데, 이번 교육과 훈련을 통해 협동조합이 추구하는 목적을 기필코 달성할 수 있다는 굳은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이런 맥락에서 협동조합이념에 대한 교육과 훈련은 협동조합이 성공하기 위한 시작이며 끝이 아닌가 싶다. 협동조합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유명한 말 중 하나가 '협동조합은 교육으로 시작해서 교육으로 끝난다.' 라는 말이 있다. 이 격언을 되새겨 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아울러 농협법 개정을 추진하고 조합원 실익증진을 위한 입법논리를 연구하는 나의 일들이 단순히 나와 내 가족을 위한 돈벌이 그 이상의 '지금 내가 왜 농협에 근무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찾을 수 있는 잊지 못할 소중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