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17년 만의 귀환, 파나마 황금개구리의 위태로운 발걸음

고용철 기자

korocamia@naver.com | 2026-03-20 02:43:43

치명적 곰팡이병 '항아리곰팡이'의 장벽에 막힌 재도입 사업… 생존율 30%의 냉혹한 현실


(C) ecoticias.com


파나마의 국가적 상징이자 평화와 행운의 마스코트인 '파나마 황금개구리(Atelopus zeteki)'가 멸종의 문턱에서 다시 야생으로 돌아오기 위한 눈물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지난 2009년 야생에서 자취를 감춘 지 약 17년 만에 시도된 대규모 재도입 실험은 희망과 과제를 동시에 남겼다.

100마리 중 30마리만 생존… '보이지 않는 살인자'의 습격
최근 파나마 스미소니언 열대연구소(STRI) 연구진은 알토스 데 캄파나 국립공원(Parque Nacional Altos de Campana) 내 통제된 야생 구역인 '메조코즘(Mesocosm)'에 인공 증식된 황금개구리 100마리를 방사했다. 이번 실험은 개구리들이 치명적인 항아리곰팡이(Batrachochytrium dendrobatidis, 이하 Bd)가 상존하는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첫 번째 단계였다.

그러나 결과는 참혹했다. 12주간의 모니터링 기간을 견디고 생존한 개구리는 단 30마리에 불과했다. 폐사한 개구리의 70%는 과거 파나마의 양서류를 초토화했던 항아리곰팡이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1980년대 후반 중앙아메리카에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곰팡이는 개구리의 피부에 침투해 전해질 균형을 파괴하고 심장마비를 유발한다. STRI의 로베르토 이바녜스(Roberto Ibáñez) 박사는 "항아리곰팡이는 이미 지역 생태계에 깊숙이 뿌리 내려 박멸이 불가능한 상태"라며 "곰팡이가 존재하는 환경에서 개구리가 스스로 적응해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이번 실험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독성 잃어버린 '황금 전사'… 천적 앞에 무방비 노출
질병 외에도 연구진을 괴롭히는 또 다른 난관은 개구리의 '무기 상실'이다. 야생의 파나마 황금개구리는 강력한 피부 독성을 지녀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 하지만 실험 결과, 약 20년간 수족관과 연구실에서 인공 사육된 개구리들은 이 독성을 더 이상 생성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야생 양서류의 독성은 주로 특정 먹이(곤충 등)를 섭취하며 축적되는데, 사육 환경에서는 이 과정이 생략되었기 때문이다. 이바녜스 박사는 "독이 없는 황금개구리를 방사하는 것은 포식자들에게 공짜 먹이를 제공하는 꼴"이라며 "개체들이 생애 주기 중 어느 단계에서, 어떤 경로로 독성을 획득하는지 밝혀내는 것이 향후 재도입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실험에서 살아남은 개구리 중 최종적으로 국립공원 야생으로 완전히 방사된 개체는 단 12마리뿐이었으나, 이후 추적 관찰에서 이들의 행방을 찾지 못해 생존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포기할 수 없는 상징"… 미래를 위한 다음 단계
비록 첫 실험 성적표는 저조하지만, 파나마 과학계는 희망을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연구팀은 성체 개구리뿐만 아니라 올챙이와 유생 단계의 개체들을 계곡에 직접 방사하여 환경 적응력을 높이는 후속 실험을 준비 중이다.

파나마 황금개구리는 단순한 생물 종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국가 관광 홍보물은 물론, 거리의 그라피티, 각종 기업의 로고로 사용되며, 최근에는 '남미 청소년 경기대회'의 공식 마스코트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한, 양서류는 모기 등 해충의 개체 수를 조절해 전염병 확산을 막고 농작물을 보호하는 생태계의 파수꾼 역할을 수행한다.

STRI의 호르헤 게렐(Jorge Guerrel) 연구원은 "황금개구리의 멸종 위기는 우리 생태계가 직면한 거대한 위기를 보여주는 경고등"이라며 "이들이 다시 야생에서 자유롭게 뛰노는 날까지 인공 증식과 적응 훈련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 과학계는 파나마의 이 작은 개구리가 항아리곰팡이라는 거대한 재앙을 뚫고 '황금빛 귀환'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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