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가뭄으로 산업계 비상 돌입
김영민 기자
sskyman@ecoday.kr | 2015-10-19 14:22:36
당진·태안·보령화력 하루 발전용수 사용량 6만톤 육박
올 겨울과 내년 6월까지 기상전망 비올 확률 50% 미만
[환경데일리 김영민 최진경 기자] 지난해부터 길고 긴 최악 가뭄이 이어지면서 산업계가 비상이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가뭄 대책에 범국민적인 동참을 위한 캠페인도 곧 발표해야 할 판이라고 가뭄의 심각성을 토로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강원 영동권, 충청권 등은 가뭄이 심각한 수준까지 도달했다고 밝혔다. 올 6월까지 전국의 누적 강수량은 754.3mm로 평년 1198.1mm 대비 63% 수준이다. 올해는 크고작은 많은 비를 동반한 태풍조차 오질 않아 가을 마른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7월의 올해 강수량은 180mm로 평년 290mm의 62%, 8월과 9월은 평년의 절반 이하에 머무르고 있다. 10월과 11월까지도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그이 없을 정도로 대지는 바짝 말라가고 있다.
올해 가뭄은 지난 73년 이후 역대 최저수준이다. 이 가운데 영서지방과 영동지방 및 충북 전북 지역의 누적 강수량이 평년의 50% 선이다.
기상청 전문가들은 10월부터 연말까지 중기전망에서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약간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마를 대로 마른 대지를 적시기에는 크게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기상전문가들은 우려 하는 대목이 올 겨울과 내년 6월까지 기상전망이다.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을 포함해 가뭄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우려가 크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10년 주기의 강수량을 비교했을 때, 통계상 내년 6월까지는 큰 비가 내릴 가능성이 극히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벌써 일부 지자체에서는 농업용수, 공업용수까지 제한급수를 실시해야 내년까지 버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경기 이천, 양평, 여주 등 대체로 물이 풍부한 지역조차 북한강이 수위가 눈에 띌 정도로 물이 줄고 있다.
강원, 충청지역은 더 심각하다. 군부대는 물론 관광요식업계는 물이 부족해 생수를 받아 먹어야 할 판이라고 할 정도다. 단풍철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물 사용이 늘어나고 있지만 뽀족한 절수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속초시 관계자는 "관광객 편의를 위해 불편함이 없도록 하고 있지만, 설악산 입구에서 물 아끼쓰기 등을 홍보를 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숙박업계는 수돗꼭지 수압을 줄려, 조금이라고 물을 아끼는데 주력하고 있다.
충남 서북부의 유일한 식수원인 보령댐은 서산과 당진, 홍성 등 8개 시군 주민 48만명에게 하루 20만톤의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매우 중요한 곳이다.
이 곳 역시 긴가뭄에 비켜가지 못해 9월말 현재 저수율이 22.4%로 역대 최저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에 지난 8일부터 8개 시군에는 평소보다 20% 준 16만톤을 농업용수 공급량을 줄였다. 앞으로 한달내 생활용수까지 제한급수가 이뤄져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4대강 공사로 물을 확보한 금강 백제보에서 임시 관로를 뚫어 물을 끌어와 20km 떨어진 보령댐에 공급할 계획이지만 공사가 끝나는 내년 2월까지는 가뭄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발표한 전국 다목적댐 저수현황에 따르면 9월 기준 전국 다목적댐의 평균 저수율은 36.2%로 예년 54.3%의 66.8% 수준에 그치고 있다.
가장 저수율이 낮은 곳은 섬진강댐으로 14.7%의 저수율을 나타내고 있는데 예년 42.6%의 34.5%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또 경상권 낙동강의 임하댐은 28.4%, 군위댐은 28.3%로 3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저수율이 가장 높은 밀양댐도 55.4%를 기록했지만 예년 66.6%보다 10%가 떨어진 상황이다. 이와함께 충청권의 보령댐은 30.5%, 강원권의 횡성댐은 31.3%로 저수율이 예년의 절반수준에 그치고 있다.
수자원을 관리를 전담하는 한국수자원공사의 근심은 더 크다. 이미 가뭄대책팀을 가동해 전국 가뭄지역에 대한 물을 공급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4대강 사업으로 보에 가둔 물을 대체로 가뭄 피해가 큰 지역에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수자원공사는 기존 댐의 저수용량을 최대한 확대하고, 해당 지역에 농업용수 등을 공급하는데 차질이 없도록 하고 강주변에서 크게 벗어난 물공급이 될 수 있도록 한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런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생태계 보호와 수자원도 확보할 수 있는 전국적으로 작은 댐 건설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지고 있다.
즉 중소형급 저수지도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정부는 가뭄관련 당정협의를 갖고 4대강 보에 저장한 물을 끌어다 가뭄지역에 공급하고 중소규모 댐 14곳도 건설하기로 하는 등 비상 대응책에 나섰다.
또한 가뭄으로 직격탄을 입을 곳중 수도권 및 중부지역 최대 전력공급원인 충남 일대 석탄화력발전소들이다.
발전소는 특성상 발전용수 수급이 안될 경우, 발전소를 멈춰야 한다. 한전 관계자는 "42년만의 극심한 가뭄으로 충청지역 댐 저수율이 낮아지면서 제한급수가 현실화 됐다"면서 "임기응변식 절수대책 외에는 가뭄 장기화에 대응할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했다.
작년말 기준 석탄화력의 전력공급비중은 약 37%에 머물고 있고, 이중 충남 소재 3개 대규모 발전단지의 설비비중은 52%이다.
동서발전 당진 4GW·서부발전 태안 4GW·중부발전 보령 4GW), K-water 등에 따르면, 이들 발전소가 광역상수도 관로 등을 통해 하루에 소비하는 발전용수는 당진 2만1000톤, 태안 1만5000톤, 보령 1만3000톤 등 6만톤에 육박한다.
권역내 나머지 서천화력과 일부 민간 복합화력까지 포함하면 충청지역 발전소 전체 물 사용량은 하루 6만5000여톤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이는 K-water나 충남도가 자체 집계한 사용량 추청치 3만2000톤의 갑절 수준이다.
우려되는 점은 석탄화력발전소의 젖줄 역할을 하는 광역상수원 보령댐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보령댐의 저수율은 역대 최저치인 22%로, 예년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이 정도로는 100일도 버티지 못하는 수준이다.
당진화력 운영을 맡고 있는 동서발전은 12일부터 기존 발전용수 공급처를 보령댐에서 대청댐으로 공급라인을 전환해 위기를 벗어났다.
당진화력은 대청댐을 통해 하루 최대 1만4000톤을 감당하고 나머지는 인근 삼봉저수지에 설치한 취수설비에서 끌어온 물을 전처리해 대청댐 용수와 섞어 사용중이다.
K-water는 급기야 8일부터 평소(하루 20만톤)보다 공급량을 20%로 줄여 하루 16만톤을 급수하고 있다.
K-water 관계자는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매주 단위로 비상점검회의를 통해 발전사별로 감량 목표를 정해 용수사용량을 줄여달라고 요청했다"며 "밸브를 강제로 잠글 수도 없는 문제라 현재로선 자율절감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보령화력과 서천화력을 운영중인 중부발전은 필수 사용처 외 잡용수 사용량을 최대한 줄이면서 하천용수나 지하수개발 등을 검토중이다. 직원들의 샤위용 물도 쓸 수 없을 정도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단수조치와 함께 최종처리수도 재활용해 사용량을 하루 1만3000톤 이내로 억제하고 있다.
태안화력(서부발전)은 내년 2월까지 진행될 예정인 백제보 도수로 공사가 완공될 때까지 보일러 등 필수설비용 발전용수 외 물사용을 최소화 한다는 계획이다.
중부발전 역시 발전소내 잡용수 단수는 기본이고 화장실이나 씻는물조차 맘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그렇다고 쉽게 하천 취수나 지하수 관정 개발하는것도 물을 더 고갈시킬수 있어 고민에 빠져있다.
K-water 보령권관리단은 이대로 간다면 보령댐은 내년 1월께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보고, 전주 용담댐 물을 서천으로 끌어오는 것은 지자체가 승인했고, 오는 20일 착공하는 백제보 도수로 공사가 완료되면 수급상황이 한결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민들이 지금도 수돗물과 마실 물을 마음껏 사먹을 수 있어 물걱정을 하지 않는 것 같지만, 지자체에서는 물부족으로 비상인만큼 서울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물을 아껴쓰는 습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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