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한계에 도전하는 중국, 티베트 고원에 ‘세계 최고(最高) 양수발전소’ 건설

고용철 기자

korocamia@naver.com | 2026-03-31 07:25:36

해발 4,300m에 2,100MW 규모 ‘다오푸 발전소’ 착공… 재생에너지 저장의 거대한 ‘워터 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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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티베트 고원의 험준한 지형과 희박한 산소라는 자연적 제약을 극복하고, 세계 최대 규모이자 최고 고도의 양수발전소 건설이라는 야심 찬 행보를 시작했다. 지난 3월 29일(현지시간), 중국 전력건설공사(PowerChina)는 쓰촨성 간쯔 티베트족 자치주 다오푸현에서 ‘다오푸 양수발전소’의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히 전력을 생산하는 시설을 넘어, 중국이 추진하는 거대 재생에너지 벨트의 핵심 ‘배터리’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여 전 세계 에너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다오푸 양수발전소가 위치한 해발 4,300m는 지금까지 최고 기록이었던 시짱 자치구 암드록초(Yumzho Yumco) 발전소의 3,600m를 훌쩍 뛰어넘는 높이다. 이 고도에서의 건설은 공학적으로 커다란 도전이다. 기온이 극도로 낮고 산소가 부족한 환경은 건설 인력의 안전은 물론, 기계 장비의 효율과 내구성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중국이 이곳을 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상부 댐과 하부 댐 사이의 낙차(수두)가 최대 760.7m에 달해, 적은 양의 물로도 막대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최적의 지형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총사업비 약 151억 위안(한화 약 2조 8천억 원)이 투입되는 이 거대 인프라는 중국의 토목 기술력을 과시하는 장이 될 전망이다.

양수발전의 원리는 명확하다. 전력 수요가 적은 시간대에 남는 전기로 하부 댐의 물을 상부 댐으로 끌어올렸다가(충전), 수요가 급증하는 시간대에 물을 떨어뜨려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방전)하는 방식이다.

다오푸 발전소는 350MW급 가역식 터빈 6기를 설치해 총 2,100MW의 설비 용량을 갖출 예정이다. 설계상 연간 생산량은 약 29억 9,400만 kWh에 달하며, 하루 최대 1,260만 kWh의 전력을 저장할 수 있다. 이는 쓰촨성 내 약 200만 가구가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과 맞먹는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전기 대신 물을 가두는 거대한 '파워뱅크(보조배터리)'가 티베트 산맥에 설치되는 꼴"이라고 평가한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 목적은 재생에너지의 고질적인 문제인 ‘간헐성’ 해결에 있다. 다오푸 발전소가 위치한 야룽강 유역은 태양광 발전 잠재력이 2,000만 kW 이상으로 평가받는 청정에너지의 보고다. 하지만 태양광은 구름이 끼거나 밤이 되면 발전량이 급감하는 약점이 있다.

다오푸 양수발전소는 약 600만 k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와 연동되어 운영될 예정이다. 낮 동안 생산된 과잉 태양광 전력을 물을 끌어올리는 데 사용하고, 태양이 진 뒤 그 물을 내려보내 전력을 생산함으로써 전력망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는 중국이 2030년까지 양수발전 용량을 120GW까지 확충하겠다는 국가적 에너지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물론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티베트 고원의 생태계는 매우 취약하며, 대규모 댐과 지하 터빈 시설, 터널 건설은 주변 하천 습지와 야생동물 서식지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대해 중국 측은 ‘폐쇄 루프(Closed-loop)’ 시스템을 도입해 하천의 흐름을 직접 방해하지 않고 내부 저수지끼리 물을 순환시켜 생태적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환경 단체들은 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토사 유출과 지형 변화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다오푸 양수발전소는 단순한 발전 시설을 넘어, 화석 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려는 중국의 야심이 투영된 결과물이다. 험난한 고산 지대에 세워질 이 ‘에너지 저장고’가 성공적으로 가동된다면, 전 세계는 극한 환경에서의 재생에너지 통합 모델에 대한 새로운 이정표를 보게 될 것이다.

자연의 법칙에 도전하는 중국의 기술력이 과연 생태적 보호와 에너지 혁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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