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세상을 위한 건축

온라인팀 / 2016-11-06 18:36:19
김석균 마을건축학교 대표

[환경데일리 온라인팀]1. 또랑광대, 마을목수
판소리란 목에서 피가 터지고 똥물을 먹어가며 공부를 해야만 하는 대단한 것이라고 알려지던 시 절,  몇 명의 광대들이 모여 작당을 했다. 


예전 소리꾼들이 명창이니 국창이니 하며 높이만 높이만 오르려 하던 시절에도 마을소리꾼은 있 었다. 임방울이나 이화중선만큼 대단한 소리공력은 아닐지언정 마을의 경사나 애사가 있을 때면 여지없이 나타나 그 자리를 만들어 내던 "지역기반 광대"!!, 바로 이 사람들이 또랑광대다.

소리의 깊이나 예능의 전문성을 떠나 또랑(작은 물길)을 기반으로(바꾸어 말하면 마을을 기반으로 ) 살아가고, 마을사람들의 삶을 모두 다 알고 있으며, 그 삶의 희로애락을 함께 나눌 줄 아는 예능 인이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이라고…  그래서 우리시대의 또랑광대가 되어보자고….
 
그 후, 아직 생존해 있는 또랑광대 들을 찾아 다니며, 광대의 기본이 예능의 능력이 아니라 삶을 공유를 할 수 있는 마음이요, 이웃과 함께할 수 있는 능력이란 것을 여러 차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럼  집을 짓는 것은 어떨까?
한옥 일을 하는 목수들을 만나보면 열에 아홉은 본인은 '궁궐목수'에게서 배웠다거나, '절집을 짓 는 목수'라고 은근히 자랑이다. 그만큼 높은 실력을 가지고 있는 목수라고 자랑을 하고 싶은거 다. 남대문을 짓고, 대원사를 짓고, 문화재를 수리하고, 허다 못해 재실이라도 지었단다.   


그렇다면 우리 옆집은 누가 지었을까? 앞집 청웅 아재 집은 또 누가 지었단 말인가? 


절과 궁궐 말고 우리가 나고 자랐던 우리의 살림집들을 지은 목수가 있을진대,  아무도 내가 우 리동네 집을 지었다고 자랑하는 목수를 만나볼 수 없는 건 참 묘한 일이다.

그런데 이렇게 동 네 집들을 짓는 목수를 깔보며 표현하는 것이 있으니 '칙간목수'다. 요즘말로 하면 화장실이나 짓는 목수라는 말인데, 절집 목수들이 마을목수를 우습게 여기며 부르는 말이 아직도 남아있는 것을 보면 자기 또랑을 가지고(마을이라는 기반을 가지고)집을 지었던 목수들이 있었던 것은 분 명하다. 또한 이런 말도 있다.

"길가는 나그네에게 집을 맡기랴!!" 
쉽게 말해 내 집을 지어달라는 것은, 건물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가족의 삶을 맡기는 것이 다. 그러므로 우리 집 숫가락이 몇 개인지, 몇 명 이서 살 것인지, 경제적 능력은 얼마인지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서 지어줄 수 있는 목수가 필요하다.

결국 내 이웃이다. 살림집을 지 을만한 능력을 갖추는 것은 대단한 기술을 요하는 것이 아니라 이웃을 생각해주는 마음이다.  어려서부터 지게를 만들고, 논두렁을 다지며 흙과 나무가 익숙한 농부들은 때론 집을 짓는 목 수이기도 하고 때론 달구지를 만드는 목수가 되기도 한다. 물론 봄가을엔 바지런한 농부이고…. 


이런 마을목수가 있었다!!  이런 마을 광대가 있었다!! 우리에게….


옆집 할매네 서까래가 썩으면 알아서 나무를 준비하고, 뉘집 담벼락이 허물어 지면  흙과 볏집을 가지고 벽을 치는 '다재다능 전지전능한 맥가이버 아저씨'가 우리의 마을공동체에도 있었단 말 이다. 마을에 초상이 나면 누구보다 먼저 달려가고, 동네 울력이라도 있을 때면 막걸리 한잔에 구성진 들노래 가락 뽑아내는 만능 엔터테이너가 있었단 말이다. 
 
멋지지 아니한가?

아니!! 참 살만한 세상이지 않은가?
그리고 우리시대에 꼭 필요한 일이지 않은가?


우리는 최고가 되기 위해 하늘만 쳐다보고 뛴다. 높이 높이 오르려고만 한다. 다들 바쁘다. 옆 집에서 사람이 굶고 있어도 모른다. 그래서 피자를 시켜먹고 치킨을 시켜먹으면서도 쌀 한 되 를 나눌 줄 모르는 상황이 된다.  결국 공동체가 흔들리면서 사회시스템이 멈춰버린 거다. 사회 안전망이 가동될 동력을 잃어버린 거다.  마을이 사라져 가고 있다. 시골이든 도시이든…
 
늘 가슴 한구석이 허전했다. 


또랑광대가 돼  판에 설 때도,  측간목수가 되어 집을 지을 때도…  놀이판이 들썩거리며 한 바탕 신명이 판을 감아 돌아도, 집 짓는 기술이 제법 몸에 익어가고, 내가 지은 집이 사람들 입 에 오르내려도 그 허전함은 커져가기만 했다.


건축이란 건물을 짓는 일일까?  광대란 잘 노는 놈일까?
'내가 사는 지역'에서 '내 이웃들과 함께'라는 것이 빠져버리면 기술만이 남아버린다. 차가운 기술만…
그러나 작은 재주라도 '우리동네에서, 이웃과 함께 나누는 기술'은 '따뜻한 기술'이 된다. 인간의 체온을 가진 기술이… 

2. 농촌건축의 현실 그건 그렇고,
그리 그리 하여 무주 장수 진안을 거쳐 공주의 시골집에 이사를 하게되던 무렵이었을까? 사십대 후반에 복둥이로 태어난 둘째를 데리고 공주로 간지 채 열흘도 되지않아 이녀석이 병원신세가 됐다.  여느 시골집이 그렇듯 죽어라고 비싼 기름을 때서 난방을 해도 등만 따뜻할 뿐  어깨가 시리고 코끝이 아리다. 이러할진대 그 어린놈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모세기관지염이었다. 감기와 함께…

위의 사진을 한번 보자 도시에서 아파트에선 한달 난방비 십여만원이면 겨울에도 반팔차림으로 아이스크림 먹으며 시냈 었는데  시골에선 기름값 사오십 만원을 들여도 간신히 얼어죽지 않을 정도이니  이것 참 고약한 일이었다. 허허!! 이게 왜 이럴까?


쉽게 말해 경제적 여유가 있어 좋은집에 사는 사람은 난방비도 적게 드는데, 형편이 여의치 못해 헌집에 사는 사람은 난방비가 훨씬 많이 들면서도 춥게 지낸다는 이야기다. 

등따숩고 배부른 사 람은 기름값도 적게드는데  춥고 배고픈 사람은 돈만 많이 들고 얼어죽지 않을만큼 견디고 살고 있다.  이게 바로 우리네 부모님이 살고 계시는 농촌 살림살이의 슬픈 현실이다. 추운 겨울, 낮에 는 마을회관에서 보내시다 저녁이면 각자 집으로 돌아와 자식들이 보내주는 돈을  기름값으로 쓰 기 아까워 한장의 전기장판에 몸을 뉘는 것이 우리의 엄니들이다.
 
농촌 지역 난방비 문제 비싼 난방 연료: 도시가스 또는 지역난방에 비해 사용료가 높음 주택 단열 성능: 오래된 주택이 많아 단열성능이 낙후되어 있음.
 
그렇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첫째, 저렴한 난방연료는 없을까? 하는문제와 둘째, 주택의 단열성능을 높일수는 없는가?'의 문제로 귀결이 될것이다. 
 
첫번째 답은 태양과 나무를 이용하는 것이다.  태양은 비용없이 사용할 수 있는 최고의 에너지원이다.  약간의 재료를 준비해 태양열을 집으 로 끌어들인다면 낮동안 집안을 덥히는 것은 그리 어려운일이 아니다. 
 
또하나, 요즈음 기름값이 오르면서 시골에서 어른들이 쉽게 구할수 있고 익숙한 화목보일러와  

에너지 빈곤층이란? - 난방, 취사, 조명 등 에너지구입에 가구소 득의 10% 이상을 지출하는 계층 -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가구의 8% 정도인 120만 가구로 추정(에너지경제연구원)들이 다시 우리의 관심을 끌고 있다. 물론 나무를 태우는 난방이 근본적 해결책이 될수는 없겠지만 로켓 스토브처럼 적은 나무로 따뜻한 효율을 낼수 있는 방법을 구들이나 보일러에 이를 응용 하여 일년 땔 나무를 가지고 이년 삼년을 사용한다면 이 또한 훌륭한 방법이라 할수 있을 것이다.
 
둘째, 주택의 단열성능을 높이는 문제는 모든 방법에 우선해서 시행돼야 하는 중요한 문제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농촌주택의 30% 이상이 20년 이상된 노후주택이다.

바꾸어 말하면 건축법상 단열기준이 강화되기 이전인1999년 이전에 지어진 건축물들은 거의 단열이 되지 않는 다는 이야기다.

오죽하면 우리 늦둥이가 열흘도 되지않아 병원신세를 졌겠는가? 결국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아이를 병원에 보내고서야 집을 고치기 시작했다. 일단 단열의 효과를 따져 보자 면 벽체단열(28.01%)을 하는것이 창호를 교체(6.72%)하는 것보다도 4배이상의 효과가 있다.


또한 가구의 면적이 적은 가구일수록 에너지 절감효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나, 농촌주택의 경우, 최소 생활공간만을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단열 개수하는 것이 바람직 하므로  주로 생활하는 방한 칸이라도 제대로 단열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방법이 될것이다.

또한 단열의 재료를 선택할 때도 굳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석유화학제품으로 만든 단열제보다는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나오는 왕겨나 볏집등을 선택하고 흙으로 그 마감을 마무리를 하게 되면 비용과 에너지를 절감할수 있으 며, 쾌적한 습도를 유지하고 나쁜 냄새를 없애주기도 할 뿐 아니라 실내의 공기질을 좋게 만들어 아토피없는 건강한 주거환경을 만들수도 있을 것이다.
 
3. 지역 건축가 - 동네목수의 귀환 급격한 산업화를 격으면서 하나 둘 떠나기 시작한 시골은 이제 점점 더 낡고 노휴해져 가고 있다.

한마을의 60세 이상 노령인구 비율이 85%를 넘나들고, 마을의 건축물들도 20년 이상된 노후건 축물이 80%를 넘어섰다.

농촌경제연구원의 한국통계연감 등을 분석한 결과 1960 년 13만 1936 곳에 달했던 전국 농어촌 마을이 올해 9 만 9875곳으로 50년 만에 3만 2061곳의 마을이 사라졌다. 그나마 남아있는 마을들도 20가구 미만의 과소화 마을이 2010년 기준 3091 마을이나 된다.

이대로라면 10년 뒤 시골의 인구는 절반으로 줄어들게 된다. 농촌마을 자체가 늙어가고 공동화 돼가고 있다는 말이다.

결국 마을을 떠나 도시로 나간 사람들은 도시 언저리에서 자본주의의 톱니바퀴중 가장 아래쪽을 지탱하고 있고, 남아있던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농촌은 사람도 마을도 집도 늙고 병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도시를 떠나 시골살이를 꿈꾸는 귀농귀촌자들이 농촌으로 향하는 유일한 통로다. 2001년 88가구에 불과하던 귀농·귀촌 가구는 2009년 4000가구를 넘어선 후 3년만인 지난해엔 2만7000가구를 기록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것 또한 문제다.

지금 순창군의 예를 들어 보자면 귀농귀촌 지원센터가 세워지면서 귀농희망자가 급격히 늘고 있지만 정작 살 집을 구하지 못해 귀농귀촌을 미루게 되는 것이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또한 시골의 빈집을 보게 되더라도 이 집이 살만한 집인지, 구조적 결함이 심각한지, 집을 고친다면  무엇에 중심을 두고 고쳐야 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안목이 없고, 그런 것을 상담해 줄 전문가가 없어서 많은 돈을 들이고서도 겨울이면 춥고 불편한 집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되돌아 보면 우리에겐 마을목수, 또는 동네목수로 불리우던 지역건축가들이 있었다. 그 지역에 살면서, 이웃들의 상황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며, 그들의 형편에 맞게 집을 짓거나 고쳐줄 기술과 따뜻한 마음이 있는 농부이자 목수였던 이들… 시골이 무너지면서 없어져 버린 귀한 사람들…. 지금 시골에서 꼭 필요한 기술자가 바로 마을목수다.


꼭 귀농귀촌인을 말하지 않더라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들이 살고 계시는 마을의 낡고 추운집들… 늙고 병들었다고 부모를 버릴 수 없듯, 낡고 노후돼 춥다고 살고 있는 집을 다 때려 부수고 새로 지을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80% 가까운 집들이, 바꾸어 말하면 최근에 지은 집들을 제외하면 시골의 거의 모든 집들이 단열이 전혀 돼있지 않은 집들이다. 이런 집들이 다시금 우리의 삶터로 귀환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지혜와 기술이 필요하다.

시골에서 흔히 볼수 있는 재료들… 왕겨, 볏집, ………이런 재료들을 이용해서 낡은 건축물에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 줄 수 있다.  왕겨나 볏집은 일명 스치로풀(비드법 단열재) 못지않은 단열능력을 가지고 있다. 비드법 단열재 85mm 두께의 단열능력을 가지고 싶다면 230mm 의 볏집이나 180mm의 왕겨를 사용하면 된다. 그리고 그 위에 흙으로 마무리 미장을 한다면  건강하면서 따뚯한 집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다행히 이런 재료를 이용한 건축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약간의 교육을 받고 훈련을 한다면 누 구나 그 건축방법을 알 수 있다. 적정기술 일명  '사람의 체온을 가진 따뜻한 기술'이다. 젊은이들이(시골에선 65세 미만이면 노인회에도 가입 못하고 청년회에 속한다.) 이런 기술을 배 워서 시골에 내려온다면,  그리고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모여서, 그 지역에 귀농 귀촌하는 사람들의 집이나 동네 어르신의 집을 뚝딱 뚝딱 고쳐 준다면  얼마나 멋진 일인가?

마을 목수의 귀환이요, 지역건축가의 부활이다. 이렇게 지역 안에서 지속가능한 건축의 전형을 만들어 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웃과 마을에 대한 관심과 사랑, 그리고 약간의 기술이면 된다. 

바로 이런  '사람의 체온을 가진 따뜻한 기술'을 가진  '동네목수'를 이 시대가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이제 꿈꾸어 본다. 동네목수의 귀환을… 

"우리 마을에 말여!  젊은놈이 하나 들어왔는디,  흙이랑 볏집이랑 왕겨랑을 가지고 뚝딱 뚝딱 집을 고치드라고….. 
근디 고치고 낭게  겁나게 따숩고 좋데 그랴!! 젊은 것들이 동네일을 헝께 이뿌기도 허고 말여!! 
임자도  집을 고칠라먼  우리 동네목수 헌티 말혀봐!!! 기왕이먼 동네놈이 속깊게 고쳐주지 않것어? 긍가 앙긍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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