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 죽어가는데 정부는 뭘했나?

김영민 기자 / 2023-07-17 22:18:15
'침수대책법' 놓고 질질 끌다 대참사 결말
부처별로 고질병 칸막이 깨진 못한 채 방치
행안부 고위직 환경부 동의안 조차 깔아뭉겨
대도시 침수예방 차원 2021년 9월 법안 발의
그간 행안부·환경부 권한 다툼 국회서 낮잠
국민 안전 책임 '복지부동' 일괄 태도 보여
노웅래 의원 "비통하다. 부처이기주의 개탄"

[환경데일리 김영민 기자]단 3일만 경북 예천, 충북 오송을 비롯해 충청권역을 비롯해 경북권, 호남권 등 전국 어느 곳 하나 성한 곳을 찾기 힘들 정도로 수마는 할퀴고 갔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일부에서는 매년 기상이변 탓을 하지만, 매번 현장에서 느낀 거지만 충분히 조금만 집중하고 입체적으로 행정력이 모아졌으면 이런 인명 피해는 막을 수 있을 것이다."고 하면서 그 이유를 "늘 예산타령만 한다. 선진 장비 하나 구매 요구하면 예산없다. 타 부처 형편상만 운운했다."고 말했다.


충북 소방안전 관계자는 "경제대국 10위권 답게 우리 시민들을 보호하는데 아낌없이 쏟아부어도 무서운 집중폭우, 폭염 등을 막을 수 없을만큼 더 커지고 위협적“이라고 푸념을 늘어놨다.

▲미호강 바로 옆 오송지하차도 참사 현장, 소방당국은 광역버스 안에서 희생자들을 수색하고 있다.


지난 30년 지방직으로 공직생활을 마친 중 한 퇴직공무원은 가장 힘들었던 소회를 이렇게 토로했다.

전 경기도 남양주시 관계자는 "우리 행정은 더디는 건 사실이다. 예산 효율적으로 생산적이고 지속가능한 행정은 더디고 정말 써야 할 때는 윗에 눈치보고, 아래 눈치보고 이 당 저 당, 관련 기관이나 기업 눈치까지 보다가 세월을 다 보내는 것들이 하나둘이 아니다."고 했다.


전국재해예방단체 임원은 "국민 안전, 기상이변에는 모르쇠로 침묵하고, 무슨 일이 터지면 뒷수습으로 책임을 피하려는 시늉만 해온 목격담을 현장에 너무 봤다."며 "이런 병폐는 밀착형 비리 연구과제 나눠먹기식 형태 국가예산을 축내왔다."고 폭로하면서 "국민 안전 시스템 비중은 높낮이가 없어야 하는데 뭘하나 추진할려고 해도 맥빠지는 말만 돌아온다."고 토로했다.


충북도 직할 소방 전문가는 "새로운 방재 관련 해외 신기술 등을 도입하려고 해도 돌아온 답변은 고작 '책임질 수 있어!, 지금으로 충분하잖아?, 가서 보고 안되면 어떻게 할래.? 괜한 일 키우지마..??' 등"이 많았고 우리 뿐만 아니라 다른 정부나 산하기관, 지자체도 엇비슷할 것"이라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오송 지하차도로 유입된 빗물을 빼내고 차 안에서 발견된 사망자들을 수습하고 있는 소방대원들.


수자원 전문가는 "홍수관리는 물이 막히거나 고이는 지역은 물길을 만들어 흐르게 해주고, 물이 너무 급하게 흐르거나 넘치는 지역은 물을 지체시켜 흐름을 늦춰 주는 일"이라면서 "제방 등 구조물 관리와 함께 전문성을 지닌 당국자의 살신성인 정신의 행정이 없인 이번과 같은 참사는 매년 반복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물은 생명줄이고 삶을 풍요롭게 하는 고마운 자원이지만, 홍수 때는 생명을 위협하는 존재라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작, 물관련 정부 다루는 중앙부처의 태도는 국민 염원과 동떨어졌다. 철밥통만 지키려는 책임회피성 전문가 의견만 좇는 기이한 행정의 민낯이 반복되고 있다.


최근 행정안전부와 환경부는 통합물관리 정책에 따라, 당초 국토교통부의 주업무를 환경부로 이관해오면 상황은 달라졌다.

▲지난주 화요일 서울 도림천 많은 빗물이 유입되자, 지자체에서 하천단속요원을 상주시켜 놓고 감시하고 있다.


물관련 모든 법적 행정력은 사실상 환경부가 모든 컨트롤타위 기능을 손에 쥐게 됐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서울 강남 등 강남권 동작권 일대 집중 호우를 막대한 피해를 초래했다. 이를 막기 위해 '도시하천유역 침수 피해방지대책법'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법안 대표 발의는 국회 환노위 소속 노웅래 민주당의원(서울 마포갑)이 냈다.

 

'도시침수방지법'은 인구 밀집된 대도시에 홍수를 사전 방지하고 시간당 40mm 이상 집중 폭우가 쏟아져도 빠르게 배수가 가능하도록 하는 골자다.


그간 도심지 침수방지를 놓고 이견과 침묵, 무시, 안이한 행정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인 부처가 도마 위로 올랐다.

바로 행정안전부와 환경부다. 이 두 부처는 서로 떠 밀기, 떠 넘기기로 빠르게 법안을 처리해야 하는데 골드타임을 놓친 것으로 확인됐다. 법안의 출발은 정부가 2022년 12월 재난관리체계 개선 종합대책 세부과제로 확정되면서 논의가 시작했다.


하수법이나 대기환경법 등 단촐하고 이 법안에서 실타래를 풀면 되지만, 도시침수방지법은 여러 상위법 하위법등이 뒤섞여서 혼재돼 있었던 것 사실이다. 자연재해법처럼 관련 권한을 둘러싼 행안부, 환경부 부처간 이기심 때문에 올 4월 최종 양 부처간 조율을 마쳤지만 지금까지 질질 끌다고 지체됐다.


▲노웅래 의원

노웅래 의원실에 따르면, 이 법안은 침수피해방지시설 사업 등을 포함돼 있다. 앞서 2021년 9월에 발의됐지만 정권 교체 시기에 맞물려 국회 본회의에서 문턱에도 도달하지 못했다.

의원실 관계자는 "부처간 이기적, 떠 넘기기가 아니였다면 벌써 도시침수방지법안이 통과돼 충북 오송 미호강 범람 사태로 귀중한 생명이 잃지 않았을 것"이라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도시침수방지법안'은 2월 환노위 법안소위에 올렸다. 노 의원이 2021년 9월 대표 발의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정치권에서 미온적으로 1년반 가까이 서랍에 가둬있었다. 이듬해 12월 국무회의에서 '기후변화 대비 재난관리체계 개선 종합대책' 세부과제에 '도시침수방지법 제정'을 포함시켰다. 2022년 여름,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 갑작스럽게 빗물로 쏟아들어와 참사가 발생했다. 비슷한 시간 경북도 포항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역시 똑같이 침수 사태로 인명피해가 났다.

이 법안의 중요성을 인지한 정부측에서 공감했지만 왠일인지, 환노위 소위를 제동이 걸렸다. 바로 행안부와 환경부 두 부처간의 협의가 미뤄지면서 5개월을 허비했다. 이 법안 시행까지 가기 위해서 환경부 입장에서는 도시침수방지법안 핵심 내용인 재난안전관리 주무부처인 행안부 권한과 중복·충돌하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월권행위가 될 수도 있다는 행안부의 해석이 깔려 있었던 모양이다.

▲행안부는 17일 포털에 집중호우 등 관련 자료를 전면에 띄우면 홍보하고 있다.


즉, 팽창할 때로 팽창한 부처 이기주의가 그대로 노출됐다. 5개월 동안 행안부와 환경부는 각각 과장, 주실무진 총 4명이 2주간 넘게 상호 얼굴을 맞대로 법안 조항을 조목조목 파헤치면 풀어냈다.

이 과장에서 환경부는 수용했다. 행안부는 최종 결재권자가 미동의로 결재판을 깔고 있었다. 의원실 관계자는 "행안부는 기존 발의안 내용 중 도시침수방지대책위원회 설치·국가 도시침수방지대책종합계획 수립 등 이견을 여러차례 제시한 끝에 6월말에 행안부 요청을 받아들인 수정안까지 만들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행안부 태도다. 환노위 소위 심사를 위해 필요한 부처 최종 의견을 특별한 이유 없이 20일 넘게 제출하지 않았다.

의원실 관계자는 "양 부처 실무 책임자들이 만나 환노위 소위 심사하고, 의원실과 충분한 교감과 공감대 속에 각 부처에서 의견을 모아 처리하기로 했다."며 "하지만 도시침수방지법안과 관련 추가적인 전문가 의견 수렴만 따져왔다."고 말했다.

▲경기도 고양특례시 일반도로 포장을 빗물이 바로 스며들수 있도록 도로포장을 투수층으로 바꾸고 있다.

 
법안 문제만 놓고 보면, 어떤 내부 규정에도 전문가 의견 수렴은 필수적인 안건이 아닌데 행안부가 의견 제출을 일부러 회피했다는 의견이다.

행안부는 뒷북쳤다. 17일에서야 전문가 TF팀에서 결론을 주겠다고 국회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안부의 욕심은 과욕인 셈. 내부 의견 요청이 반영된 수정안에는 '특정도시하천 침수피해방지 기본계획 수립'은 남아 각 하천유역별로 침수피해방지 계획을 세우고 관련 사업 진행하고 있다.

 
결국, 행안부는 자신들의 일감을 환경부에 다 내주고 싶지 않았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의혹은 커진 셈이다. 법 원안대로 통과되면 도시 홍수 예방 목적 사업은 확 바뀌게 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법이 통과되면 각 유역별로 하천과 하수도에 대한 공사를 일괄적으로 진행하게 된다."고 말했다.

도시침수방지법은 전국 모든 하천은 수위를 관심, 심각, 주의보, 경보 단위로 실시간 주변에 예보(통보)하게 된다.

특히 근거법이 되는데 인구 밀집 도시나 도시개발로 하천정비나 공사중인 경우도 하천 주변 도시의 우수, 하수도 막힘이나 주거공간 저지대 침수까지 예보나 대비(대피) 통보를 직접 할수 있게 된다.

▲일반도로는 주거공간과 직접 연결돼 있어, 강 하천 배수지와 같은 역할을 하도록 빗물을 빠르게 흡수해 지하로 보내는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

노웅래 의원은 "이번 참사는 안타깝고 비통할 따름이다."며 "하루 빨리 부처간 계산법만 따질 것이 아니라 내년 여름 대형 참사가 나지 않도록 빠르게 서둘려야 한다."고 말했다.

노 의원은 "행안부는 수차례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 안전을 책임에는 복지부동으로 일괄된 태도를 보였다."며 "누구 책임을 떠나서 재난 대비 법안은 모두의 법안으로 생각하고 이번 침수는 자연재해가 아닌 부처 간 이기주의로 또 다시 인재(人災)를 목도해 씁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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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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