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백록담의 담수가 말랐다.
[환경데일리 온라인팀]폭염과 열대야가 모든 뉴스를 제압하던 대한민국의 2016년 8월, 남한에서 가장 높다는 한라산 백록담에는 과연 담수가 차올라 있었을까? 말랐을까?
남한에서 가장 높은 산인 한라산은 국내 최고 다우지역으로 꼽힌다. 2015년 기상청의 자동기상관측장비로 측정된 한라산 주요 관측 포인트에서의 강수량에 따르면, 해발 763m 높이의 성판악의 연간 강수량은 5041mm, 해발 1500여m에 위치한 진달래밭의 연간 강수량은 6500여mm에 달했다. 서울에 1년 간 내리는 강수량은 1500여mm라 하니, 4배 이상의 빗물이 작년에 한라산에 쏟아진 셈이다.
그런데 올 8월,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폭염 및 가뭄 등의 위세 앞에 백록담은 줄곧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백록담의 바닥이 드러난 것은 물론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기에, 근래의 이상폭염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이미 1990년 이후부터 백록담에 물이 준다는 보고가 있었고, 그 이유로 백록담 바닥층에 토사가 퇴적돼 물의 함수 토양이 증가했거나, 토양 사이로 물이 잘 빠져나가고 있다거나, 높아진 바닥층에 따른 담수면적 증가로 백록담에 고여 있던 물의 증발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등 다양한 원인이 제기됐다. 더욱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지만, 요점은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은 우리 생태계를 확실히 변화시키고 있다는 것.
![]() |
▲ 2016년 8월 18일 한라산 백록담 정상 |
#2. 부산 횟집에 활어가 귀하다.
폭염은 바다 온도도 높였다. 해수면 온도는 평소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섭씨 3~5도 이상 높다는 보고가 나오고, 곳곳에서 죽은 물고기와 어패류가 수면에 떠다니는 모습을 빈번하게 찾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태안군 대야도의 우럭 양식장에서 우럭이 물 위로 둥둥 떠오르는가 하면, 4~10도의 찬물에서 서식하는 냉수성 어종인 빙어 13만 마리가 경남 진주에서 폐사하기도 했다. 수온이 25도 이상이면 죽는 빙어가 최대 33.5도까지 올라갔던 해수면 수온을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줄어든 어획량으로 인해 활어 가격은 지난해 대비 20% 이상 올랐다고 한다.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이 경제활동에 영향을 준다.
#3.가정용 에어컨과 하이드로플루오르화탄소(Hydrofluorocarbon)
전기세를 고민하기에는 너무도 덥고 더웠던 열대야. 에어컨은 이제 각 가정 필수품으로 인식되며 올여름 각 가정의 에어컨 의존도는 급증했다.
이상 폭염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 미국 등 세계 전역에서 보인 공통 현상인지라, 미국에서도 에어컨 사용 급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불거져 나왔다. 한국에서는 에어컨 급증에 따른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세 축소 논란이 주 관심사였던 반면, 미국에서는 온난화 가스의 하나인 (HFC: Hydrofluorocarbon)로 인한 논의가 보다 관심을 얻었다.
미국 각 가정의 에어컨 보급률이 이미 90%에 달했고 이로 인해 가정용 전력의 6%를 소모하고 있는지라, 에너지 사용에 따른 이산화탄소 발생은 새삼스레 관심을 모으지 못하는 듯하다.
![]() |
▲에어컨의 보급은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추세 개발도상국인 인도 뉴 델리(New Delhi) 대도시에서 에어컨 위에 원숭이들이 자리 잡고 쉬는 모습. (출처: The New York Times.) |
#4. 기후변화 대응용 냉매제로 각광받을 하이드로플루오로올레핀(HFO)
플루오르화탄소(HFC: hydrofluorocarbon)는 온난화를 진행시키는프레온 가스 종류 중 하나로 냉장고나 에어컨의 냉매제로 사용돼 왔다. 이 기체는 원래 지구 성층권의 오존층을 파괴해 자외선의 지표면 투과를 높이는 염화불화탄소(CFC: Chlorofluorocarbon 클로로플로오르카본)의 대체재로 개발됐는데, 오존층은 파괴하지 않는 대신 지구온난화 현상에 기여한다.
비록 지구온난화의 대표적 기체인 이산화탄소에 비해 소량이 발생되지만, 온난화기여도가 이산화탄소의 22배 이상 높아 이 기체를 줄이는 일에 국제 기후변화 정책담당자들이 심혈을 기울인 것도 이 때문. 2016년 7월, 오스트리아의 비엔나에서 플로오르화탄소 사용 금지에 대한 협약을 체결했고, 미국은 5년 이내에 플로오르화탄소 사용 금지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더욱이 하이드로플루오로올레핀(HFO:Hydrofluoroolefin)이라는 기후변화 대응용 '냉매제'가 개발돼 조만간 플로오르화탄소의 전면 사용 금지 협약 체결이 성사될 전망이다.
#5. 폭염으로 시작해 보는 기후변화이야기
날씨 이야기는 사람의 마음을 열게 하고 대화를 시작하게 하는 잘 차려진 만찬의 전채요리와 같다. 폭염으로 지친 학생들에게 자연스레 기후변화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는 기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 볼 수 있을까?
"에어컨 사용이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은?", 에어컨 냉매제를 둘러싼 최근 국제기후변화협약 이야기 또한, 학생들과 나눠보기에 좋은 지속가능발전용 교육소재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여름마다 계속될 폭염 및 열대야 어떻게 대비할까? 창의적인 학생들의 재치 있는 대답을 기대하며 이 또한 물어보자.
글: 미국 버지니아 맥클린에서, 김연성 조지메이슨대 환경과학정책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