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누런 벽지, 34년만에 부활 가부장제와 선전포고

김영민 기자 / 2017-02-13 19:05:20
장지원 번역작가 첫 작품 서점가 신선한 돌풍예고
샬롯 페미니스트 작가, 이 시대 보편적 아픔 다뤄
한 세기 훌쩍 뛰어넘어 페미니즘 종식 지침서 의미

[환경데일리 김영민 기자]19세기 여성의 신체 질환 및 정신 질환을 대하는 사회적 태도를 생생하게 그려내 미국 페미니즘 문학의 대표작은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그리 많지 않다.


2017년 첫 페미니스트를 노골적으로 다룬 번역 작품이 국내 번역작가의 손에 의해 다시 태어나 주목을 받고 있다.


바로 장지원 번역 작가가 선택한 작품은 '누런벽지'(샬롯 퍼킨스 길먼 지음, 더라인북스 출판), 내용은 이렇다.


이름조차 밝히지 않은 한 여성이 일기를 통해 1인칭 독백 형식으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주인공은 정신 질환을 앓지만 여성의 '히스테리'일 뿐 아무 문제 없다는 진단을 받고 요양하러 간 저택 육아실에만 갇혀 지낸다.


주인공은 벽지의 누런 색깔과 기괴한 무늬를 철창에 갇힌 기형적인 여성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며 조현병 증세를 보인다.


권위 있는 의사인 주인공의 남편과 오빠, 웨어 미첼 박사까지 모두 '휴식 요법'을 권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여성의 사회적 활동을 일절 금하고 글쓰기 등 지적 활동까지 제한하는 요법으로, 남성이 설정한 '여성의 영역' 안에 여성을 가두며 자아실현을 막는 가부장적 사회를 상징한다.


'누런 벽지' 원작자 샬롯 퍼킨스 길먼이  직접 경험한 '휴식 요법'후 쓴 작품으로 자전적 소설이라는 해석도 흥미롭다. 저자의 투쟁적 글쓰기의 결과물이기에 더욱 가치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번역 작가 장지원 그에게 매력으로 다가왔을 것.

매우 날선 칼날 같은 페미니스트, 페미니즘에 대한 사회적 증상은 해를 거듭할수록 피할 수 없는 중증에 달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이 주목받기 충분하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나를 보게 되고, 내 어머니 내 누이를 보게 될 지 도 모른다.

그래서 조현병에 대한 대응보다는 함께 고민하고 해법을 찾는 데 가슴을 조여는 맛도 충분하겠다. 즉, 창문이 있으나, 창문을 열수 없고, 마당에 자동차가 있으나 차를 몰고 거리를 나설 수 없을 만큼의 부작용의 농후한 세상처럼 말이있다.

 

일련의 다양한 사회적 현상들이 공존하는 가운데, 이 시대에 머물고 있는 모두에게 이겨낼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사회적 블랙홀들이 각각 가지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에 선보인 '누런 벽지'는 여자들의 시선은 이미 사선을 넘었던 새로운 맞섬으로 치닫기 충분한 번역 작품이다.


책 속에서. 집 안에만 머무르며 하얀 옷을 입고 집안일, 남편, 육아에만 신경 썼던 'the Angel in the House' 로 묘사되는 19세기 여성과, 그 인습에 적응하지 못한 '다락방의 미친 여자들' 두 가지를 두 여인으로 각각 다른 조명을 비춘 작품이다. 


누런 벽지는 여성과 세상을 단절시키는 오래된 인습과 제도를, 벽지 뒤 여성은 그 속에 갇혀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19세기 여성을 의미한다.


두 여성 인물을 통해 동시대 인습에 굴복하는 여성과 받아들이지 못하고 결국 미치고 마는 비운의 여성이 존재했던 19세기 상반된 사회현상을 엿볼 수 있다.


번역 작가 장지원씨는 왜 '누런 벽지'에 초점을 맞췄는지, 독자의 입장에서 충분히 공감대를 끌어올린 점은 그의 소개글이다.


토끼 같은 자식과 여우 같은 배우자가 기다리고 있어서가 아니다. 토끼 같은 영화와 여우 같은 미드가 기다리고 있기에 현관문을 닫고 집을 나온 순간부터 집이 그립다.  취미를 직업으로 삼겠다는 당찬 포부로 번역 세계에 뛰어들었다고 고백한 것처럼, 이 사회 여성들에게 또 하나의 희망의 불씨를 지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누런 벽지'(The Yellow Wallpaper)'는 세상에 등장한 것은 벌써 34년 가깝게 지냈지만 누렇게 변한 만큼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질감만큼 고정 마니아층이 두텁게 형성돼 있다.


1982년 1월에 '뉴잉글랜드 매거진(The New England Magazine)'에 단편 소설로 세상을 빛이 된 작품이다.  

원작자인 샬롯 퍼킨스 길먼은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여성의 경제적 독립을 주장했던 페미니스트이자 사회 개혁가다. 그는 1892년, 본인의 경험으로 쓴 단편 소설이기도 하다. 안타깝다면 샬롯은 이후 몇십 년간 작가이자 사회 운동가로 왕성히 활동하다 1932년에 유방암 진단을 받는다. 3년 후 스스로 목숨을 끊어 75세에 생을 마감한다.


샬롯이 죽은 후에도 그녀의 작품은 오랫동안 인정받지 못했고 1993년, 시에나 연구소에서 발표한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여섯 명 중 한 명에 뽑혔다.


번역작가 장지원씨는 "이 사회 나와 함께 하는 수 많은 여성과 그리고 곁에 있는 남성과의 함께 우리 사회의 여성들을 보듬어 줄수 있는 사회적인 아픔도 나눔으로 치유가 되는 걸 이 책으로 통해 위안삼기 충분하다."고 적었다.

분명한 것은 여성의 시선, 가부장제의 균형잡힌 시도가 책을 읽은 내내 흥미진진한 스릴러 제격이다.


네이버: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1629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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