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수출액 38억 8,400만 유로 달성했으나 통상 환경 악화
- 대안으로 떠오른 중국 시장, 규제 장벽 및 인증 문제로 단기 대체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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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유기농 식품 수출 산업이 유례없는 호황기 속에서 예기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관세 위협이 가시화되면서,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 중이던 스페인 유기농 수출 전선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27.5% 폭발적 성장세, '트럼프 리스크'에 발목
지난 2024년 스페인의 유기농 제품 해외 판매액은 전년 대비 27.5% 급증한 38억 8,400만 유로(한화 약 5조 6,000억 원)를 기록했다. 이는 스페인 유기농 산업 역사상 가장 가파른 성장세로, 스페인이 유럽 내 유기농 생산 리더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장밋빛 전망'은 최근 미국의 통상 압박으로 인해 불확실성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유기농 식품 시장으로, 2024년 소매 판매액만 716억 달러(한화 약 95조 원)에 달한다. 전체 식품 시장의 12%를 유기농이 차지할 만큼 성숙한 시장인 미국은 스페인 업체들에게 가장 매력적이자 전략적인 수출 거점이었다.
올리브유·와인 등 주력 품목 '직격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이 현실화될 경우, 가장 큰 타격을 입을 품목으로는 스페인의 상징인 유기농 올리브유와 와인이 꼽힌다.
유기농 올리브유: 스페인은 세계 최대 올리브유 생산국이나, 이미 2025년부터 무역 긴장 여파로 대미 수출액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추가 관세가 부과될 경우 타 수출국과의 가격 경쟁력 격차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유기농 와인: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해온 스페인 보드카(양조장)들은 미국의 관세 위협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있다. 고부가가치 상품일수록 관세 인상에 따른 소비 위축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기타 품목: 마늘, 감귤류, 아몬드 등 유기농 신선식품 및 견과류 역시 수출 물량은 적지만 관세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완전한 금수 조치는 외교적·기술적으로 복잡해 실현 가능성이 낮지만, 선택적 관세 부과는 언제든 시행 가능한 시나리오"라며 "불확실성 그 자체가 기업의 투자와 중장기 계획 수립을 가로막는 가장 큰 적"이라고 지적한다.
'제3의 시장' 중국, 대안 될 수 있을까
미국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자 스페인 업계는 세계 3위 유기농 시장인 중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 유기농 시장은 연간 20%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어 매력적인 대안으로 부상 중이다.
하지만 중국 시장의 진입 장벽은 여전히 높다. 인증 취득에만 최대 3년이 소요되는 엄격한 규제 체계, 까다로운 위생 요건, 복잡한 물류 유통망 등이 걸림돌이다. 현재 스페인의 대중국 주요 수출품은 돼지고기, 체리, 일반 올리브유에 집중되어 있으며 유기농 제품의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단기적으로 미국 시장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지만, 중장기적으로 반드시 확보해야 할 보완적 전략 파트너임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다변화는 선택 아닌 생존의 문제"
스페인 유기농 업계에 직면한 이번 위기는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일깨워주고 있다. EU 시장이 여전히 최대 수출처이긴 하지만, 역외 시장에서의 성장을 위해서는 미국 일변도의 전략에서 벗어나 지리적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만 노엘 R.H. 경제 전문기자는 "미국 시장이 역동적이고 수익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변동성이 큰 국제 정세 속에서 단일 시장에 올인하는 것은 구조적 위험을 안고 가는 것"이라며 "지리적 다변화는 이제 선택적 전략이 아닌 생존을 위한 방어적 필수 요소"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적으로 '건강과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유기농 시장의 파이는 계속 커지고 있다. 다만, '누가, 어떤 규칙 아래에서' 그 시장을 점유하느냐의 싸움이 치열해지는 형국이다. 스페인 유기농 산업이 이번 통상 위기를 극복하고 아시아 등 신시장 개척을 통해 제2의 도약을 이뤄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