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지자체 절반 이상 '질산염' 오염 비상… 식수 안전이 무너진다

고용철 기자 / 2026-04-09 18:36:28
스페인 그린피스, 2024년 공식 데이터 분석한 '상수도 오염 지도' 공개 축산 및 공장식 농업이 주원인… 332개 지자체는 한때 '음용 불가' 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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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전역의 상수도 시스템이 질산염(Nitrates) 오염으로 인해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는 경고가 나왔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Greenpeace)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스페인 지자체의 절반 이상에서 수돗물 질산염 수치가 권고치를 상회하고 있으며, 이는 공중보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2,860개 지자체 '위험', 332곳은 '식수 중단'
그린피스가 스페인 식수정보시스템(SINAC)의 2024년 공식 데이터를 분석해 공개한 인터랙티브 지도에 따르면, 스페인 전체 지자체의 51.17%가 과학계에서 권고하는 안전 수치인 6mg/l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황이 심각한 곳은 법적 한계치인 50mg/l를 넘어선 332개 지자체다. 이들 지역은 2024년 한때 수돗물이 식수로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아 주민들이 물을 마시지 못하는 사태를 겪었다. 또한, 2,860개 지자체는 법적 한계치 미만일지라도 질병 유발 가능성이 있는 '위험 수준'의 농도를 기록하며 보건 당국의 주의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오염의 주범은 '공장식 축산'과 '화학 비료'
이번 조사 결과는 스페인의 고질적인 농축산업 구조가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그린피스는 수돗물 오염의 주된 원인으로 대규모 공장식 축산(Macro-farms)에서 발생하는 가축 분뇨와 산업용 농업에서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합성 비료를 지목했다.

유럽 연합(EU)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수자원으로 유입되는 질소의 약 81%가 직간접적으로 축산업에서 기인한다. 대규모 가축 수용 시설에서 배출되는 엄청난 양의 오폐수가 제대로 정화되지 않은 채 토양으로 스며들어 지하수와 상수원을 오염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환경 관리를 넘어 산업 구조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한 시점임을 시사한다.

'조용한 살인자' 질산염, 대장암 발생 위험 높여
질산염 오염이 더욱 위험한 이유는 '비가시성'에 있다. 오염된 물은 눈에 보이지도, 냄새가 나지도 않기 때문에 시민들이 위험을 인지하지 못한 채 장기간 복용하기 쉽다.

그러나 의학 전문가들의 경고는 단호하다. 질산염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스페인 내 발생 빈도가 가장 높은 암 중 하나인 대장암 발병률이 유의미하게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영유아나 임산부에게는 산소 운반 능력을 저하시키는 청색증 등을 유발할 수 있어 치명적이다.

정부의 관리 부실과 시민사회의 반발
이번 보고서에서는 행정 당국의 관리 소홀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조사 대상 지자체의 23%(1,893곳)는 수질 관련 데이터를 제대로 보고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수질 오염의 실태를 파악하고 대책을 세워야 할 정부가 사실상 감시 기능을 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에 대한 시민사회의 반발은 거세지고 있다. 이미 50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공장식 축산 반대 서명에 동참하며 정부의 즉각적이고 구조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린피스 측은 "질산염 오염은 더 이상 미래의 위협이 아닌 현재 진행 중인 공중보건 위기"라며, "지속 불가능한 농축산 시스템을 혁신하고 수질 감시 체계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페인 정부가 이번 '질산염 경고'를 계기로 농업 정책의 대전환과 먹는 물 안전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전 유럽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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