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민번호 대체 시스템 찾아야

윤경환 선임 기자

news@ecoday.kr | 2025-12-22 11:18:02

소비자주권시민회의, 25년 10대 뉴스
올해 소비자 권리 침탈 뻐아픈 한해
소비자 선택권 없고 개인정보 뒷전
쿠팡, SPC삼립, 심야배송, 마포소각장
SKT,롯데카드,가짜 AI광고, 단통법 폐지
중국 가전 후폭풍,대한항공 좌석편법

2025년 한 해는 소비자의 권리 침해와 구조적 문제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났다. 대표적으로 대통령에서부터 모든 국민들이 개인정보가 다 털리는 세상을 보여줬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올 한해 10대 뉴스를 선정해 22일 발표했다. 단통법 폐지로 촉발된 통신 시장 변화부터 통신·금융·유통·플랫폼 전반에 걸친 개인정보 유출, 공공정책과 기업 경영이 소비자에게 전가한 부담, 기술·환경·노동 이슈가 소비자 삶과 직결되는 방식까지 폭넓게 담고 있다.

주권시민회의측은 올해의 소비자 10대 뉴스는 시장 과점 구조, 규제 공백, 기업 책임 회피, 소비자 참여 배제라는 공통된 구조적 문제를 반복적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이 분개한 부분은 가격 인하와 편의 증대라는 명분 뒤에서 소비자 선택권은 없고 대신 개인정보를 멋대로 사고 팔려도 뒷전인 안전망 허술함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와 관련, 행정적인 큰 틀에서 새로운 개인정보 체계 개편과 주민등록번호 대신할 대책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기본적 서비스 품질은 충분히 보호받지 못했다. 소비자는 사후 보상의 대상으로 취급될 뿐 정책과 시장 결정의 주체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2025년 소비자 10대 뉴스'가 단순한 사건 기록을 넘어, 한국 사회에서 소비자 권리가 어디까지 와 있으며 무엇이 바꿔야 하는지 점검하는 기준점이 되기를 바란다. 

소비자 문제는 개별 불만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의 문제이며 공공정책과 기업 경영 전반에서 소비자 관점이 제도적으로 반영될 때 비로소 해결될 수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2025년에 대응한 사안을 중심으로 내부 선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2025년 소비자 10대 뉴스'를 선정했다.

10대 뉴스를 보면 ▲쿠팡 개인정보 참사 3370만 명 신상 유출 ▲SPC삼립 반복된 중대재해 ▲심야배송 전면 금지 논란 ▲서울시 공공소각장 갈등 ▲SKT 2300만명 개인정보 유출 ▲롯데카드 개인정보 등 대규모 유출 ▲가짜 AI 광고 급증 ▲단통법 폐지와 보완 입법 필요성 ▲샤오미·TCL 등 중국계 가전 후폭풍 ▲대한항공 프리미엄석 편법문제가 이름을 올렸다.

쿠팡 고객 3370만 명의 이름, 이메일, 전화번호, 배송지 주소, 주문정보 등 개인정보가 유출돼 주민등록 인구의 약 66%에 해당하는 초유의 보안 사고가 됐다.

국회환노위 소속 위원들이 포스코이앤씨 산재현장에서 근로자 대책을 촉구했다.

향후 스토킹, 보이스피싱, 주거침입, 가족·지인 사칭 등 심각한 2차 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민감한 정보라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2차 확산 차단, 피해 가능성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개별 통지, 장기 불안까지 고려한 실질적 보상책 마련을 촉구하면서 인증·접근통제·권한관리·보안관제를 '제로 트러스트'원칙에 전면 재정비하고 개선 과정을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5월 19일  여성 노동자가 작업 중 사망했다. SPC그룹은 안전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1000억 원을 재정투입한다고 했지만 실효성은 물거품이 됐다. 사실상 오너가의 산재에 대한 언론플레이만 강조할 뿐, 현장 근로자의 생명 존중은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부 여당은 공청회 등 강력한 대책을 촉구하는 법적 제재를 가하기 위한 움직임도 강행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6월에 고발장을 제출,  대표와 법인 SPC삼립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형사 고발했다. 이유는 반복되는 중대재해를 외면하는 기업에서 진정으로 소비자를 위한 제품이 나올 수 없다며 노동자·소비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법·제도 개선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과 택배노조 등이 참여한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 회의에서 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조가 '심야 배송 전면 금지'를 공식 제안한 사실이 알렸다. 약 2000만 명 소비자와 자영업자에게 미칠 영향 등을 두고 사회적 논쟁이 일어났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 문제와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새벽 배송 전면 금지가 물류 종사자·연관 산업 종사자까지 광범위한 피해를 낳고, 일부 노동자에게 일자리 상실·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권위는 2023년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보장을 위해 야간노동 한도·보호 기준 마련을 권고했을 뿐, 야간노동 전면 금지는 요청하지 않았다는 점이 강조된다.

2026년 1월 1일부터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된다.

공공 소각시설 확충과 입지 갈등이 수도권 전역의 핵심 현안으로 부상했다. 인천시·서울시·경기도·기후에너지환경부가 4자 협약을 통해 예정대로 26년부터 직매립 금지를 시행하되 안정적 처리체계 구축을 위한 예외 허용 기준을 별도로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핵심은 종량제 봉투 폐기물을 전량 소각하고 소각재만 매립하는 체제로의 전환이며 특히 서울·경기는 소각시설 확충 부담이 크고 인천시는 원안 시행을 강하게 주장해 왔다.

서울시는 마포 매립지 소각장 건립 추진은 행정 독주가 쓰레기 처리 공백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평택시는 주민협의체를 구성해 소각시설 상부 지붕 설치, 침출수 발생 원천 차단, 자체 침출수 처리시설과 내부 도로망 조성, 미디어파사드 운영 등 주민 요구를 협의로 갈등을 완화하는 사례를 보여줬다. 

소비자·시민단체는 환경부 주도의 광역 공공소각장 계획 수립을 촉구하고 있다. 친환경 생태교육장과 주민 편익 등 폐기물 반입 수수료의 30% 이내에서 조성되는 주민지원기금 등 인센티브가 수반되지 않으면 직매립 금지는 명분만 남고 현장 저항만 키울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4월 SK텔레콤은 유심 인증정보가 대규모로 유출돼 약 2300만 가입자의 이동가입자식별번호(IMSI), 단말기 고유번호(IMEI), 유심 인증키 등이 노출된 것. 

KT는 8~9월 경기 광명시 일대와 서울 영등포 등을 중심으로 30만~100만 원 규모의 휴대전화 소액결제 피해가 집단 발생해 통신망·인증체계 해킹 의혹이 제기됐다. 

LG U+는 내부 서버 관리용 권한계정관리시스템(APPM) 소스코드와 데이터베이스가 유출, 약 8938대의 서버 정보와 4만2526개 계정, 그리고 167명의 직원·협력사 실명과 ID까지 포함돼 유출로 통신망과 운영 시스템 자체가 연쇄 위협받았다.

9월 롯데카드에서 발생한 해킹 사고로 297만 명의 고객 개인정보와 200GB에 달하는 데이터가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결제상품명, 결제요청금액, 성별 등 개인정보가 포함, 28만 명의 카드번호·비밀번호·유효기간·CVC까지 유출돼 무단 결제가 가능할 수준의 피해가 발생했다.

가짜 AI 광고까지 급증해 심각한 사회적 혼란을 주고 있다.

SNS·동영상 플랫폼에서 인공지능이 생성한 가상의 의사가 흰 가운을 입고 등장해 건강기능식품·의약품을 추천하며 단기간 체중 감량, 면역력 강화에 탁월 등을 내세우는 광고가 확산하면서, 전문가 신뢰를 악용한 고도 기만 행위라는 비판이 거세다.

현행 법제는 AI 생성물임을 명시하도록 강제하는 규정이 없어, 식약처나 방통위 등이 단속을 벌이더라도 실질적인 제재에는 한계를 보인다. 내년초 시행되는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 기본법)'은 AI 기술의 건전한 발전과 안전한 활용을 위해 마련된 법으로 12월 국회 통과 후 2026년 1월 22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2014년 도입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11년의 시행 끝에 2025년 7월 22일부로 폐지됐다. 

폐지 후 통신사는 지원금 상한이 사라지고 유통점의 자율적인 추가 지원금 지급이 가능해져 경쟁 활성화와 소비자 혜택 증대가 기대되지만, 곧바로 소비자 혜택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에는 신중한 시각이 많다. 이통 3사의 과점 구조와 사실상 삼성·애플 중심의 단말기 시장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지원금 상한 폐지 이후에도 담합이나 고가 요금제 중심의 영업 관행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은 단통법 폐지와 함께 보완 입법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이다.

샤오미는 여전히 단 한 곳의 직영 AS센터 없이, 외주업체(SK네트웍스서비스 서비스엔)를 통해 전국 14개 지점만으로 사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정 규모 이상 제품을 판매하는 해외 브랜드와 대리판매 사업자에게 서비스센터 설립, 수리비 단가 표준화·공시 의무를 법으로 부과해 국내 소비자 보호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한항공이 9월 보잉 777-300ER 11대에 중간 클래스 개념의 프리미엄석을 도입해 기존 이코노미 배열을 3-3-3에서 3-4-3으로 바꿔 좌석 수를 291석에서 328석으로 37석 늘리는 구조 개편을 추진했다.

대한항공은 프리미엄석이 이코노미석보다 약 1.5배 넓다며 이코노미 정상운임의 110% 수준 요금을 책정했지만 실제로는 기존 이코노미석(너비 18.1인치, 앞뒤 간격 33~34인치) 대비 1.27~1.29배, 새로 도입되는 뉴 이코노미석(너비 17.1인치)과 비교해도 1.35~1.37배에 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코노미석은 227석에서 248석으로 21석이 늘어나는 대신, 좌석 너비가 18.1인치에서 17.1인치로 약 2.54cm 줄어 승객 불편과 피로 누적 우려가 제기됐다.

공정위는 2022년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합 승인 시, 기내 좌석 간격 등 서비스 주요 내용이 2019년보다 불리하게 변경되는 행위를 시정조치 위반으로 의결하고 우회적 방식의 불이익 변경까지 금지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선정한 '2025년 대한민국 소비자 10대 뉴스'는 한국 사회의 시장과 제도가 소비자를 어떤 위치에 놓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종합적 지표다. 통신·금융·플랫폼 개인정보 유출, 단통법 폐지, 공공소각장 갈등, 노동 안전 문제와 가짜 AI 광고까지 올해의 주요 이슈들은 서로 다른 영역에 걸쳐 있지만 공통적으로 규제 완화 이후 소비자 보호가 충분히 따라오지 못했다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

이번 10대 뉴스가 단순한 문제 제기를 넘어 소비자 권리를 시장과 정책의 중심에 놓는 전환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공정한 시장은 경쟁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안전, 투명성, 책임, 그리고 소비자의 실질적 참여가 보장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시장이 가능하다. [환경데일리 = 윤경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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