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20년 만의 귀환… 파나마 황금개구리, 다시 야생의 품으로

고용철 기자

korocamia@naver.com | 2026-03-02 15:02:07

스미소니언 연구소, 유전자 보존 개체 야생 방사 개시 치명적 곰팡이병 극복 위한 '단계적 적응' 전략 도입 생태계 복원 및 피부 독성 회복 여부 등 핵심 데이터 확보 주력


(C) Ecoosfera


파나마의 국가적 상징이자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희귀한 양서류 중 하나로 꼽히는 ‘파나마 황금개구리(Atelopus zeteki)’가 야생에서 자취를 감춘 지 약 20년 만에 고향인 열대우림으로 돌아왔다.

파나마 스미소니언 열대연구소(STRI)는 최근 항아리곰팡이병(Chytridiomycosis)으로 인해 야생에서 절멸했던 황금개구리 수백 마리를 서식지에 단계적으로 방사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개체 수 증식을 넘어, 멸종 위기 양서류의 야생 재도입을 위한 과학적 이정표가 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항아리곰팡이병의 습격과 20년의 기다림
찬란한 노란색 피부에 검은 반점을 지닌 파나마 황금개구리는 과거 파나마 중부 고산 지대의 계곡 근처에서 흔히 발견되던 종이었다. 그러나 2004년, 양서류의 피부 호흡을 막아 폐사시키는 치명적인 ‘개구리 항아리곰팡이’가 파나마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비극이 시작됐다.

2004년 엘 발레 데 안톤(El Valle de Antón) 지역까지 침투한 곰팡이는 불과 몇 년 만에 황금개구리 개체군을 초토화했다. 2009년 이후 야생에서 공식적인 목격 기록이 완전히 사라지자, 학계에서는 사실상 ‘야생 절멸(Extinct in the Wild)’ 상태로 간주해 왔다.

이에 스미소니언 열대연구소와 파나마 양서류 구조 및 보존 프로젝트(PARC)는 멸종 직전의 개체들을 수집해 실험실 내 유전자 보존 및 증식에 사력을 다해왔다. 이번 방사는 20년에 걸친 인공 증식 노력의 결실이다.

'메조코즘' 활용한 단계적 방사 전략
연구팀은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와 여전히 잔존하는 곰팡이 위협을 최소화하기 위해 '메조코즘(Mesocosm)'이라 불리는 특수 야외 사육장을 활용했다. 1단계로 방사된 100여 마리의 개구리들은 실제 야생과 유사한 환경을 갖춘 이 차단 시설에서 12주간 적응 기간을 거쳤다.

조사 결과, 방사된 개체 중 약 70%가 항아리곰팡이병으로 인해 폐사했다. 수치상으로는 높은 폐사율이지만, 연구팀은 이를 '실패'가 아닌 '핵심 데이터 확보'로 규정했다. PARC의 책임자인 로베르토 이바녜스(Roberto Ibáñez) 박사는 "이번 시험 방사를 통해 질병의 감염 역학과 야생 먹이를 섭취한 개구리들이 포식자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피부 독성을 어떻게 다시 형성하는지에 대한 귀중한 정보를 얻었다"고 밝혔다.

스미소니언 보존생물학 연구소의 브라이언 그랫윅(Brian Gratwicke) 박사 또한 "기후 모델에 따르면 곰팡이가 번식하기 어려운 고온의 '기후 피난처'를 찾는 것이 관건"이라며, "이번 데이터를 바탕으로 향후 더 유리한 기후 조건을 갖춘 지역에 추가 방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양서류 복원의 희망, 연쇄적 성공 기대
황금개구리의 복귀에 앞서 파나마에서는 이미 긍정적인 신호들이 포착되고 있다. 2025년 초, 스미소니언 연구소의 열대 양서류 연구 이니셔티브(TARI)를 통해 '왕관나무개구리(Triprion spinosus)', '프랫로켓개구리(Colostethus pratti)', '레무르잎개구리(Agalychnis lemur)' 등 3종이 먼저 야생으로 돌아갔다.

특히 레무르잎개구리는 예상치를 뛰어넘는 높은 생존율을 보이며 서식지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선행 사례들은 황금개구리의 야생 정착 가능성을 높여주는 고무적인 지표가 되고 있다.

문화적 아이콘의 귀환, 그 이상의 의미
파나마에서 황금개구리는 단순한 동물을 넘어 행운의 상징이자 국가적 정체성의 일부다. 매년 8월 14일을 '황금개구리의 날'로 지정해 기념할 만큼 국민적 애정이 각별하다. 전문가들은 황금개구리의 복귀가 파나마 생태계의 건강성을 회복하는 것은 물론, 기후 변화와 질병으로 고통받는 전 세계 양서류 보존 사업에 희망의 메시지를 던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과제는 여전하다. 야생에 남아있는 항아리곰팡이의 위협을 완전히 제거할 방법이 아직 없기 때문에, 방사된 개체들이 자연 선택을 통해 스스로 면역력을 갖추거나 질병과 공존하는 법을 터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20년 만에 다시 파나마의 계곡에서 들려올 황금개구리의 울음소리에 전 세계 과학계와 환경 보호론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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