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근거 없는 생태학적 학살인가, 불가피한 방역인가"

고용철 기자

korocamia@naver.com | 2026-03-23 19:02:50

스페인 콜세롤라 공원 멧돼지 살처분 강행에 환경단체 강력 반발

(C) ecoticias.com



스페인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바르셀로나 인근의 핵심 녹지축인 콜세롤라 자연공원(Parque Natural de Collserola) 내 멧돼지 개체군에 대한 대대적인 소탕 작전에 나서면서 생태학적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정부의 이번 조치가 과학적 근거가 결여된 '과잉 대응'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최근 콜세롤라 지역에서 발견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감염 사례였다. 자치정부는 질병 확산을 차단한다는 명목으로 공원을 무기한 폐쇄하고, 공원 내 서식하는 멧돼지를 대규모로 포획·살처분하는 극단적인 방역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의 시각은 싸늘하다. 이들은 정부의 대응 방식이 생태계의 복잡성을 무시한 채 행정 편의주의적 관점에서 집행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단순히 특정 종을 제거하는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보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오히려 지역 생태계에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환경단체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멧돼지가 지닌 생태적 가치다. 멧돼지는 지중해성 기후의 생태계에서 토양을 뒤섞어 통기성을 높이고, 다양한 식물의 종자를 퍼뜨리는 '생태계 엔지니어' 역할을 수행한다.

'콜세롤라 수호를 위한 시민 플랫폼(Plataforma Cívica per a la Defensa de Collserola)'의 대변인 올레게르 파라스(Oleguer Farràs)는 "이번 조치는 관리가 아니라 제거에 불과하다"며, "복잡한 먹이사슬과 자연적 프로세스를 무너뜨리는 대규모 살처분은 예상치 못한 2차 생태계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의 공원 운영 방식에 대해서도 '이중잣대' 논란이 거세다. 현재 공원은 일반 시민의 출입은 물론, 생태계를 모니터링해야 할 연구자들의 진입까지 엄격히 통제되고 있다.

하지만 단체들의 폭로에 따르면, 공원 내 일부 경제 활동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적 조사와 시민의 향유권은 원천 차단하면서도 특정 이권이 개입된 경제적 활동을 용인하는 것은 방역 조치의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는 지적이다.

환경운동가들은 멧돼지에게 화살을 돌리는 정부의 태도가 본질적인 구조적 결함을 은폐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ASF 확산의 근본 원인을 야생동물이 아닌, 대규모 '공장식 돼지 축산업'에서 찾고 있다.

집약적 축산 시스템이 가진 구조적 위생 취약성이 질병의 온상이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축산업계의 책임을 묻는 대신 야생 멧돼지를 '희생양'으로 삼아 대중의 시선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단체들이 요구하는 해결책은 명확하다. 단기적이고 충동적인 살처분 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증거 기반의 통합적 야생동물 관리 전략'**을 수립하라는 것이다.

주요 요구 사항은 다음과 같다:

과학적 기준 적용: 살처분의 효과성과 생태적 영향을 검증하는 투명한 데이터 공개.
공존의 모색: 야생동물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장기적인 생태 통로 및 관리 방안 마련.
축산 구조 개혁: 질병의 근원지인 공장식 축산 시스템에 대한 엄격한 방역 감시와 구조 개선.
???? 결론: 구조적 문제로의 인식 전환 필요
이번 콜세롤라 사태는 단순히 한 종의 생존 문제를 넘어, 현대 사회가 보건 위기에 대응하는 철학적 태도를 묻고 있다. "이해하기보다 제거하기를 택하는 순간, 문제는 보건 위기를 넘어 구조적 재앙이 된다"는 환경단체의 일갈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치정부가 과학적 근거와 생태적 가치를 수용한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는 한, 바르셀로나의 허파인 콜세롤라를 둘러싼 갈등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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