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억 원 투자 인공구조물 개발이 사람과 자연 공존할 순 없어
한강과 자원성회복이라고 주제로 발표가 났다. 도대체 한강의 자연성회복을 위한 기준이 무엇인지 의구심만 커졌다.
이미 4대강 사업에 질려 공분이 삭히지 않는 진행형인 지금, 또 다시 한강이 거꾸로 거슬러 올라온 듯 하다.
정부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주최자인 서울시가 한강의 본질을 덮어두고 스스로 포기하고 공조했다. 뜬금없이 여의도를 비롯 곳곳에, 거창한 컨텐츠 공간을 만든다고 하니 방향키를 놓친 듯 싶다.
세계 3대 도시공원인 맨하튼 센트럴파크, 파리 불로뉴숲, 런던 하이든파크처럼 시민의 단순한 쉼터를 한강과 연계해 만들수는 없는 걸까.
천혜의 자연적 조건과 도시에 어울리는 그야말로 자연 그대로 만들어 낼수는 없는 걸까. 굳이 개발하겠다고 하면 강폭을 더 줄이고 사람들이 더 가깝게 할수 있게, 강을 준설하고 물을 더 담수화시키고, 서해로 흘려 내보낼 계획은 없는걸까.
강을 사람들이 더 가깝게 한다는 것은, 나무와 풀들을 더욱 많이 심고 심어서 서울의 열기를 식히고 더러운 공기를 정화시키는 그동안 죽어 있던 자연순환적 기능을 살리는데 초점을 맞추면 안되는 걸까.
순수한 강과 숲을 가꾸는 계획은 처음부터 없었던가. 다양한 동식물들이 오고갈수 있도록 하는 자연성회복을 위한 개발이라면 좋으련만, 이번 계획은 처음부터 토건세력의 밥상으로 보인다. 그것도 국민세금으로 말이다.
인위적인 한강 모습, 또다시 조미료만 감미하게 될 이번 한강개발은 청사진만 화려할 뿐, 그 어떤 부분에서조차 자연성회복이란 단어를 찾을 수가 없다.
정말 차와 건물로만 빼곡한 서울을 한강을 중심으로 재탄생이 안되는 이유가 궁금하다. 가능하다면 뉴욕 센트럴파크 처럼 숲 사이로 큰 강물이 흐르면 이 보다 얼마나 좋을까.
21세기 도시의 새로운 자원은 건축물도 좋지만 이런 건축물과 잘 어울리는 숲과 강의 조화다. 이런 조건을 한강이 우리에게 있다. 분명 대도심에도 환경 보전과 시민의 복지 향상을 위해 생태관광으로 탈바꿈하도록 재검토가 필요하다. 이번 기재부와 서울시는 한강 자연성회복이라는 타이틀로 제2의 한강기적이 아닌 개발과 개발로 둔갑했다.
앞서 제주도가 생태관광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만들기로 했다. 2013년 자연환경보전법에 준해 전국 지자체 처음으로 지방 조례를 만들었다고 한다.
콘크리트화된 강변에 아파트만 즐비하도록 만든 괴물 한강이 수십년 동안 시민들의 접근성은 차단된 채, 먼 발치에서 그저 평범한 강으로만 있었다. 뒤늦게 오세훈식 한강르네상스에 기대감도 잠시, 맛만 보여준 반 자연성회복을 박원순식 한강프로젝트에 또다시 수박 곁핣기식으로 끝낸 순 없어야 겠다.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됐던 세빛섬도 모자라 똑같은 인공섬을 만들고 윤중로 강변을 따라서는 카페와 상점거리도 만든다고 했다. 서울에는 상점이 천지다. 그런데 이를 위해 개발비에 쓰여진 세금만 무려 4000억원이 투입된다.
한강, 국가하천을 놓고, 어떤 식으로 개발하느냐에 고심한 흔적은 찾을 수가 없다. 제3의 한강의 기적을 바라는 시민들은 실망감이 이만저만 아니다.
이번 청사진에서 한강의 자연성회복이 인공구조물로 채워야 직성이 풀리는 토건세력의 악습, 전시행정을 또 다시 보여주겠다고 한다. 어처구니가 없다. 한강변에 없어도 될 먹거리·볼거리·놀거리가 넘쳐난다. 이들의 상업지역을 한강으로 끌어드릴 필요가 없다.
이미 대도심지는 지나친 경쟁으로 포화상태다. 과밀지역들이 촘촘하게 많아지고 있는 서울의 도시구조는 기형적으로 변한지 오래다.
그나마 숨통의 트이는 유일한 한강을 도시의 생명수 공급과 자연과 사람들의 완전한 휴식처 자연적인 융합이 필요하다. 자연성회복에 관광활성화를 운운하면 생뚱맞게 돈벌이용 발상은 지금껏 펼쳐온 서울시의 능력으로 봐도 불보듯 뻔하다.
실례로 도시의 얼굴인 간판하나, 보행자길 하나 제대로 정비를 하지 못하면서, 강가에 섬처럼 띄우는 부두형 수상데크가 강을 빼곡히 채우는 숲보다 못할까.
시민들은 바란다. 나무 그늘아래 풀벌레와 풀냄새가 나고 살랑살랑 부는 강변에 돗자리를 깔고 낮잠을 자는 그런 풍경이 더 멋지다. 이것이 자연성 회복이 아닌가. 종합선착장과 요트계류장이 세워 국민소득이 10만달러 수준의 선진국을 흉내내는 것 맞지 않다. 개발의 기본 원리는 사람과 자연의 조화다. 한마디로 뱁새가 황새를 쫓는 격, 억지 개발은 안된다.
이미 목격하지 않았나 매년 수백억원의 적자에 허덕이는 경인아라뱃길, 이것도 부족해 700톤급 선착장, 선박까지 접안하고, 고속페리 정거장, 수륙양용차 도입, 구색맞추기 위한 전기관람차까지 총동원한 짜맞춤식 개발 또다시 국민세금으로 도입할 태세할 셈인가.
올바르게 개발할려고 했다면 정부와 서울시는 해외 관광객들이 우리 한강을 찾도록 하는 충분한 조사가 이뤘는지, 더불어 서울시민들에게 충분하게 어떤 식의 개발을 해야 좋은지 묻기나 했는지 말이다.
그동안 우린 강이 강답지 못하고 건물과 건물, 자동차도로에서 뿜어내는 배기가스가 휑하게 부는 멍청한 강을 지켜만 봤다. 도시가 격할수록 사람들도 거칠어진다. 이제라도 제대로 쉴 곳이 필요하다. 자연과 멀어진 삶의 터전들은 기계와 같다. 돈을 드리지 않고 쉽게 한강에 갈수 있는 인공강이 아닌 아리수가 그립다.
강의 생리를 뭉갠채 4대강사업에 호되게 당하고도 또다시 엉뚱하게 한강의 자연성 회복에 3981억원 투자와 4000여개 일자리가 가능하다는 허무맹랑한 발표는 그야말로 기망행위다.
부총리는 한술 더 떠 "'물들어 올 때 배 띄우라'는 말을 인용해 한류의 기회가 왔을 때 잡지 못하면 영영 놓칠 수 있다"고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폈다. 도대체 한류가 한강과 무슨 함수관계가 있는지 제대로 알기나 하는 걸까.
박원순 서울시장도 문제다. 그가 말하는 '제2의 한강의 기적'의 기존점이 무엇일까. 자연성 회복과 관광자원화가 한강변에 물건파는 가게들로 채우고 배를 띄우는 것만이 한강의 기적이 아니다. 한강의 수변문화지구 조성은 강에서 문명이 탄생했던 석기시대와 지금은 전혀 다를 바 없다. 이미 한강르네상스 정책에 쓴맛을 본 오세훈식 개발이 어떻게 자연성회복의 마침표가 될 수 있는지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다.
엉뚱하게 토건세력, 대기업들의 수싸움에 서울시가 희생물이 돼, 한강의 본질 회복에 무리수를 두는 것은 또한번 공분을 살 수밖에 없겠다.
김정욱 한강시민위 위원장은 "자연성 회복은 서울의 모든 한강에 적용돼야 한다"고 밝힌 말에 목숨을 걸고 책임져야 한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국가참조표준센터가 내놓은 자료에는 정확하게 100년후 한반도는 겨울이 사라진다고 한다. 2090년엔 한반도 남녘 대부분이 아열대기후로 변해 의식주와 체질 등 삶이 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데이터를 내놨다. 이런 기후변화라면 호우 발생빈도가 증가해 슈퍼폭풍, 홍수, 산사태, 이상가뭄, 물부족 사태 등 자연재해에 의한 피해에 직면하게 된다.
즉 기온상승에 의한 크고 작은 문제들이 줄줄이 터진다는 셈이다. 거대한 숲과 숲사이 울창한 나무가 서울을 살린다는 미래 대한민국의 젖줄이 될 것이다.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