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법 주차와 무분별한 관광객 유입으로 유럽 보호종 ‘제니스타 도리크니폴리아’ 멸종 위기
- 당국의 관리 부실 비판 및 즉각적인 물리적 차단 대책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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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발레아레스 제도의 보석으로 불리는 이비자섬이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EU)의 생태계 보호 네트워크인 ‘레드 나투라 2000(Red Natura 2000)’에 등록된 보호 구역 내에서 희귀 식물이 훼손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며 지역 사회와 환경단체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훼손되는 생태계의 보루, ‘칼라 도르트’
환경 보호 단체 ‘아믹스 데 라 테라(Amics de la Terra)’는 지난 3월 4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비자 서부의 주요 경관 지역인 칼라 도르트(Cala d’Hort) 일대의 생태계 파괴 현장을 고발했다. 특히 ‘세계 야생동식물의 날’을 맞아 진행된 이번 조사에 따르면, 이 지역 특산종인 ‘제니스타 도리크니폴리아(Genista dorycnifolia)’ 군락지가 관광객들의 무분별한 답압(밟기)과 불법 채취로 인해 심각하게 훼손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가 발생한 지점은 사비나르 타워(Torre des Savinar)와 세라 데스 마타레(s’era des Mataret) 근처의 PMV-803-1 도로 인근이다. 이곳은 본래 차량 진입이 금지되거나 제한되어야 하는 보호 구역임에도 불구하고, 급증하는 방문객들을 수용하지 못한 채 임시 주차장으로 전락해 버린 상태다.
법적 보호 무색케 하는 ‘무단 주차’
문제의 핵심은 관광객들이 편의를 위해 도로변 식생지 위로 차량을 주차하거나, 사진 촬영 등을 위해 정해진 산책로를 벗어나 이동하면서 발생한다. 아믹스 데 라 테라 측은 "방문객들이 식물을 직접 뽑거나 짓밟는 행위가 반복되면서 국지적인 멸종 위기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제니스타 도리크니폴리아’는 단순한 잡초가 아니다. 이 식물은 유럽 연합의 **‘서식지 지침(Habitats Directive) 부속서 II’**에 등재된 법적 보호종이며, 피티우사스 제도의 멸종위기 관속식물 보존 계획인 **‘폰트 이 케르(Font i Quer) 계획’**에 따라 특별 관리를 받는 대상이다. 유럽과 지역법 모두가 이 식물의 보존 가치를 인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장에서는 어떠한 물리적 보호 장치도 작동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지자체의 무관심과 관리 계획의 공백
환경단체는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산 호세(Sant Josep) 시의회와 지역 정부의 행정 부실을 정조준했다. 특히 이비자 서부 해안(Costa Oest d’Eivissa)의 레드 나투라 2000 관리 계획이 수립된 지 3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실행 단계에서 아무런 진전이 없다는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단체의 대변인은 "현재의 관광 모델은 섬의 자연유산 보존과 공존할 수 없는 구조"라며, "관광객 유치에만 급급한 나머지 가장 기본적인 생태계 보호 의무를 저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돌을 쌓아서라도 막아라”... 긴급 대책 요구
아믹스 데 라 테라는 산 호세 시의회에 공식 서한을 보내 즉각적인 조치를 촉구했다. 이들이 제안한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하고 물리적이다.
물리적 차단벽 설치: 차량이 식생지로 진입하지 못하도록 대형 암석이나 방호 울타리를 설치할 것.
불법 주차 단속 강화: 보호 구역 내 무단 주차에 대한 엄격한 법 집행.
안내 표지판 정비: 해당 지역이 보호 구역임을 알리고 희귀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여 방문객의 주의 환기.
이비자의 환경 위기는 비단 식물 한 종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생물 다양성의 붕괴로 이어져 결국 이비자가 가진 가장 큰 자산인 '자연의 아름다움'을 잃게 만들 수 있다. 법적 보호 구역이라는 명칭이 이름뿐인 껍데기로 남지 않기 위해서는 당국의 신속한 물리적 보호 조치와 더불어, 관광객들의 성숙한 시민 의식이 절실한 시점이다.
[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