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16일까지 안국동 갤러리 라메르서 선봬
사랑의장기기증운동, 장기조직혈액관리원 주최
90명 작가들 뇌사장기기증인 숭고한 마음담아
운동본부 가정의 달 맞아 "기증인 예우 차원"
9월9일 장기기증의 날, 9명 생명 구할수 있어
[환경데일리 김영민 기자]국내 최초로 이색 사진전이 마련됐다. 바로 뇌사장기기증자와 이식인간의 마음과 영혼을 담아 깊은 호수와 같고 높은 산과 같은 사진전이 11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안국동 소재 갤러리 라메르에서 선보인다. 이번 사진전은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와 보건복지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이 마련했다.
이번 사진전은 '로즈디데이' 특별 사진전 주제는 '장미하다'로 정했다. 5월 14일 로즈디데이는 빨간 장미의 꽃말인 '순수한 사랑'처럼 대가 없이 생명을 나눈 뇌사 장기기증인과 그들의 유가족을 기억하는 날을 기념한 사진전이 마련됐다. 사진촬영에 참여한 나눔의 작가는 모두 90명이다.
장기본부측은 숭고한 생명나눔을 결정한 도너패밀리와 희망을 마주한 이식인의 삶을 기록물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진전은 3가지 테마인 '장미한 기록', '장미한 고백', '장미한 기대'로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고요하지만 큰 감동을 목도하는 사진으로 꾸몄다. 사진전 준비를 위해 기꺼이 셔터를 누른 '따뜻한사진가협동조합'(김영조, 김형구, 박태규, 서인명, 이광호, 조창섭, 조병희, 이태호 등) 회원들과 김청현 작가가 동참했다.
또 재능나눔으로 동참한 배우 박세완씨는 "뉴스나 드라마를 통해서 장기기증에 대해 막연하게 이해만 하고 있었다."며, "로즈디데이 사진전을 준비하며 비로소 소중한 생명을 나누는 일의 참된 가치를 깊이 알게 된 것 같다."며 이번 사진전이 생명나눔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불어오길 바란다."고 바람도 밝혔다.
그동안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사회적 목적으로 뇌사장기 기증인 예우 프로그램이 펼쳤다. 이 가운데 '도너패밀리'(Donor Family)는 2013년 본부가 뇌사 장기기증 유가족 예우사업을 시작하면서 장기기증자 유가족들의 모임을 만들었다. 본부측은 숭고한 사랑을 기리고, 유가족에 대한 위로와 감사를 전하는 사업을 진행해왔다고 설명했다.
▲따뜻한사진가협동조합 회원들 |
도너패밀리는 전국 권역별로, 매년 같은 경험을 가진 가족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프로그램 등을 통해서 격려하는 시간을 만들고 있다. '도너패밀리의 밤'을 비롯해 추모행사로 올림픽공원 피크닉 광장에 장기기증인 41명의 추모비를 전시해 일일추모공원을 조성했다. 2014년부터 41그루 나무에 'donor'(기증인) 라고 쓰여진 초록 리본이 달렸고, 지나가는 시민들조차 사랑에 감사하는 시간을 갖도록 해주고 있다.
2015년부터 그림 작가들의 재능기부와 도너패밀리 모임을 통해 완성된 기증인 초상화 80여 점을 뚝섬유원지와 청계천에 전시했다. 생명의 나무 식수도 있다. 무거운 손수레를 끌고 가던 할머니를 돕다 불의의 사고를 당한 故 김선웅 군이다. 2008년 세상을 떠난 권투 챔피언 故 최요삼 선수도 나무 옆에 심어졌다.
문화행사도 매년 열리고 있다. 창작연극 '10초'(故 최요삼 선수 이야기) 와 '선물'(주인공 '사랑이'의 뇌사장기기증 이야기)을 공연했다. 그 외도 심리상담, 음악&미술심리상담을 통해 배우자 사별 그룹과 자녀 그룹, 가족 그룹으로 나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동시에 서로의 모습을 통해 큰 위로를 받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2016년 4월 경기도 남양주시 운길산에서 , 2016년 9월, 2018년 4월 서울대공원에서 심장이식인들과 신췌장 이식인들이 봄나들이를, 유가족들을 위한 설악산에서 1박 2일 캠프, D.F(도너패밀리)장학회도 활발하다.
9월 9일 장기기증의 날이다. 뇌사시 장기기증으로 9명의 생명(심장, 간장, 신장 2개, 폐장 2개. 췌장, 각막 2개 기증)을 구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장기기증자가 줄고 있다.
이번 사진전에 소개될 주인공들을 보면, 故 박찬순씨. 그는 밝고 친절한 '권사님'으로 불렸다. 교회에서 자신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도왔다. 75세에 불의의 사고가 닥쳤다. 2020년 11월, 집 앞 계단에서 넘어져 머리를 다쳤다. 깨어날 가망성이 없는 가운데 큰 딸 이영신 씨는 평소 '장기기증'에 대해 말하던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렸다. "천국으로 떠나는 엄마의 마지막 길에 생전 하셨던 소중한 약속을 지킬 수 있게 해드리고 싶었다."며 2020년 11월 21일, 고인은 소천하면서 4명의 환자들에게 새생명을 나눴다.
또 다른 사진전 주인공 故 이종훈씨는 프로그래머였다. 창업을 앞둔 2011년 1월 늦은 밤까지 프로그램 개발에 몰두했던 종훈 씨는 아침식사를 할 시간에도 깊은 잠에 빠졌다. "종훈아, 아침 먹어야지?" 가족들은 그를 깨웠지만 이미 숨을 제대로 쉬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이미 뇌출혈이 많이 진행된 상태, 의료진은 깨어날 가망성이 없다며 뇌사를 전했다. 모친 장부순 씨는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2011년 1월 17일, 34살의 아름다운 청년 종훈 씨는 4명에게 생명을 살리고 떠났다.
세 번째 주인공 故 김하람씨는 2015년 9월, 추석을 앞두고 미국 시애틀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어학연수 차 방문한 학생들이 탄 버스를 들이박았다. 그 안에는 김하람 양이 탑승했다. 한국에 있던 아버지 김순원 목사는 딸의 소식을 듣고 미국으로 향했다. 아무런 의식이 없는 하람 양을 보며 간절히 기도한 김 목사는 "하람이는 신앙심이 투철하고 나누기를 좋아했던 아이였고 누구보다 건강했던 아이였다."며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2015년 가을, 하람 양은 미국에서 간, 폐, 신장, 췌장, 각막 등을 기증해 많은 생명을 살렸다
네 번째 숭고한 주인공 故 강석민, 2000년,고등학생이 된 석민 군은 생애 첫 아르바이트를 해 번 돈으로 어머니에게 고무장갑을 사 올 정도로 속이 깊은 아이이자, 다정한 아들이었다. 같은 해 3월 24일, 새벽 6시 경 심한 두통을 호소하며 잠에서 깬 그는 "엄마, 머리가 너무 아파"라는 마지막 말을 한 후, 쓰러졌다. 의식 없이 3일간 병실에서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2000년 3월 28일, 17살, 짧은 생을 마감하며 9명에게 희망의 빛을 줬다.
아들을 떠나보낸 후, 아버지 강호 목사는 해성국제컨벤션고에서 교목으로 퇴직 후 도너패밀리 회장을 맡아 5호선 충정로역 내 '도너패밀리 사랑방'을 지키며 장기기증인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손길을 건네고 있다. 키가 훌쩍 자란 이후에도 어린 시절 사용했던 자전거와 헬멧 등을 썼던 아들을 떠올리면 가슴이 아프다는 강호 목사. "생명나눔의 가치를 알리며 지금도 누군가의 삶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아들과 영원히 동행할 것"이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