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도 목사 남긴 믿음 문장 다시 살려
당시 현장 속 '그때 그곳' 가이드 역할
[환경데일리 김영민 기자]"이용도 목사 전집, 다시 태어나다."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가이자 전설적인 기독교 부흥사, 사랑의 성자(聖者)로 기억되는 이용도 목사(李龍道, 1901~1933)의 전집이 새롭게 출간됐다. 앞서 발표됐던 1983년, 1993년, 2004년 판 전집보다 크게 확장된 전 15권이 예정된 가운데, 먼저 1, 2권이 발행됐다.
한국교회의 보화요 한국문학의 한 자산인 이용도 목사의 글이 다시 한번 들려질 수 있게 됐다. 새롭게 읽는 이용도 목사 서간집과 일기는 두권으로 분리돼 출간됐다.
이용도 목사는 암울했던 일제강점기에 등장해 예수만을 소망으로 삼을 것을 외치다가 예수처럼 서른셋에 요절했던 인물이다. 이용도 목사 전집은 그의 서간, 일기, 설교, 전기, 희곡, 사진첩, 동지들의 회고 등으로 구성된 포괄적인 사료다. 전집은 앞서 1986년과 1993년에 전 10권으로, 2004년에 전 5권으로 발행된 바 있다.
이번에 새롭게 발간되는 전집은 훨씬 확대된 총 15권으로 기획됐다. 2019년에 이용도 목사 서간집과 일기가 출판되고, 이후 순차적으로 4~5년에 걸쳐 완간될 예정이다. 전집의 편집자인 정재헌(37) 씨는 '이용도 목사 평전'(2014), '이용도 목사 시편'(2014), '이용도 목사 365 묵상집'(2015) 등을 출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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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이용도믿음학연구소(Yongdo Institute of Faithology) 소장으로 이용도 자료를 수집, 연구, 생산, 전파하고 있다. 정 씨는 "이번 전집은 이전 전집에 비해 가독성, 정확성, 내용성에 있어 한 단계 도약했다."고 전했다.
또 "먼저 가독성은, 본문 구성이나 글꼴 등이 한눈에 보기 좋게 신경 쓴 부분이다. 특별히 운율이 만들어지는 대목에서는 행갈이를 해서 읽는 맛과 보는 멋을 높였다."며 특히 "스마트폰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페이지를 빡빡하게 채운 책은 아무래도 답답하게 느껴지는데, 편집자는 책을 읽히게 하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저자는 "다음으로 정확성은, 이번 작업이 단순히 이전 전집을 글자 그대로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최초의 자료를 찾아서 거기에서부터 출발했기에 가능해진 것이다."고 제작의 의도를 어필했다.
저자는 부족함도 고백했다. 초판에 때때로 등장하는 표기 실수나 의미 불분명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판본 간 비교나, 어떻게 그런 실수가 발행했는지에 대한 해석의 필요성도 생기는 것이다. 이어서 "마지막으로 내용성 또는 내용의 풍부성은, 이번 전집이 내용상으로 이전 전집보다 더욱 확장됐다는 의미"라고 했다.
서간집을 예로 들며, “1934년 서간집 초판은 이용도가 보낸 95통의 편지와 이용도가 받은 25통의 편지를 담고 있는데, 이후 최초의 전집에 나오는 1986년 판 서간집은 112통의 보낸 편지와 13통의 받은 편지만을 담고 있다. 그러다 2004년 판에서 117통, 33통으로 늘어나고, 이번 2019년 판에서는 118통, 35통으로 더 늘었다”고 했다.
일기를 예로 들어, 1966년 변종호가 이용도 목사의 일기를 출간하는 때보다 훨씬 앞서 1932년에 '신앙생활'이란 잡지에 이용도의 일기가 실린 적이 있는데, 이때의 내용 일부가 1966년에 와서는 소실된다.
1934년에도 '예수'란 잡지에 이용도의 일기 일부가 실렸는데 역시 1966년에는 잃어버리게 된다. 1937년에 출간된 '서간, 시편, 그의 생애'란 책에도 이용도가 일기장에 남겨둔 시편들이 나오는데, 1966년에 와서는 몇 편이 빠진다.
이번 2019년 판 이용도 목사 일기는 1966년에 잃어버렸던 내용들을 추가해서 더욱 온전해졌다는 설명이다.
이전 전집과 확연히 구분되는 특이한 점은, 이번 전집에는 편집자가 붙인 주가 본문에 적잖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정재헌 씨는 이를, "이야기 세계 속으로 안내하기 위한 지점들"이라고 했다. 편집자의 역할이 본문의 정확한 형성과 풍성한 내용 확보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정 씨의 표현으로는, "편집자에서 얘기꾼으로 변신해 독자와 함께 '그때 그곳' 현장 속으로 들어가는 가이드"라는 것이다.
이러니 사실적이며 흥미진진할 수 밖에 없다. 책을 보면 실제로 각주가 적지 않은데, 무엇보다 등장인물에 대한 간략한 전기적 각주가 눈에 띈다.
"지금 등장하는 이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책을) 읽으면 훨씬 더 몰입도가 있을 것"이라면서, 그렇게 한국교회사의 한 '지역'을 여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물만 아니라 배경 정보도 꼼꼼히 삽입, 본문 안의 사건에 대한 무대를 독자에게 펼쳐 보여주기도 한다. 여기까지는 객관적인 '정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얘기꾼은, "정보전달자라기보다는 의미전달자, 감동전달자이기에" 정 씨는 자신의 관점을 때때로 각주에 담아 독자와 공유하고자 한다.
"특별히 이용도 안에 생기는 '내면의 동선'을 추적 동행하고자 했다."면서, 이를 위해 현재 이용도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과 이용도가 느끼는 바가 무엇인지 각주에다 좀 더 선명히 언급해 독자들이 외적 여행을 넘어 삶이 변화되는 내적 여행에 동참되도록 구성했다고 전했다.
그렇게 얻고자 한 것은 이 오래된 책을 박제의 봉인에서 풀어내고 오늘 우리를 향해 의미화하는 것이다. 다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그때 그분들에게로 갈 때 그때 그분들은 오늘 우리에게로 더욱 실제적으로 오는 것이 됐다.
이번 전집이 과거의 단순한 반복이 아닌, 현재에도 뜻깊은 새로운 창조가 되게 하려고 했다는 점이 높이 살 부분이다.
또 하나의 증명은 이용도 목사의 서간집과 일기는 한국 기독교 역사에 비춰 짧지 않은 내력이다. 서간집은 1934년 초판이 출간된 이래 1950년대, 60년대, 80년대, 90년대, 2000년대까지 계속 읽히며 사랑을 받아왔다. 일제강점기의 종교서적이 꾸준하게 관심을 받으며 읽히는 경우는 꽤 드물 것이다.
새 이용도 목사 전집 제3권과 4권은 이용도가 남긴 믿음의 문학(3권) 및 설교와 성경(4권)을 다루는데,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출간 예정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