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인공 천연가스’로 에너지 주권 선언… 글로벌 가스 위기 정면 돌파

고용철 기자

korocamia@naver.com | 2026-03-20 02:57:38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LNG 가격 폭등 속, 이산화탄소와 재생에너지를 결합한 ‘e-NG’ 플랜트 건설 추진… 2030년대 초 가동 목표


(C) Energia Estrategica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이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요동치는 가운데, 북유럽의 강소국 스웨덴이 화석 연료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낮추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 3월 19일(현지 시간), 스웨덴의 에너지 기업 OX2와 임업 협동조합 소드라(Södra), 그리고 에너지 개발사 TES(Tree Energy Solutions)는 공동 성명을 통해 스웨덴 서부 바르베리(Varberg) 반도에 대규모 ‘전자합성 천연가스(e-NG)’ 생산 플랜트를 건설하기 위한 상세 설계 단계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오염물질’에서 ‘연료’로… e-NG의 마법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인 ‘e-NG(electric Natural Gas)’는 탄소 중립 시대의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는 기술이다. 원리는 명확하면서도 혁신적이다.

우선, 소드라(Södra)가 운영하는 뵈뢰(Värö) 종이 펄프 공장에서 배출되는 ‘바이오제닉 이산화탄소(Biogenic CO2)’를 포집한다. 여기에 인근 풍력 및 태양광 발전소에서 생산된 재생에너지 전력을 활용, 수전해 방식으로 얻은 ‘그린 수소’를 결합한다. 이 두 물질을 화학적으로 반응시키면 기존 천연가스(메탄)와 성분이 동일한 합성 가스가 탄생한다.

이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은 ‘호환성’에 있다. 기존 천연가스 배관망과 산업용 보일러, 가스레인지 등 인프라를 전혀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생산 과정에서 화석 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기에 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에너지 전환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실무적인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2030년대 초 가동… 서부 가스 수요 15% 충당
계획대로 프로젝트가 진행된다면, 해당 플랜트는 2030년대 초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연간 생산 목표량은 약 1.2테라와트시(TWh)에 달한다. 이는 스웨덴 서부 지역 가스관 수요의 약 15%를 충당할 수 있는 규모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현재 스웨덴 가스 시스템 내에서 생산되는 무화석 가스 양을 단숨에 4배 이상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스웨덴 에너지청(Swedish Energy Agency)은 ‘산업 도약(Industrial Leap)’ 프로그램을 통해 약 1,680만 크로나(한화 약 21억 원)를 지원하며 이 프로젝트의 타당성 조사와 기술 설계를 뒷받침하고 있다.

중동발 에너지 위기가 앞당긴 ‘에너지 독립’
스웨덴이 이토록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위태로운 국제 정세가 자리 잡고 있다. 최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갈등 격화로 세계 최대 가스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글로벌 LNG(액화천연가스) 공급망은 마비 상태에 빠졌다.

카타르에너지(QatarEnergy)의 라스 라판(Ras Laffan) 단지 등 주요 생산 시설의 가동 중단 여파로 유럽 내 가스 현물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유럽연합(EU) 전체는 그간 비축해둔 지하 저장 시설 덕분에 당장의 고비는 넘기고 있으나, 비축량이 며칠 분에 불과한 영국 등 일부 국가는 도매 가격 폭등으로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국 내 생산 가능한 가스’는 단순한 친환경 정책을 넘어 국가 생존을 위한 안보 자산이 된다. 스웨덴의 시도는 외부의 지정학적 충격으로부터 산업 현장과 가계의 가스 요금을 보호할 수 있는 강력한 방어기제가 될 전망이다.

유럽의 에너지 실험실, 과제는 남아있어
유럽 전역은 바르베리의 시도를 ‘에너지 독립의 실험실’로 규정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화학 산업, 해운업, 대규모 열병합 발전 등 여전히 가스 연료를 필요로 하는 섹터에서 e-NG는 현실적인 탈탄소 해법이기 때문이다.

다만, 최종 투자 결정(FID)까지는 몇 가지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전문가들은 생산 원가의 핵심인 재생에너지 전력 가격의 안정성, 포집된 이산화탄소의 가격 경쟁력, 그리고 장기적인 수요 확대를 위한 규제 정립이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분석한다.

OX2와 소드라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는 이산화탄소를 단순히 폐기물이 아닌 자원으로 재정의하는 과정”이라며 “에너지 위기와 기후 위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e-NG는 이제 종이 위의 이론을 넘어 실제 엔지니어링 도면으로 구체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웨덴의 이번 도전이 화석 연료 시대의 종말을 앞당기고, 지정학적 리스크로부터 자유로운 ‘에너지 자립 시대’를 여는 이정표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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