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오염토 정화 해결사 "정부와 국회뿐"

추진호 탐사보도국장 / 2020-10-06 15:33:12
을지로 극동공병단, 서빙고 501정보대 등
오염은 심각한데 그 원인 몰라라 비상식적
새로운 기지 제공하고, 오염까지 돌려받나
책임 정작 오염 원인자 미군에게 묻지 못해
피해자 국민의 세금으로 정화해야 위험성
SOFA 환경조항 "한국 환경법 존중한다"

[환경데일리 추진호 탐사보도 기자]"정부와 국회가 미군기지 환경문제 해결의 주체로 전면 나서야 한다. 미군기지 환경오염 정보를 상시적으로 공개하고, 사전 예방 및 오염자 책임의 원칙을 적용하라"

평택에 세계적인 규모의 기지를 건설·제공해주고, 전국에 흩어진 80여 개의 미군기지를 돌려받는 과정에서 오염까지 그대로 돌려받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반환을 앞둔 용산기지의 경우 오염조사 및 반환절차가 깜깜이로 진행되도 있는 현실에 비춰 볼 때, 국내 허용기준치를 수십 배 초과할 만큼 유류, 중금속으로 심각하게 오염된 땅의 책임을 정작 오염 원인자인 미군에게 묻지 못하고 피해자인 우리 국민의 세금으로 정화해야 하는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화하는데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물론이다.

현 SOFA 환경조항은 "미측은 한국의 환경법을 존중한다”(환경에 관한 특별양해각서)고 돼있어 구속력이 없으며, 환경오염에 대해서도 명시적인 오염치유 기준과 세부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아 번번이 한미 양측이 다른 해석을 내리고 있다는 것만 확인하는데 그치고 있다.

주한미군이 매번 오염정화의 책임을 회피하는데 사용하는 SOFA 환경조항 KISE(Known, Imminent, Substantial Endangerment to human health, 인체에 급박하고 실질적이라고 알려진 위험)과 같이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규정은 개정이 시급하다.

독일 SOFA처럼 국내법을 준수하도록 하는 등 환경오염 및 치유 기준을 명확하게 재설정해야 한다. 환경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상시적 점검과 정보의 공유가 우선돼야 하며, 사고 발생 이후에는 한국 정부와 지자체에 사고 현장 조사권이 보장돼야 할 것이다.

6일 국회 정문 앞에서 '​불평등한 한미SOFA개정 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에는 SOFA 개정의 필요성과 21대 국회 과제에 대해 이장희 불평등한 한미SOFA개정 국민연대 상임대표, 평화통일시민연대 상임대표, 김지혜 한국진보연대 자주통일국장, 신수연 녹색연합 정책팀장, 신은진(대진연 미군장갑차 추돌사망사건 진상규명단, 권정호 SOFA개정국민연대 집행위원장, 용산주민모임 등 30 여명이 참가했다.


현재 반환 절차를 밟고 있는 서울 용산 기지를 비롯해 미군기지 네 곳의 환경조사 보고서가 공개됐다. 입수된 환경조사보고서는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극동공병단, 용산구 서빙고동의 501정보대, 용산구 한남동의 니블로막사, 남산 종교휴양소 등이다. 시민들의 주거, 휴식 공간과 밀접한 곳임에도 네 곳 모두 토양지하수 오염이 심각한 상태로 드러났다.
 
청계천 바로 옆에 있는 을지로 극동공병단(FED Compound) 의 경우 토양오염물질 23개 항목에 대한 분석 결과 유류계열 오염성분인 석유계총탄화수소(TPH)의 최고농도는 10,871mg/kg(기준치 21배), 벤젠은 14mg/kg(기준치 14배)으로 확인됐다.

구리 890mg/kg(기준치 6배), 납 4273mg/kg(기준치 21배), 아연 2358mg/kg(기준치 8배) 등 중금속 오염 면적은 전체면적의 삼분의 일에서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광범위한 수준이다. 지하수에서도 석유계총탄화수소(TPH)가 기준농도의 약 200배(최고농도 317.2mg/L)로, 심각한 유류오염이 확인된다. 1951년부터 미육군 공병대 부지로 사용된 이 곳은 미군의 일상적인 업무 수행을 위한 식당, 막사, 주유소 뿐만 아니라 화학실험실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서빙고 초등학교 앞에 있는 501정보대는 비소, 구리, 납, 아연, 불소 등이 기준치의 2배~5배 수준으로 나왔다. 특히 최고농도 669mg/kg(기준치 1.5배)를 기록한 불소(F)의 경우 토양시료채취한 지점 6개 모두에서 오염기준치가 초과됐다. 전체 조사면적 5,114m2 중 90%가 넘는 4,710m2의 면적이 오염 기준치를 초과할 정도로 광범위하다.

남산 자락의 미군 종교휴양소 역시 지하수에서 기준치 380배가 넘는 석유계총탄화수소, 한남동의 니블로 배럭스에서는 기준치 15배의 석유계총탄화수소 (TPH)가 검출됐다.

반환 협상 절차 중인 미군기지 환경조사보고서가 공개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지금까지 미군기지 협상과정과 오염조사, 반환 이후 정화과정은 모두 밀실에서 진행됐다. 올 5월 용산미군기지에서 반환협상을 위해 개시된 공동환경평가절차와 환경조사 진행경과에 대한 시민단체의 정보공개청구를 정부는 비공개로 일관했다.

문제는 우리 국민이 사용해야 할 공간에 어떤 악성 오염물질이 스며들어 있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한 어떠한 함께 논의와 원인조차 알지 못하고 숨기기 급급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녹색연합은 6일 성명서를 내고, 알권리 차원에서라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정보공개에 나서서야 했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문제다. 그 어떤 이유로도 책임을 회피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번 서울 일대 미군기지에서 1군 발암물질 벤젠, 유류오염, 각종 중금속 등으로 오염의 정도와 양이 심각하지만 더 큰 문제는 정부 보고서에서조차 그 원인을 '추정'하고 있을 뿐이라는 점이다.

정보부대, 건물 관리계약 등의 사무실 용도로 사용했던 곳에서 어떤 이유로 비소, 아연, 불소 등의 중금속 오염이 발생했는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주한미군은 뻔뻔하게 최소 40년에서 70년간 사용한 공간의 이력과 사고, 기록에 대한 정보를 우리 정부에 제공하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도 주한미군에게 주권국으로서 상식적인 요구를 못하는 상황이다.

세계적인 규모의 미군기지를 새롭게 건설, 제공해주면서 그동안 사용한 기지의 오염 원인조차 정확히 모른 채 돌려받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정보접근권이 차단되고, 국내법 국제법의 통제를 받지 않은채 미군기지가 운용되는 상황을 용인해서는 안된다.

녹색연합은 정부와 국회는 이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하지말고 불평등한 한미SOFA조항 개정을 포함, 문제 해결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고 강력하게 촉구하고 행동으로 옮길 것으로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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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호 탐사보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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