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데일리 편집국] 나이가 들면서 청첩장보다 부고장을 더 자주 받게 된다. 요즘 부고장은 대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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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정해관 교수 © 환경데일리 |
기후는 건강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요즘은 폭염이나 한파가 내습하거나 태풍이 오지 않는 한 기후와 기상 변화에 그리 신경을 쓰지 않는다. 건물과 대중교통의 냉난방이 잘 되어있고 고기능성 섬유로 만든 다양한 의류로 무장한 현대 생활에서는 날씨와 기후는 그저 패션을 고르는 요인 중의 하나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기후변화는 장기간에 걸친 기상의 변화추이를 대표하므로 다른 측면에서 건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에서 예상할 수 있는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영향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우선 폭염에 의한 것이고 다음으로 기상재해로 인한 것이다.
기후요인으로 인한 건강영향을 산출하기 위해 사망과 상병을 동시에 비교할 수 있는 DALY(장애보정생존년수)로 질병 부담을 산출하는데, 이는 기상요인으로 인한 초과사망으로 나타내는 것에 비해 이해하기가 힘든 면이 있으나, 사망과 같은 중증질환이 아니지만 매우 흔한 아토피와 같은 질환으로 인한 질병 부담도 사망과 동일한 단위로 비교할 수 있으므로 보다 쓰임새가 많다.
평균수명을 80년으로 보았을 때 한 신생아가 태어나자마자 바로 생명을 잃었다면 이로 인한 질병 부담은 80 DALY로 환산된다. 마찬가지로 40년의 평균여명이 있는 중년의 사람이 사고로 갑자기 목숨을 잃었다면 40 DALY의 질병 부담으로 환산된다.
국내에서 현재 기상요인과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건강영향의 주요 범위는 폭염과 이상기온으로 인한 심·뇌혈관질환, 만성호흡기질환과 더불어 기상재해로 인한 직접 손상과 이로 인한 정신적 장애, 대기오염수준의 변화로 인한 호흡기질환, 기후변화로 인한 매개체질환 분포와 빈도의 변화, 수인성 및 식품매개질환의 변화, 자외선으로 인한 피부암 및 백내장 등을 들 수 있다. 저자 연구실에서 산출한 기후변화로 인한 질병 부담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현재 수준에서 기후요인으로 인한 영향이 주로 폭염과 기상재해에 집중해 나타나는 것은 우리나라의 기후가 상대적으로 적당한 온대지방일 뿐 아니라 이웃나라들에 비해 기상재해로부터 보호받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경제수준의 향상과 주거 향상, 교통 등의 편의시설이 잘 공급돼 바깥의 기상에서 보호받기 때문으로도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기상요인으로 인한 건강영향은 기상요인이 얼마나 극심한지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생활수준과 보건의료체계, 복지 등 사회기반 시설과 제도에 의해서도 크게 좌우된다. 이러한 기반시설이 취약한 개발도상국에서는 수질위생, 감염질환 등으로 인한 건강영향이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앞으로 올 기후변화에 대해서도 무사할 것인가?
기상청에 의하면 불행히도 고위도 지방에 속한 우리나라는 21세기 중반 3.3℃, 21세기 후반에는 5.9℃상승해 지구평균에 비해 1.3~2.3℃나 더 높은 평균기온이 예상된다. 이와 더불어 인구의 노령화가 급속히 진행돼 생산인구의 감소와 피부양인구의 큰 폭 증가로 경제성장의 둔화와 복지수준으로 인한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노령인구의 증가는 폭염과 기상재해, 대기오염 등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영향 취약계층의 급속한 증가를 가져온다. 경제수준의 정체 혹은 후퇴는 보건의료시설을 포함한 사회가반시설의 약화를 가져올 수 있다. 이 모든 사항들이 21세기 중반 이후 우리나라의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영향은 매우 큰 질병 부담으로 다가올 것임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질병 부담의 증가는 건강비용의 급격한 증가로 이어지는데 저자의 연구실에서 산출한 바에 의하면 21세기 중반(2050년)까지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영향에 대한 추가 지출 비용은 2012년 이후 누적액수로 볼 때 적게는 63조 원, 많게는 10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었다.
그러나 이는 순수하게 질병으로 인한 비용만 산정한 것으로, 이번 메르스 사태로 알 수 있듯이 부대적인 경제적 손실은 감안하지 않은 것이다. 메르스 사태는 186명의 환자와 36명의 사망자, 16,693명의 격리자를 내어 그 자체로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들었지만 이 사태로 인한 경제적인 손실은 10조 원을 훌쩍 넘을 것이란 예측이 있었다. 중국이 사스 사태로 60조 원에 가까운 손실을 경험했음을 감안할 때 건강영향이 미치는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해 보다 심각하게 고려해야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산출을 근거로 추산할 때 향후 보건의료시설과 사회기반시설의 확충과 유지를 포함한 적응 정책의 유지와 확대가 필수적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적응 정책에 대한 선제적 투자는 향후 건강비용과 경제적 비용을 큰 폭으로 줄일 수 있다. 따라서 향후 노인복지에 대한 대비에 있어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영향의 상쇄를 위한 적극적인 정책의 도입이 필요하다.
한편으로 이미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이라도 온실가스 배출을 보다 적극적으로 줄이기 위한 정책의 도입과 국민적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온실가스 저감 없이 적응만으로는 넘어갈 수 없는 험한 고개를 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