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동 의원의 '목포 신 어보(新 魚譜)'[4]

온라인팀 / 2017-05-11 12:26:39
도시풀장과 비교불가 바닷가 아이들 성장기 '딱'
바다가 보이는 골몰길 이제 항구 문화의 아이콘
섬과 섬 사이 연륙교 해와 달 걸터 앉은 봄처녀

[환경데일리 온라인팀]"울려고 내가 왔던가 웃으려고 왔던가/ 비린내 나는 부둣가엔 이슬맺친 백일홍/ 그대와 둘이서 꽃씨를 심던 그날도/ 지금은 어데로갔나 찬비만 내린다,........ 옛노래 '선창'1절 내용이다.

중국인들이 생선의 참맛을 알기 시작하면서, 우리 바다는 사계절 내내 중국어선 수만 척들로 포위되고 있다. 3대대첩이 따로 없다. 우리의 바다 먹거리가 중국인들에게 식탐으로 돌변하면서 남획과 포획은 곧 씨를 말렸다.


중국어선들의 잔악무도한 바다점령 횟수가 심할수록 항구 포구 사람들은 떠나고, 문닫는 가게들이 늘수 밖에 없다.

이렇다보니 외지 식객까지 조바심이 들수 밖에 없게 됐다. 그러나 최근 달라지고 있다. 고향을 떠나 객지에서 살아온 이들이 "더 늦기 전에 멋진 항구에서 살고 싶어졌다며, 아이들에게 도시풀장과 비교할 수 없는 바닷가에서 헤엄칠 수 있는 성장일기를 쓰게 해주겠다."는 겁니다.

바다가 보이는 골몰길은 이제 문화의 아이콘으로, 설거지통에 손한 번 집어 넣은 적 없는 깍쟁이, 새침떼기 처녀 총각들이 결혼해 항구의 바다내음에 매료돼 정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태생이 도시출신인 이들은 적당히 시끄럽고 적당히 조용한 남녘 항구 목포는 빠져 있다. 고즈넉한 정취가 풍기는 유달산은 마치 큰 수천만 년의 다듬어진 수석이다. 다도해를 품은 집 앞마당은 선상의 최고급 레스토랑이요 산토리니와 견줄 바가 아니다.

석양으로 물든 유달산과 삼학도와 다도해를 습작한 후 젊은피들이 다시 활기로 불어넣는 선창가 맛집의 달달한 생선회, 얼큰하고 시원한 매운탕, 오감을 흔드는 삼합, 입에서 녹아드는 갈치조림, 보는 것만으로 즐거운 낙지탕탕이는 어떠한가. "오메 좋은거~"

걸음거리가 빠르지 않아도 좋다. 어디를 가든 느긋하고 바쁘지 않는 항구다. 정감도 풍부하다. 삼시세끼 꼬박 꼬박 챙겨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항구의 특권이 얄밉거나 부끄럽지 않다. 재치 있고 통통 튀는 사투리가 솔직히 더 싱싱하다. 


여행자과 한 몸이 된 오색찬란한 작은 유람선은 항구에서부터 갈매기 몇 마리의 호위를 받으며 다도해 용머리, 고하도, 학섬, 갓바위, 목포대교를 돌아 섬 등대 불빛은 말없이 춤을 춘다.

이렇게 항구의 봄은 한창이다. 뭍에서 제법 자태를 뽐낸 꽃잎들이 바다로 나들이 나간다. 살랑살랑 내려앉은 꽃잎맛을 본 물고기 아가리들은 연신 크게 벌리며 꼬리를 힘차게 친다.


선창가 해안도로, 일주도로는 웃음도 꽃이다. 어부나 상인들에게 풍기는 바다내음도 생선냄새도 봄향기다. 선창이 살아야 한다는 것은 대한민국이 산다는 것.


운 좋게 물때 좋은 날엔 어선도 덩실, 갈매기도 덩달아 날개짓이 가볍다. 아침 해와 저녁 해가 다르듯 아름답게 뜨고 잠드는 건, 섬과 섬 사이 연륙교를 해와 달이 걸터 앉아 요리조리 달리는 봄처녀 치맛자락이 바닷바람 만큼 펄렁거린다. 이런 풍경을 보는 특혜(?)도 선창가다.


목포수협위판장 중개인들의 목소리도 가볍다. 새벽시간대에 2000여 상자는 제각기 제 몸값 뽑내는 경매가는 흥겹다. 아귀도 등장하고, 장대도 제법 실하다. 서울 사람들은 생소한 등테기가 올라왔고 간재미, 광어, 쥐치어, 가자미도 이웃사촌처럼 나란히 자태를 뽑낸다. 껄떡, 삼치, 갑오징어, 딱돔, 우럭도 수십여 마리가 옹기종기 모여 새주인을 기다린다. 참돔, 참농어, 병어 틈바구니에 중국으로 가지 않은 큰 집게를 벌린 꽃게는 매우 실하다.


귀하디 귀한 생선들이 밥상에 오를때 까지 이렇게 위판장에서 제 몸값을 받고 전국 팔도 맛집으로 떠난다.


지난달 만선을 기원하는 풍어제가 수산인의 시름을 덜어주는 유일한 것도 선창이 부지런해지고 북적거리는 것은 사람과 자연이 한곁 살았다는 증거다.

어서오시라, 항구 목포로, 아름다운 추억, 그리고 꿈꾸는 인생이모작 다시 설계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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