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4천만 년 전의 기록, 멘도사의 화석이 밝혀낸 지구의 과거와 미래

고용철 기자

korocamia@naver.com | 2026-03-20 03:16:35

아르헨티나 CONICET 연구팀, 산타클라라 분지에서 중기 트라이아스기 식물 화석 연대 정밀 측정 성공


(C) Diario Uno


과거의 흔적을 통해 지구의 미래를 설계하는 고생물학계에서 기념비적인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아르헨티나 국립과학기술연구위원회(CONICET) 소속 연구진은 최근 멘도사 북부 산타클라라(Santa Clara) 하부 분지에서 발견된 식물 화석의 정밀 연대 측정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발견은 지질학적으로 기록이 매우 희귀한 시기의 생태계를 복원하는 결정적인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잊혀진 시대, ‘아니시안’의 봉인을 풀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화석이 발견된 지층의 연대를 ‘아니시안(Anisian)’기로 확정했다는 점에 있다. 아니시안기는 중기 트라이아스기의 시작을 알리는 시기로, 약 2억 4,700만 년 전에서 2억 4,200만 년 전 사이를 일컫는다.

지구 역사상 가장 거대한 멸종 사건인 ‘페름기-트라이아스기 대멸종’ 이후 생태계가 서서히 회복되던 이 시기는 그동안 지질학적 기록이 불충분하여 연구에 어려움이 많았다. 특히 아르헨티나를 포함한 남반구 지역에서는 이 시기의 정밀한 연대 데이터가 확보된 암석층을 찾기가 매우 힘들었다. CONICET 연구진은 멘도사 지역의 노두(Outcrop)를 분석하여 해당 화석들이 고대 환경 변화의 정점에 있었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해 냈다.

첨단 분석 기술과 융합 연구의 결실
이번 성과는 단순히 우연한 발견이 아닌, 수개월에 걸친 정밀한 실험실 분석과 필드 조사의 결과물이다. 멘도사 현지 및 국가 연구소의 과학자들은 다음과 같은 다각적인 분석법을 동원했다.

고식물학적 분석: 화석화된 식물의 구조와 형태를 통해 당시 서식했던 종의 정체와 생태적 특징을 규명했다.
비교 지질 연대 측정: 확보된 시료를 국제적인 지질학적 기록과 대조하여 오차 범위를 최소화한 절대 연대를 산출했다.
환경 복원 연구: 지층의 구성 성분과 식물 화석의 분포를 통합하여 2억 4천만 년 전 멘도사 지역의 기후와 습도, 토양 상태를 재구성했다.

연구팀은 “산타클라라 분지는 중기 트라이아스기 암석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정밀한 연대 측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전략적 요충지”라며, “이번 연구를 통해 이곳이 아르헨티나는 물론 전 세계 고생물학 연구의 새로운 기준점(Reference Point)이 되었다”고 강조했다.

대멸종 이후의 생명력, 인류의 미래를 비추다
이번 발견이 과학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단순히 ‘오래된 화석’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 식물 화석들은 거대한 행성적 변화와 기후 격변 속에서 생명이 어떻게 적응하고 진화했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이기 때문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아니시안기의 식물군 분석은 현대 지구가 직면한 기후 위기와 생태계 변화를 예측하는 데 중요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고대의 식물들이 급격한 환경 변화 속에서 어떻게 생태적 지위를 회복했는지 이해함으로써, 현대 식물 생태계의 회복 탄력성(Resilience)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역 과학의 힘, 세계적 수준의 연구 역량 증명
이번 연구는 아르헨티나 멘도사주의 지질학적 가치를 재발견함과 동시에, CONICET의 연구 역량을 전 세계에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멘도사 지역의 특수한 지형적 조건을 활용한 이번 성과는 고부가가치 지식 생산의 본보기로 평가받고 있다.

현지 과학계는 “멘도사에서 시작된 이 작은 식물 조각의 기록이 전 지구적인 생명 진화사의 빈틈을 메우고 있다”며, 향후 추가적인 발굴과 분석을 통해 더 놀라운 사실들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억 4천만 년 전의 초록빛 숨결이 현대 과학의 렌즈를 통해 되살아나고 있다. 멘도사의 황무지에서 찾아낸 이 귀중한 데이터는 우리가 어디서 왔으며, 지구가 어떤 변화를 거쳐 현재에 이르렀는지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 있다.

[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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