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곳 울타리·표지판 설치만으로 역부족
로드킬 연 2만1천건 발생, 정부대책 한계
환경영향평가 부실 서식지 파괴 훼손 탓
환경부, 국토부 로드킬 다발 구간 울타리
국립생태원, 법정보호종 모색 2025년까지
지속가능 국토환경 생태계 연결 강화 연구
[환경데일리 김영민 기자]동물이 차에 치여 죽은 현장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자동차 운전자가 직접 야생동물을 치었거나 칠 뻔한 경험으로 잠깐 충격이 있을 뿐, 대부분 가던 길을 그대로 달린다.
우리나라 도로 4% 고속도로에서 매년 희생되는 야생동물수는 약 2000여 마리를 넘는다. 코로나 이후 다소 감소했다가 다시 폭증했다.
이는 자동차 이동 수단(도로망 확대)이 좋아졌고 야외활동범위가 확대되면서 덩달아 야생동물들이 이동중에 도로 횡단중 차에 치어 죽는 경우수는 더 많아진 셈이다. 사람도 죽고 사는 문제가 더 중요한데, "그까짓 거 야생동물 쯤이야 무슨 대수,."라고 스스로 외면할 수 있다.
이런 생각들이 모여서 고속도로, 철로, 지방 국도에서 하루에서 수 많은 야생동물이 죽고 있다. 봄철에는 논두렁 위를 벗어나려는 본능의 양서류 개구리나 파충류들은 생사의 결정짓는 레이스를 버리고 있다. 차 바퀴에 밟히거나 간발의 차이로 피해서 도로를 건너지만, 대한민국 도로 위는 로드킬은 멈추지 않고 있다.
KTX 위 철길로 예외는 아니다. 코레일은 공식 집계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전직 30년 넘게 철로 점검을 해온 최 모씨는 "철로 주변에 동물 사체를 자주 봐고 다양한 형태로 죽어있어 늘 마음 한 켠에는 불편했다."고 고백했다.
2017년 9월 4일 경부고속철도 김천구미역과 영동역 사이에서 SRT 열차 운행중단 사고가 있었다. 원인은 동물이 열차에 부딪히면서 난 것으로 추정됐다. 당시 열차의 바퀴에서 동물의 핏자국과 털이 많이 남아있었다. 고속열차 특성상 사체 형체가 남지 않는다.
코레일에 따르면 일부 철도 노선에서 멧돼지, 고라니, 사슴, 노루 등이 충돌하는 사고가 있다고만 했다.
2019년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달까지 열차가 야생동물과 충돌한 사고는 23건 발생했다.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비행장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인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가 전국 공항에서 벌어지는 조류 충돌 방지 목적 예산만 27억에서 30억 원을 책정하고 있다. 공군비행장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국립생태원은 로드킬 방지정책에 따라 동물 찻길 사고(로드킬) 다발 구간을 분석 결과를 냈다. 상위 50개 구간이 모두 국도로 조사했는데 충청남도(15구간)가 최다였고, 다발 구간에서 평균 7.1건/km(국도의 약 5배)이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 국토부는 지자체, 환경시민단체 녹색연합 등과 동물 찻길 사고 방지에 노력중이다.
지방도로에서는 로드킬 방지가 역부족이다. 국내 로드킬이 처음으로 등장한 두꺼비 로드킬은 수자원공사가 1974년 수어댐을 건설하면서 드러났다. 수몰지역 주민들이 집단 이주로 두꺼비 서식지에 마을이 개발됐고 마을과 산란지(비평저수지) 사이에 도로가 생겼다.
연어의 모천회귀 본능처럼 두꺼비 특성상 같은 산란장소를 이용한다. 이러니 양서류 등은 해마다 많은 수의 성체, 새끼들이가 차에 깔려 죽는데, 지금까지 그 숫자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조차 할 수 없다.
2015년 3월 광양만 녹색연합은 섬진강 861번 지방도를 중심으로 51개의 소류지와 논습지를 찾아 두꺼비의 산란 유무와 로드킬 조사를 시작한 적이 있다.
당시 로드킬이 매우 심각한 곳은 진상면 비촌마을 비평저수지와 토지이용 변경으로 산란지 훼손이 심각한 다압면 면사무소 논 습지를 중심이었다. 3월4일 비촌마을 앞 도로에서 60여 마리의 두꺼비 사체가 발견돼 두꺼비 로드킬의 심각성이 알려졌다.
한국도로공사 자체 조사에 따르면 매년 2000마리가 넘는 야생동물이 고속도로에서 죽는다고 밝혔다. 국내 전체 도로 10만7500여㎞ 중 고속도로는 4%(4200여㎞), 국도는 14%(14만여㎞)에 불과하다. 나머지 지방도나 시군도에서는 깜깜 무소식이다. 그만큼 흔하다.
경북도 김천시는 로드킬 방지를 위한 행정력을 폈다. 차량주행 음향을 분석해 실시간 노면 상태를 파악하고 도로위험 정보를 관리하는 도로위험 탐지 솔루션을 실증중이다.
로드킬 예방 솔루션은 동물의 도로진입을 방지하고 운전자의 서행을 유도해 미리 사고를 막자는 취지다.
5년 전 국토교통부·환경부는 '동물 찻길 사고 조사 및 관리 지침' 마련하고 시행했다. 시민단체가 개발한 동물 찻길 사고 조사 앱(APP)을 정부 시스템과 연계, 조사·통계관리 및 저감대책 시행 등을 위한 민관 협력 행동이다.
동물 찻길 사고 발생 현황(건)을 보면, 고속국도 2360('12) → 2188('13) → 2039('14) → 2545('15) → 2247('16) → 1884('17)에서 다시 증가하고 있다. 일반국도는 2012년 3174건에서 지난해까지 3만7261건 이상으로 매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이런 증가는 늪과 습지 훼손 등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도로건설, 택지개발이 동시다발로 전 국토를 난도질한 결과물이다. 환경영향평가의 부실도 로드킬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이렇게 폭증하고 있는데 대책 마련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그래서 국토교통부와 환경부는 공동으로 로드킬 조사체계 일원화, 조사방식 개선 및 다발구간에 대한 저감대책 수립 등의 지침을 마련했다.
녹색연합이 '굿로드(Good Road)'를 활용해 시민들에게 알리고 있지만, 정작 운전자들인 이 자체를 잘 모른다. 홍보 자체가 식은 지 오래다.
앱을 통해 수집된 자료는 '동물 찻길 사고 정보시스템'으로 실시간 전송되고 야생동물의 종류, 활용 가능성 등에 대한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의 확인을 거쳐 사체 폐기 및 이관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국립생태원은 관련 통계의 집계·관리·분석을, 각 도로관리기관은 동물 찻길 사고 저감대책 시행 및 결과 관리 등을 담당하는 것으로 업무체계화하고 있다.
뒤늦게 국토부와 환경부는 로드킬 관련 대국민 홍보도 병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환경부와 국토부는 '2022년도 로드킬 저감대책'을 지난 11일 발표했다. 지난해 가장 많이 사고를 당한 동물은 고양이(사고 수 1만7527건), 고라니(1만847건), 너구리(2291건), 개(1605건), 노루(872건), 오소리(245건), 멧돼지(124건) 순이었다. 새나 다람쥐, 뱀 등 기타 동물 사고는 3750건이었다.
두 부처는 2020년 6월에도 로드킬이 많이 발생하는 상위 50개 구간에 동물이 도로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 울타리와 표지판을 설치했다. 당시 울타리 등이 설치된 구간 로드킬 건수는 지난해 237건으로 2019년 1197건보다 960건(80%) 줄어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정부는 판단했다.
환경부와 국토부는 이번에 '1㎞당 로드킬 5건 이상' 발생한 로드킬 다발 구간 가운데 사고 수 상위 80개 구간을 골라 62개에 울타리를 깔았다. 울타리 설치가 어려운 곳 26개엔 빛 반사나 인공빛이 쏘는 LED 표지판을 마련한다.
국립생태원은 로드킬 다발 구간 지도를 만들었다. 에코뱅크 홈페이지(nie-ecobank.kr)에서 국내 내비게이션업체에 제공한다. 로드킬 발생 가능성이 높은 도로를 인접할 때는 미리 안내를 알려주는 식이다. 방지턱이 있거나 과속단속한다고 알리는 것처럼 좀더 실생활에 적용하고 있다.
국립생태원이 진행중 인 '로드킬 다발구간 정밀조사'는 3억6600만원으로 2019 ~22년까지 진행했다. 참여인력은 3명이 한 팀이 돼 진행중인데 단절된 생태계 연결성 향상 연구와 동일하다.
▲지금도 즉석뱀탕을 파는 곳이 있을 정도다. 대부분의 건강원들은 동물성을 취급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뒷거래로 뱀, 오소리 등을 팔 고 있다. |
그간 도로관리청 로드킬 정보시스템 교육(Web, App) 및 홍보, 로드킬 정보시스템 운영 관리, 다발구간 분석 조사 및 저감방안 제시, 저감대책 효율성 평가를 펴고 있다.
특히, 법정보호종 수달 삵 로드킬 저감방안도 모색중이다. 로드킬 연구와 단절된 생태계 연결선 강화를 위해 2개 과제를 병합해 올해부터 2025년까지 진행한다.
국립생태원 송의근 전임연구원은 "지속가능한 국토환경 조성을 위한 생태계 연결성 강화 연구 과제 수행하고 있다."며 "로드킬 방지를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지만, 인간의 편리함과 함께 동물도 보호받아야 마땅한 만큼 이번 지침을 통해 지자체에서 좀더 전담할 수 있는 인력과 함께 운전자들에게 로드킬을 막을 수 있는 운전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