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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현재, 전 세계는 탄소 중립을 향한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화석 연료를 대체할 ‘녹색 에너지’의 선두주자로 꼽혔던 바이오연료는 이제 유럽을 넘어 전 세계 수송 부문의 핵심 대안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화수분처럼 쏟아지는 ‘친환경’ 광고의 이면에는 동남아시아와 남미의 거대한 밀림이 사라지는 신음소리가 숨어 있다.
‘폐식용유의 기적’은 왜 신기루가 되었나
당초 바이오연료의 약속은 명쾌했다. 폐식용유나 농업 폐기물 등 버려지는 자원을 재활용해 에너지 순환 구조를 완성한다는 ‘순환 경제’의 모델이었다. 그러나 유럽연합(EU)의 재생에너지 지침이 강화되면서 수송용 연료 수요가 폭증하자, 한정된 폐자원만으로는 그 물량을 감당할 수 없는 임계점에 도달했다.
부족한 원료를 채우기 위해 시장은 결국 대규모 경작지로 눈을 돌렸다. 대두(소야), 팜유, 사탕수수 등 이른바 ‘에너지 작물’의 재배 면적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이는 곧 자연 생태계의 파괴로 이어졌다.
간접적 토지 이용 변화(ILUC): 배출량이 화석 연료의 2배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지점은 ‘간접적 토지 이용 변화(ILUC: Indirect Land Use Change)’ 현상이다. 바이오연료 생산을 위해 기존의 식량 작물 재배지에 대두나 팜을 심게 되면, 밀려난 식량 작물 재배를 위해 새로운 산림이나 초지를 개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수십 년간 토양과 나무에 저장되었던 막대한 양의 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
EU의 통합 모델인 GLOBIOM 분석에 따르면, 대두를 원료로 한 바이오디젤은 생산 전 과정을 통틀어 화석 연료인 일반 디젤보다 최대 2배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스페인의 경우, 대두 기반 바이오디젤 비중이 2023년 0.75%에서 2024년 5.81%로 급증하며 유럽 내 ‘대두 가공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으나, 이는 동시에 환경적 책임을 외부로 전가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만든다.
팜유 퇴출의 풍선 효과와 ‘라벨 갈이’ 의혹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낙인찍힌 팜유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자, 시장은 즉각 대두와 ‘위장된 폐기물’로 옮겨갔다. 동남아시아에서 수입되는 POME(팜유 밀 부산물)와 폐식용유(UCO)의 물량 데이터는 실제 발생 가능량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 이는 신선한 식용유를 폐기물로 둔갑시켜 보조금을 챙기는 이른바 ‘라벨 갈이’ 사기 의혹을 낳고 있으며, 결국 환경 정책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지정학적 이해관계와 규제의 사각지대
최근 체결된 EU-메르코수르(Mercosur) 자유무역협정은 이러한 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 남미산 대두의 수입 문턱이 낮아지면서 브라질의 ‘세라도(Cerrado)’나 아르헨티나의 ‘그란 차코(Gran Chaco)’와 같은 생태적 요충지가 위협받고 있다. 현행 EU 산림파괴 방지법(EUDR)이 주로 ‘밀폐된 삼림’에 집중된 탓에, 초지와 소림이 섞인 이들 지역은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대규모 경작지로 변모하고 있다.
유럽은 자국 내 탄소 배출량 수치를 낮추는 데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그 대가는 지구 반대편의 생물 다양성 소멸과 수자원 고갈, 그리고 원주민과의 영토 분쟁으로 치러지고 있다.
결론: 연료의 교체가 아닌 구조의 전환이 필요
이제는 ‘무엇을 태울 것인가’라는 질문을 넘어 ‘어떻게 이동량을 줄일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문가들은 위기에 처한 바이오연료 정책을 바로잡기 위해 다음과 같은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ILUC 위험군 물질의 즉각적 퇴출: 대두 등 환경 파괴 위험이 입증된 작물 기반 연료의 보조금 중단 및 단계적 퇴출.
공급망 추적성 강화: 수입 폐자원의 이력 관리를 블록체인 등 첨단 기술로 투명화하여 부정 수급 차단.
수요 관리 우선 정책: 단순한 연료 교체가 아닌, 대중교통 확대 및 수송 효율 극대화 등 구조적 수요 감축.
환경 저널리스트 이마놀 R.H.는 "환경 보호라는 라벨을 붙인다고 해서 파괴된 숲이 돌아오지는 않는다"며, "진정한 데카르보나시온(탈탄소화)은 생태계의 희생을 전제로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