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 살포 조류 집단 폐사, 엄중 감시중
충남 아산 야생오리류 집단폐사 분석결과
카보퓨란 농약중독 확인, 중대 범죄행위
환경부, 자연생태계 존중해야 함께 공존
[환경데일리 문종민 기자]겨울 철새들이 위태롭다.
매년 찾아오는 쇠기러기, 독수리를 비롯해 수십여 종의 철새들이 먹이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철새들에게 닥친 악재는 농지가 사라지거나 농지에 외부 흙을 덮는 복토작업이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조류독감 AI, 구제역, 아프리카 열병 발병을 철새 탓으로 인식한 가운데, 철새가 많이 모여드는 지역주민들이 고의로 농약을 뿌려 철새를 내쫓거나 죽게 하고 있다.
매년 반복되고 있는 가운데 환경부와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지난달 초 충남 아산시 인주면에서 발생한 야생오리류 100마리의 집단 폐사의 직접 원인도 농약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철새들의 설 자리가 매년 여러형태로 먹이활동 공간이 줄거나 아예 사라져 줄어들고 있다. |
철새 사체에서 나온 농약은 카보퓨란(Carbofuran)의 한 독극물질로 철새들이 먹이활동중 같이 먹어서 중독으로 조사됐다.
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폐사체 28마리를 부검해 소낭에서 소화되지 않은 볍씨가 발견됐는데 모든 폐사체에서 살충제로 사용되는 카보퓨란이 고농도(평균 25.191 mg/kg)로 검출됐다. 카보퓨란의 치사량(2.5~5.0mg/kg)을 상회하는 매우 고농도 값으로, 야생조류의 생존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영국작물생산위원회(BCPC)에서 제공하는 카보퓨란 치사량은 단위 무게 1kg당 2.5~5.0mg이다. 카보퓨란은 미국, 캐니다 및 영국 등에서 야생동물을 의도적으로 독살하는데 불법으로 사용돼 왔다. 미국 환경청(EPA)은 잔류물이 안전위험을 초래하다며 2009년 이후로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이같은 범죄 행위인 고의로 농약을 살포해 야생조류를 물론 포유류, 양서류 등까지 집단폐사로 내몰고 있는 것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독수리 등 상위포식자까지 위협하는 먹이사슬때문에 더 위험하다. 만약 폐사체를 먹을 경우, 2차 피해로 이어져 주요 종의 멸종위기를 가속화시킨다.
실제로, 지난해 2월 울산에서 독수리의 소낭 내용물에서 카보퓨란(0.05mg/kg)과 포스파미돈(0.02mg/kg)이 검출됐다.
올 1월 충남 태안에서 수거된 독수리 폐사체의 식도에서도 볍씨를 먹은 물닭이 발견돼 농약 중독 여부를 검사받고 있다. 2020년 11월에서 2021년 2월에 발생한 야생조류 집단폐사 19건(176마리 폐사)의 원인이 농약 중독인 것으로 밝혀졌다.
▲임진강생태보존회는 매년 파주시 장산 들판에 찾아온 독수리를 위한 식당 마련해주고 있다. 독수리식당에는 파주연천축협에서 깨끗한 소, 돼지고기를 구매해 300마리의 독수리에게 주고 있다. |
올해에도 12건(60마리 폐사)의 농약중독 의심사례에 대해 검사가 진행 중이다.
환경부는 고의적인 농약·유독물 살포로 인한 야생조류 집단폐사를 막기 위해, 올 3월까지 농약·유독물 살포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한편, 법 위반사항에 대한 처벌내용과 불법행위 신고에 대한 포상금 지급을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유독물이나 농약 등을 살포, 야생생물을 포획하거나 죽이는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며,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겨울철에 야생생물을 포획하기 위한 농약·유독물 살포 행위를 신고할 경우 100만 원, 야생조류 이상개체 및 폐사체를 신고해 농약 중독이 확인될 경우 1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환경부는 이번 검사 결과를 지자체 통보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전국 주요 철새 도래지에 속한 지자체에 엄중한 감시를 요청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야생조류 농약중독 의심사례 발생 시 분석결과를 해당 지자체에 신속히 공유할 예정이다.
김종률 환경부 자연보전국장은 "농약이나 독극물이 묻은 볍씨 등을 살포해 철새를 죽이는 일이 계속 발생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범법자에 대해서는 엄벌에 처하는 한편, 생태계의 일원인 철새를 보호하고 공존하고자 하는 의식이 확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