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빙하 보호법 개정 논란, 부에노스아이레스 ‘충돌의 현장’이 되다

고용철 기자 / 2026-04-09 17:42:58
경제 성장이냐 환경 보존이냐, 안데스의 ‘전략적 수자원’을 둘러싼 국가적 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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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심장부가 최루가스와 함성으로 뒤덮였다. 2010년 제정된 이후 남미 환경 보호의 이정표로 여겨졌던 ‘빙하 보호법’의 개정안이 의회 상정되자, 이를 저지하려는 시민들과 공권력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시위를 넘어, 기후 위기 시대에 자원 개발과 생태계 보존 사이에서 아르헨티나가 마주한 거대한 딜레마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도심 속의 전장: “물은 금보다 귀하다”
현지 시각 9일 오전, 부에노스아이레스 중심가는 빙하 보호법 개정에 반대하는 수천 명의 시민과 환경 단체 회원들로 가득 찼다. 이들은 의사당을 향해 행진을 시도했으나, 경찰은 방패와 최루가스를 동원해 강제 해산에 나섰다.

경찰의 강경 대응으로 시위대 중 일부가 부상을 입고 최소 한 명 이상이 현장에서 연행되는 등 긴박한 상황이 이어졌다. 시위대는 의사당 앞 광장으로 밀려난 뒤에도 “우리의 물을 팔지 마라”, “빙하 없이는 미래도 없다”는 구호를 외치며 완강히 저항했다. 이번 시위의 핵심은 정부가 추진 중인 법안이 안데스 산맥의 핵심 수자원인 빙하와 그 주변 지역(주빙하 지역)에 대한 보호막을 제거하려 한다는 우려에 있다.

## 2. 개정안의 핵심: 보호 구역 결정권의 ‘지방 이양’
이번 논란의 중심에 있는 개정안은 기존 2010년 법안이 규정했던 엄격한 보호 범위를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가장 큰 쟁점은 ‘주빙하 지역(periglacial areas)’에 대한 정의와 개발 허가권이다.

지방 정부 권한 강화: 개정안은 각 주(Province) 정부가 자국 영토 내의 어느 주빙하 지역이 광산 개발에 적합한지, 혹은 보존 가치가 있는지 직접 정의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한다.
정부의 입장: 아르헨티나 정부는 경제 위기 타개를 위해 광업 투자가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모든 주빙하 지역을 획일적으로 보호하기보다는, 경제적 가치가 높은 지역을 선별적으로 개발하여 국가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환경 진영의 반발: “기후 위기 속 자해 행위”
환경 단체와 시민 사회는 이번 개정안을 ‘생태적 재앙’으로 규정한다. 빙하와 주빙하 지역은 단순한 얼음덩어리가 아니라, 가뭄 시 농업과 음용수를 공급하는 ‘전략적 수자원 저장고’이기 때문이다.

“기후 변화로 인해 안데스의 빙하가 이미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빙하 인근의 광산 개발을 허용하는 것은 미래 세대의 생존권을 담보로 당장의 이익을 챙기는 근시안적 행태입니다.” — 현장 시위 참여 환경 활동가 —
전문가들은 광업 활동에서 발생하는 분진과 화학 물질이 빙하의 용융 속도를 가속화하고 수질을 오염시킬 위험이 크다고 경고한다. 특히 아르헨티나 헌법이 보장하는 ‘환경권’을 침해한다는 법적 논란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정치적 분열과 향후 전망
이미 상원을 간신히 통과한 이 법안은 현재 하원의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표결 결과가 박빙이었던 만큼 정치권 내부의 갈등도 극에 달해 있다.

찬성파: 리튬, 구리 등 핵심 광물 수출을 통해 외화를 확보하고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파: 한 번 파괴된 빙하 생태계는 복구가 불가능하며, 이는 장기적으로 국가 경제에 더 큰 비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맞선다.
이번 법안의 통과 여부는 아르헨티나의 향후 100년을 결정지을 환경 및 에너지 정책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경제 성장을 향한 정부의 절박함과 생존 자원을 지키려는 시민들의 의지가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안데스의 차가운 얼음을 둘러싼 뜨거운 논쟁은 당분간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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