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3367만 건 유출 책임 이행하라

고용철 기자

korocamia@hotmail.com | 2026-02-23 18:34:29

3367만 건 개인정보 유출…원인 '부실한 관리체계'
저장된 3000건만 유출 주장…소비자 피해 축소 시도
정당한 국내법 절차 대신 외교‧통상 압박 기준 위협

쿠팡 고객 정보 유출은 역대급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쿠팡은 국내에서 수익을 챙기면서 정작 법적 문제를 미국 내에서 여론전으로 공작을 펴고 있어 비난 받고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민관합동조사단은 지난해 11월,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에서 약 3367만 건의 개인정보가 유출을 공식 확인했다. 

같은 날, 쿠팡의 모회사인 쿠팡Inc는 약 3300만 명의 개인정보에 대한 부적절한 조회(접근)가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만분의 1' 수준인 약 3000건의 피해 규모만을 강조하는 파장을 왜곡하고 축소하는 소위 물타기 작전으로 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한 법령의 해석·적용 권한은 관할 행정 당국에 있어 최종적인 판단 권한은 우리 법원에 있다.

조사단은 현행 개인정보 보호 법제의 해석 기준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고시 '표준 개인정보 보호지침'에 따라 개인정보가 개인정보처리자의 '관리‧통제권'을 벗어나 권한 없는 제3자가 그 내용을 알 수 있는 상태에 이른 이상 '조회' 역시 법적으로 '유출'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확히 밝혔다.

향후 개인정보위의 최종 유출 규모를 확정시 조사단이 확인한 3367만 건의 유출 규모가 3000건 수준으로 축소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나아가 쿠팡이 개인정보위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이러한 법적 판단이 번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쿠팡이 종래와 같이 저장된 3000건의 피해 규모를 반복 강조하는 것은 나름의 전략적 판단에 따른 대응으로 보인다.

우선, 유출 규모를 축소 공표함으로써 대규모 유출에 따른 사회적 비난과 법적 책임의 무게를 완화하고자 하는 것. '3367만 건'이라는 규모의 상징성과 파급력을 '3000건' 수준으로 낮추고 '조회'와 '저장'을 구분함으로써 사태의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희석(피하기와 피해보상 축소 의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토대로 우리 정부의 조치가 과도하거나 차별적이라는 인상을 형성할 수 있다.

실제 이미 일부 투자사들이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절차(ISDS) 제소와 미 무역대표부(USTR) 청원을 제기했고 미 하원 법사위원회 청문회까지 예고된 상황에서 축소된 수치를 앞세워 우리 정부의 대응을 과잉 조치로 부각시키려는 시도를 계속 반복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정보주체인 소비자의 개인정보 보호와 개인정보처리자인 쿠팡의 관리 책임에 있다.

만일 '조회(접근)된 3367만 건'이 아니라 '저장된 3000건'만을 개인정보 유출로 본다면 이는 필연 우리 사회의 개인정보 보호 기준을 후퇴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디지털 정보는 일단 권한 없는 접근이 이뤄진 이상 복제‧이동‧재유통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데, 개인정보처리자의 관리 소홀 등에도 불구하고 '저장' 건수나 '2차 피해' 발생 증거를 기준으로 개인정보 유출 책임을 한정하는 것은 정보주체의 개인정보에 대한 권리와 개인정보처리자의 관리 책임을 과도하게 축소하는 해석이기 때문이다.
 
당국의 조치에 이의가 있다면 행정소송 등 국내 법체계가 마련해 놓은 절차를 통해 정당하게 다퉈야 한다. 이를 사회적 여론 형성이나 외교‧통상 압박을 통해 해결하려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며, 문제 해결 의지가 없음을 드러내는 처사이다.

외교‧통상 압박의 흐름 속에서 쿠팡의 책임이 완화되거나 피해에 대한 회복 조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는 소비자들의 분노와 불신을 더욱 증폭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이번 쿠팡의 대응과 관련,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저장 건수'를 앞세운 자의적인 피해 축소 시도 중단, 수천만 소비자의 불안과 잠재적 위험 외면한 무책임한 태도, 외교적 압박 시도 중단과 국내 사법 절차에 성실히 책임 이행을 촉구했다. 또 미국 내 매출이 전무한 기업이 미국 정계에서 대규모 로비 활동을 전개해 우리 정부의 법 집행을 문제 삼는 건 책임 있는 문제 해결 방식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 규모를 둘러싼 소모적 논쟁과 대외적 압박을 통해 책임을 축소하려는 시도 중단과 법과 원칙에 따른 책임 있는 행동으로 피해 소비자들에 대한 실질적 배상과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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