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는 폭탄 ‘토양 황폐화’... 전 세계 16억 명의 생존을 삼키다
고용철 기자
korocamia@naver.com | 2026-03-02 14:5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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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토양 황폐화가 심화되면서 인류의 생존을 지탱하는 식량 안보에 비상이 걸렸다. 단순히 기술적 경고 수준을 넘어, 농작물 수확량을 갉아먹고 공동체를 붕괴시키는 ‘소리 없는 폭탄’이 가동된 셈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최근 전 세계 16억 명에 달하는 인구가 취약한 농업 지역에서 토양 황폐화의 직접적인 위협을 받고 있다고 발표했다.
토양 황폐화, 인류를 향한 거대한 경고
지난 2월 24일, 콜롬비아 카르타헤나에서 개막한 ‘제2회 국제 토지 개혁 및 농촌 개발 컨퍼런스(ICARRD+20)’에서 FAO의 수석 경제학자 막시모 토레로(Máximo Torero)는 충격적인 지표를 제시했다. 토레로 박사는 “현재 토양 황폐화는 16억 명이 거주하는 지역의 농업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있으며, 전 세계 토지 중 공식적으로 문서화된 토지는 35%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토양 황폐화는 토양 침식, 염류화, 압축, 유기물 손실 및 사막화 등을 포함하는 복합적인 과정이다. 이러한 현상은 토지가 식품을 생산하고 물을 보유하며 탄소를 저장하는 본연의 능력을 상실하게 만든다. 주요 원인으로는 무분별한 삼림 벌채, 과도한 농경지 착취, 화학 농약의 오용, 과잉 방목 등이 꼽힌다. 여기에 기후 변화로 인한 가뭄과 홍수가 가속화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토지 소유권의 불확실성이 부른 투자 위축
이번 보고에서 주목할 점은 토양 황폐화가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사회 경제적 불평등’과 직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토레로 박사에 따르면 전 세계 성인 인구의 약 23%인 11억 명 이상이 자신의 토지 소유권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자신의 땅을 언제든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은 토양 복원, 수자원 관리, 지속 가능한 농업 방식에 대한 투자를 저해합니다. 이는 곧 신용 대출과 보험 등 금융 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여 빈곤의 악순환을 만듭니다.”
특히 여성 농업인의 처우는 더욱 열악하다. 여성이 소규모 생산자의 절반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농지의 단 15%만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성별 격차는 생산성 저하와 사회적 취약성을 강화하는 고질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50년의 암울한 전망... "인도 면적 2배의 땅이 사라진다"
FAO는 현재의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50년까지 전 세계가 직면할 농지 부족분은 인도 면적의 두 배에 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전 지구적인 식량 공급망의 붕괴를 의미한다.
그러나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토레로 박사는 “황폐화된 농경지의 단 10%만 복원하더라도 매년 1억 5,400만 명의 인구를 추가로 부양할 수 있는 식량을 확보할 수 있다”며 즉각적인 행동을 촉구했다. 이를 위해서는 안전한 토지 점유권 보장뿐만 아니라, 효율적인 규제, 적절한 인센티브, 금융 지원 및 강력한 제도적 역량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글로벌 협력과 지속 가능한 미래
이번 카르타헤나 회의는 2006년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레에서 열린 1차 회의 이후 20년 만에 개최된 행사로, 농민의 토지 권리 확립을 통한 구조적 불평등 해소를 핵심 의제로 다루고 있다. 5일간 진행되는 이번 회의에서 전문가들은 토지 이용 규제, 영토 계획, 농식품 체계 강화 방안을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토양은 한 번 파괴되면 복구에 수백 년이 걸리는 비재생 자원이다. 전문가들은 지속 가능한 농업 관행의 확산과 더불어, 국가적 차원에서의 강력한 토지 보호 정책이 실행되어야만 다가올 식량 재앙을 막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16억 명의 생존이 걸린 이 ‘조용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의 이목이 콜롬비아로 향하고 있다.
[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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