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친환경 모빌리티의 역설: 폭발적 성장세에도 여전히 '미미한' 점유율

고용철 기자

korocamia@naver.com | 2026-04-09 17:59:59

- 2025년 하이브리드 63%, 전기차 86% 급증… 산업 지형도 변화의 서막
- 전체 차량 중 비중은 0.5% 불과, 인프라 및 수입 의존도가 과제로 남아


(C) ecoticias.com


아르헨티나 자동차 시장에 친환경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최근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내 전기차(EV) 및 하이브리드차(HEV) 판매량이 전례 없는 속도로 급등하며 모빌리티 전환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하지만 이러한 비약적인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실질적인 비중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어 구조적 변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25년 한 해 동안 아르헨티나의 친환경차 시장은 기록적인 수치를 달성했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전년 대비 63.3% 증가한 76,192대가 판매되었으며, 순수 전기차의 경우 무려 86.6%라는 경이적인 성장률을 기록하며 2,901대가 도로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러한 화려한 백분율 뒤에는 차가운 현실이 도사리고 있다. 아르헨티나 전역에 등록된 전체 차량 1,570만 대와 비교했을 때, 친환경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단 0.5%에 불과하다. 이는 아르헨티나의 모빌리티 모델이 여전히 화석 연료 기반의 전통적인 내연기관에 압도적으로 의존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즉, 판매량은 '급증'하고 있으나 시장의 주류로 편입되기에는 질적·양적 축적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이 같은 가파른 성장세의 배경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우선 소비자들 사이에서 환경 보호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친환경 모빌리티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아졌다. 여기에 더해, 지속되는 글로벌 경제의 변동성과 연료 가격의 불안정함이 소비자들로 하여금 장기적인 유지비 절감이 가능한 전동화 차량으로 눈을 돌리게 만든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의 적극적인 신모델 출시와 특정 지역에서 시행 중인 세제 혜택 등 정책적 인센티브가 맞물리며 지속 가능한 이동 수단에 대한 접근성을 높였다.

현재 아르헨티나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토요타(Toyota)와 포드(Ford) 등 글로벌 브랜드의 수입 모델들이다. 하이브리드 차량의 절대다수가 해외에서 생산되어 유입됨에 따라, 아르헨티나 국내 산업의 자생적인 생태계 구축은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높은 수입 관세와 환율 변동성은 여전히 일반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선택하는 데 있어 큰 경제적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희망적인 소식도 있다. 지난 2024년 9월, 글로벌 완성차 그룹 스텔란티스(Stellantis)가 엘 팔로마르(El Palomar) 공장에서 푸조 208 및 2008 하이브리드 모델의 현지 생산을 시작하며 산업 국산화의 첫발을 뗐다. 비록 현재 생산 물량의 상당 부분이 인근 국가인 브라질 수출용으로 배정되어 있어 국내 시장에 미치는 즉각적인 영향력은 제한적이지만, 이는 아르헨티나가 단순 소비처를 넘어 친환경차 생산 거점으로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받는다.

전문가들은 아르헨티나가 진정한 의미의 모빌리티 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판매량 증가 이상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충전 인프라의 확충이다. 수도권에 집중된 충전 시설을 전국 단위로 확대하지 않는 한 전기차의 대중화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또한,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 보조금 정책을 친환경차 구매 보조금 및 인프라 투자로 전환하는 거시적인 정책 설계가 요구된다. 아르헨티나 자동차 산업 관계자는 "현재의 성장은 변화의 시작일 뿐"이라며, "정부의 장기적인 로드맵과 민간 투자가 맞물려야만 0.5%의 벽을 깨고 진정한 친환경 도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결론적으로, 2026년 현재 아르헨티나는 내연기관의 시대에서 전동화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정점에 서 있다. 판매량의 급격한 우상향 곡선이 언제쯤 도로 위 실질적인 변화로 체감될 수 있을지, 전 세계 자동차 업계의 이목이 남미의 이 거대 시장으로 쏠리고 있다.

[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 환경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