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솔루션, 전기판매 독점 시장 강제주의
한전 전기판매사업자 지위 독점 법적 지적
1단계 발전경쟁 도입 구조개편 지금껏 중단
"현재 전기판매시장 이미 법적 개방돼 있어"
MB정부, 박근혜 정부도 공기업 민영화 무산
전력거래소 한시 운용, 20년째 임시 상태
개편목적, 2050 탄소중립 재생에너지 확대
[환경데일리 김영민 기자]탈원전 시대에 접어든 상황에서 국내 전력산업 구조는 기형적이다. 이런 형태는 검찰이 월성1호기 영구폐쇄 결정에 따라, 행동에 나서면 불을 지피고 있다.
2001년에는 발전시장에 10개의 발전사업자가 존재했다. 2020년 기준 4000개를 돌파해 2001년 대비 400배로 늘었다. 그중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가 97%인 3868개를 차지한다. 발전사업자는 폭발적으로 늘어난 데 비해 이를 전기사용자에게 제공하는 판매사업자는 여전히 한전 1개뿐이다.
제조와 도매업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는데, 상품을 소비자에게 유통하는 방법은 사실상 하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1993년부터 시작해 오랜 검토과정을 거쳐 1999년 1월 확정한 전력산업 구조개편 기본계획으로 대변된다.
기본계획의 내용은 발전·송전·배전·판매가 한전 한 곳에서 한꺼번에 이뤄지던 것을 분할, 발전·송전·배전·판매부문을 각각 다른 회사로 나누고 전력시장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기가 공급되도록 하는 것. 약 10년에 걸친 3단계의 절차로 구성됐다. 하지만 로비와 권력의 중심이 흔들리면서 1단계 발전경쟁 도입을 끝으로 구조개편이 중단됐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구조개편 계획의 일환으로 2000년 12월 23일 전기사업법이 전부 개정되고, 한전의 발전부문 분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전력산업구조개편촉진법이 제정됐다.
이에 2001년 4월 한전의 발전부문이 6개 회사로 분할돼 한전이 지분을 100% 소유한 한전의 자회사가 됐다. 2001년 비영리 특수법인인 한국전력거래소가 설립, 전력시장 및 전력계통 운영 업무를 담당하게 됐다. 전력시장은 강제풀(Compulsory Pool)이면서 변동비반영 시장(Costbased Pool) 형태로 개설됐다.
▲한국전력시장 구조 |
이후의 전력산업 구조개편 작업은 한전 발전자회사의 민영화 반대에 부딪혀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멈췄다. MB정부, 박근혜 정부도 공기업 민영화, 혹은 한전 판매부문 개방 등을 추진하려 했으나 무산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때마침 기후솔루션은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대한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 핵심은 재생에너지의 유통을 어렵게 만드는 우리나라의 도매·소매 전력시장의 문제점 진단과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한전은 전기판매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한전의 독점 해체와 시장을 완전 개방하려던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진행중 도중 중단된 점은 '우리나라 전기판매시장은 법적으로도 개방돼 있는가', '법률의 규정이 다른 판매사업자의 허가를 막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문이 식지 않고 있다.
▲국내 전력산업 구조 |
중요한 포인트는 현행 법률상 한전에 유일 판매사업자로서의 지위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고 못을 박았다. 깊숙히 들려다보면, 2000년 전기사업법 개정 당시 개정법 및 시행령은 부칙으로 3년간 한전 이외 개인 또는 법인의 전기판매사업 허가를 금지했다.
3년의 기간은 2004년 만료했다.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단계적 계획에 따라 배전부문과 전기판매부문이 분할되기 전까지 한전의 전기판매사업 독점체제를 한시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판매경쟁을 유예한 것.
참여연대, 에너지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의 당초 계획은 법에서 전기판매사업 허가 제한 이유는 새롭게 도입한 전력시장이 안정된 후에 소매경쟁을 도입해 전력시장을 단계적으로 개편하기 위해서였다.
한국의 소매 전력시장인 전기판매시장은 사실상 한전이 독점하고 있어 민간차원에서 소매시장에서의 경쟁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한전 외의 전기판매사업 허가를 제한했던 전기사업법과 동법 시행령 부칙 각 제3조는 효력을 다해 현재 한전의 독점적 지위를 보장하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 경쟁도입 정도에 따른 전력시장 형태 |
법령상 전기판매시장은 이미 개방돼 있다. 다만 전기사업 허가에 관한 세부기준을 정한 산업통상자원부 고시가 판매사업에 관한 사항은 규정하지 않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허가를 신청해도 받을 수 있을지 여부를 예측하기 어렵다. 보다 다양한 전기판매사업자를 통한 재생에너지의 유통이 가능하게 하기 위해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모양이 빠진 전력산업은 발전시장의 경쟁을 제한하는 가장 큰 장애물은 도매전력거래를 한국전력거래소에서만 하도록 강제하는 모순때문이다.
전력시장 강제주의는 발전시장의 정착을 위해 한시적으로 운용할 제도였으나 20년째 그러한 임시적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제3단계 소매경쟁 단계 현재 중단됨 |
오히려 RE100을 원하는 대규모 전기소비자의 헌법상 자기결정권과 가격변동의 위험에 대비하려는 전기사업자의 영업의 자유와 계약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 결국 폐지까지 고려해야 할 때가 왔다는 점이다.
2000년대 초반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진행하던 중 멈춘 상태로 비효율이 누적돼 왔다. 대부분 OECD국가의 도매와 소매 전력시장은 우리나라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재생에너지의 유통이 가능하다.
기후솔루션은 하루속히 낡은 전력산업에 대한 규제를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제전력시장 외 전력 거래가 가능한 경우를 보면 ▲전력거래소 운영한 전력계통 미연결 도서지역 ▲1000kW 이하 신재생에너지 발전전력 ▲2000년 전기사업법 개정 이전 한전과 전력수급계약 체결 민간발전 ▲구역전기 사업자와 자가용전기 설비 설치자 경우 일정한 요건에 선택적 전력거래소를 통한 거래가 허용된다.
만약, 전기사업법상 이들은 전력거래소를 통하지 않고 한전과 직접 거래할 수 있도록 예외가 인정되지만, 그 거래가 전체 전력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로 매우 낮다.
기후솔루션은 단호하다.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위해서도 재생에너지가 확대돼야 하고, 이를 위해 현행 전력시장의 개편이 필요하다. 이 보고서는 재생에너지 유통을 어렵게 만드는 우리나라의 도소매 전력시장의 법적인 현황을 살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분산형이면서 가변적인 재생에너지 특성을 고려하면, 보다 효과적이고 안정적인 유통을 위해서는 현행 경직된 전력시장엔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하나의 포인트는 소매 전력시장의 경우 한전이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한전의 독점적 지위가 법에서 정한 것으로 오해하고 있으나 관련 법령(전기사업법)을 들여다보면 한전의 독점을 보장하는 규정은 없다. 그럼에도 발전사업과 달리 전기판매사업 허가에 대한 세부규정조차 존재하지 않아 전기판매사업을 희망하는 사람이 소매 전기판매사업 허가를 신청해도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이러한 한전의 독점은 재생에너지 유통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전력시장 강제주의는 발전시장 정착을 위해 한시적으로 운용될 제도였지만, 20년째 임시적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감히 누구도 손을 못되고 있다. 이러한 제도는 재생 에너지만을 소비해 RE100을 추구하려는 소비자인 기업과 안정적인 수준에서 영업의 자유와 계약의 자유를 누리고 싶은 일반 전기사업자의 기본권을 침해할 위헌적인 소지가 있는 제도다.
대부분 OECD 국가가 수직결합 독점방식으로 운영하던 기존의 전력산업을 개편해 도·소매 전력시장을 통해 경쟁을 도입하면서 재생에너지를 보다 잘 수용하고 유통하고 있다는 점 역시 중요 포인트다.
특히 우리나라도 조속히 낡은 전력산업에 대한 규제를 탈피해야 한다. 지금까지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진행 도중 중단됐다고 해도 현행 전기사업법상 전력시장의 전기판매사업 허가가 불가능하거나, 법령에서 한전의 판매독점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즉, 현재 전기판매시장은 이미 법적으로 개방돼 있는 것이다. 다만 전기판매사업을 허가한 선례가 없고, 허가의 세부기준이 구체화돼 있지 않아 허가를 받을 수 있을지 여부를 예측하기 어렵다.
따라서 소매 전력시장에 경쟁을 도입해 경직된 전기판매시장에 활력을 부여하려면 현재 발전사업에 대한 세부기준만을 정하고 있는 '발전사업세부허가기준, 전기요금산정기준, 전력량계허용오차 및 전력계통운영업무에 관한 고시'를 개정해야 한다. 물론 전기판매사업에 관한 사항을 추가하는 등 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