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도 '절친'이 있다"…황소상어의 복잡한 사회적 관계 규명

고용철 기자

korocamia@naver.com | 2026-03-20 02:46:38

- 영국 엑세터·랭커스터 대학교 등 공동 연구팀, 피지 샤크 리프 보전구역서 6년간 추적 조사
- 단순한 포식자 넘어 인간과 유사한 '선택적 유대' 형성… 크기와 연령에 따른 체계적 네트워크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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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무법자이자 냉혹한 고독사로 각인되어 온 상어가 실제로는 인간만큼이나 복잡하고 정교한 사회 생활을 영위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황소상어(Bull Shark)는 단순한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특정 개체와 유대감을 형성하거나 의도적으로 상대를 피하는 등 고차원적인 사회적 선택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끼리끼리 모인다"… 상어 세계의 선택적 사교성
최근 국제 학술지 '동물 행동(Animal Behaviour)'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영국 엑세터 대학교와 랭커스터 대학교, 피지 상어 연구소(Fiji Shark Lab) 공동 연구팀은 피지 비카 섬 인근 '샤크 리프 해양 보전구역'에서 약 200마리에 달하는 황소상어를 6년 동안 정밀 추적했다.

연구팀은 상어들 사이의 물리적 거리, 나란히 유영하는 패턴, 그리고 특정 개체가 다른 개체를 이끄는 '리더-팔로워' 관계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황소상어들은 무작위로 섞여 지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몸집이 비슷한 개체와 지속적인 유대 관계를 맺는 '사회적 선호도'를 보였다.

연구를 주도한 나타샤 D. 마로시(Natasha D. Marosi) 박사는 "인간이 가벼운 지인부터 절친한 친구까지 다양한 관계를 맺고, 때로는 특정 인물을 피하기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황소상어들 역시 능동적인 사회적 선택을 한다"고 설명했다.

연령과 성별에 따른 정교한 네트워크 구조
이번 연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황소상어의 사회적 구조가 연령과 성별에 따라 뚜렷하게 구분된다는 사실이다. 연구팀은 조사 대상을 미성숙한 '아성체', '성체', 그리고 번식기를 지난 '고령 성체' 등 세 그룹으로 나누어 관찰했다.

분석 결과, 사회적 네트워크의 중심축(Core)을 담당하는 것은 성체 그룹이었다. 반면, 가장 어린 개체들과 가장 늙은 개체들은 상대적으로 네트워크의 외곽에 머무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생존 전략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어린 상어들은 포식자를 피하기 위해 주로 연안이나 강어귀에 머물며 사회적 노출을 자제하고, 고령 상어들은 이미 생존 기술을 충분히 습득했기에 더 이상 집단 생활을 통한 이득이 크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흥미로운 점은 성별에 따른 상호작용이다. 암컷과 수컷 모두 암컷과 소통하는 것을 선호했으나, 평균적인 연결망의 개수는 수컷이 더 많았다. 마로시 박사는 "수컷 황소상어는 암컷보다 몸집이 작기 때문에, 사회적 네트워크에 더 긴밀히 통합됨으로써 더 크고 공격적인 개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생존 전략을 취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학습과 생존을 위한 사회적 연대
상어들이 이토록 복잡한 사회를 형성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진은 사회적 유대가 사냥 기술 습득, 먹이 정보 공유, 짝짓기 기회 포착, 그리고 개체 간 갈등 감소 등 생존에 직결되는 다양한 이점을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특히 일부 대담한 아성체 상어들은 성체 상어들과 의도적으로 유대감을 형성하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이는 성체 상어를 일종의 '중재자'나 '스승'으로 삼아 사회적 네트워크에 진입하고, 그들로부터 고도의 생존 기술을 배우는 '사회적 학습'의 과정으로 풀이된다.

엑세터 대학교의 대런 크로프트(Darren Croft) 교수는 "우리는 이제야 상어의 사회적 삶을 진정으로 이해하기 시작했다"며 "상어는 결코 단순한 고독한 포식자가 아니라, 풍요롭고 복잡한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라고 강조했다.

해양 보전 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
이번 연구 결과는 단순히 생물학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멸종 위기에 처한 상어 보전 전략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랭커스터 대학교의 데이비드 자코비(David Jacoby) 박사는 "에코투어리즘이 활성화된 지역에서 장기적인 데이터를 통해 상어의 성장과 관계 변화를 관찰할 수 있었다"며 "상어의 사회적 구조를 이해하는 것은 효과적인 해양 보호 구역 설정 및 관리 정책 수립에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상어가 개별적인 존재가 아닌 긴밀하게 연결된 '사회적 공동체'라는 사실이 증명됨에 따라, 특정 개체군에 대한 포획이나 서식지 파괴가 전체 네트워크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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