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유리벽, 늘어나는 충돌 무방비
야생동물 멸종되면 인간도 완전 소멸돼
모든 도심 건축물 중금속 덩어리 두 얼굴
한해 2천 마리 야생동물 고속도로서 죽아
환경부, 한해 유리벽 충돌 새 800만 마리
세계 물고기 이동의 날. 5월 24일 기념
[환경데일리 한영익 기자]모든 건축물은 사람중심의 편리함으로만 만들어진 도시세상이다.
21세기 도심 속, 아무리 덩치가 크고 화려해도 콘크리트 건물도 중금속 덩어리다.
도로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편리 간판만 추구하는 사람중심의 시스템으로 사실 야생동물들 어디로 가든 편안하고 안전한 곳은 극히 제한적이다.
야생동물의 이동은 자연의 질서이자 그들의 역사다.
올 봄도 두꺼비는 산란 시기에 물이 있는 습지로 이동하고, 고양잇과의 삵은 2~3km 정도를 이동하면서 생활하는 습성을 지니고 있다.
해질녘부터 활동이 활발해지는 고라니는 산기슭, 강기슭과 들판 등에서 두루 생활을 한다. 이처럼 동물들은 각각의 생태적 삶에 맞는 행동반경을 갖고 이동을 해야 한다. 야생동물들의 이동 습성은 오랜 시간에 걸쳐 각각의 생존 방식을 형성하면서 지구 생태계를 지속가능하도록 유지해 온 자연의 질서이자 그들의 역사다.
그런데 근현대에 들어서면서 야생동물들의 이동은 인간 활동 영역 확장의 영향을 받으며 사실상 생명을 건 모험이 됐다.
한국도로공사 자료에 따르면 한 해에만 2000 마리가 넘는 야생동물이 고속도로에서 죽는다. 고속도로 특성 상 비교적 큰 덩치를 가진 포유류만 조사가 되고 조류와 양서파충류 등은 거의 조사가 되지 않는 것을 생각하면, 이것은 '최소'수치다.
게다가 고속도로는 우리나라 전체 도로의 4%에 불과하다. 지방도나 국도의 경우는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는다.
4%를 제외한 나머지 96%의 도로에서는 동물들이 얼마나, 어떻게 죽어가고 있는지조차 파악이 되지 않고 있는 것.
우리나라 도로 길이는 10만km가 넘는다. 이렇게 많은 도로가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단절하고 있다. 도로 위 동물과 차의 만남은 피할 수 없는 일이 됐다.
서로를 언제 마주치게 될지 모르는 도로 위에서는 살기 위해 도로를 건너는 동물, 목적지를 향해 차를 타고 달려가는 사람 모두 위험하다.
새들의 눈은 인간과는 다르게 옆이나 뒤에서 쫓아오는 천적을 빨리 보기 위해 옆에 달려있어 바로 앞의 물체는 잘 인식하지 못한다. 새들은 평균 50km의 속도로 비행하며 날기 위해 뼈도 비어있고 두개골도 스펀지 구조로 돼 있다. 그래서 유리창 충돌이 발생하면 대부분 죽음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환경부의 연구결과 한해 유리벽 충돌로 죽어가는 새들은 800만 마리라고 알려졌다. 하루에 2만 마리의 새들이 죽어가는 것이다.
건물에 있는 사람들이 밖의 경관을 마음껏 볼 수 있고 도로의 소음을 막아주기 위해 유리벽이 많이 사용되는데 인간에게는 투명해서 좋은 유리가 새들에게는 피할 수 없는 죽음의 벽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는 물고기 이동의 날을 정해놓고 있다. 세계 물고기 이동의 날은 2014년 5월 24일 처음 전 세계 53개국에서 1000개가 넘는 조직 단체가 참여해 열린 강과 회유성물고기의 중요성을 다룬 세계적인 행사다.
이동하는 물고기 종은 수백만의 사람들을 위한 식량 공급 및 생계를 지원한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큰 위협을 받고 있는 이때 댐을 철거하고 하천 생태계를 복원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려는 논의와 활동이 세계 곳곳에서 활발해지고 있다.
물고기의 이동은 생명 본연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인간 중심의 하천 이용은 둑과 제방, 사방댐, 하천 직강화, 보와 댐, 하굿둑 등 다양한 형식으로 물고기 이동을 막고 있다. 댐과 정체된 수역이 만든 충격은 결코 생명이 어울리는 '생물다양성'을 지킬 수 없다. 지금이라도 곧은 하천 대신에 원래의 구불구불한 모습을 찾아야 한다.
하천의 침식, 운반, 퇴적이 자연스러워야 하다. 자갈, 모래, 점토가 고루 분포하고 여울과 소가 서로 어울려야 한다.
생명의 이동권,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성찰할 때다. 이유는 자연섭리의 기본이다. 인간만이 지구촌에서 살면서 곧바로 인류를 소멸되기 때문이다.
야생동물들은 인간의 일방적인 활동(개발과 이용 행위)에 의해 심각한 침해와 멸종 위협을 받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대규모의 개발에 포함하고 있는 야생동물 이동 통로, 어도, 대체 서식지 등은 행위자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면죄부에 불과할 뿐이다.
개발 대상지를 선정하고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대상지인 생물서식공간에 대한 인간 이외의 자연물의 권리는 고려되지 않다.
모든 것은 이미 결정되고, 그곳에 서식해 온 자연물은 다만 관리될 뿐이다. 자연에 대한 전통적인 인간 중심주의적 사고, 즉 인간과 자연을 주체와 객체로 구분하는 방식은 현대 환경 문제 발생의 간접적 배경이 되고 있으며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방점을 두는 해결 방법이 아닌 인간 중심적인 문제 해결 방식을 채택하는 한계에 놓일 수밖에 없다.
4월~5월은 야생동물의 로드킬이 많이 발생하는 시기다. 유리벽에 충돌하는 것만으로 하루에 2만 마리의 새들이 죽어가고 있다. 새 생명이 움트는 시기,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의 기록을 마주해야 한다. 다가오는 물고기 이동의 날, 땅과 하늘 바다와 그 속에 깃들어 사는 생명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공존을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