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억 유로 규모 ICO 라인 투입, 농축산·임업 연계한 ‘에너지 자립형’ 농촌 모델 구축
- ‘근접 회복력(Proxiliencia)’ 개념 도입해 지역 간 불균형 해소 및 탄소 중립 동시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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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인 지정학적 불안과 에너지 공급망의 위기 속에서 스페인이 추진해온 ‘에너지 전환’ 정책이 국가의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는 강력한 보루로 평가받고 있다. 과거 기후 위기 대응 차원에서 시작된 친환경 정책이 이제는 외부 충격으로부터 국가 경제를 보호하는 ‘에너지 안보’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매김한 형국이다.
스페인 정부는 최근 발표를 통해, 현재의 국제적 불확실성 속에서 자국 경제가 여타 유럽 국가들에 비해 견고한 회복력을 보이고 있는 이유로 ‘수년간 지속해온 탈(脫)화석연료 정책’을 꼽았다. 사라 아게센(Sara Aagesen) 스페인 에너지 장관은 “스페인은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선제적인 정책 덕분에 현재의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에서도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체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고 강조했다.
이는 에너지 전환이 단순히 환경 보호라는 당위성을 넘어, 국제 시장의 가격 변동성과 지정학적 긴장으로부터 가계와 산업계를 보호하는 ‘경제적 방어 기제’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화석연료 기반의 에너지 구조를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재편함으로써, 외부 요인에 의한 에너지 가격 급등의 충격을 완화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전략의 핵심 중 하나는 ‘농촌 지역의 에너지 산업화’다. 스페인 정부는 스페인 신용보증기금(ICO)을 통해 약 10억 유로(한화 약 1조 5천억 원 규모)의 재원을 투입, 지속 가능한 농축산물 생산과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결합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 투자는 산림 관리 고도화, 재생 농업 및 방목형 축산업의 활성화를 골자로 한다. 이를 통해 과거 에너지 소비처에 머물렀던 농촌 지역을 에너지 생산과 보존의 거점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구상이다. 이는 농촌 지역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 화석연료 산업 쇠퇴에 따른 고용 불안을 해소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
스페인 정부가 새롭게 제시한 핵심 가치는 ‘근접성(Proximity)’과 ‘회복력(Resilience)’의 합성어인 ‘근접 회복력(Proxiliencia)’이다. 이는 기후 및 사회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생활 반경 내에서의 자족 기능을 강화하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역혁신센터 네트워크(CIT)’를 구축하고, 이른바 ‘30분 국가(País a treinta minutos)’ 플랜을 가동하고 있다. 이는 국민이 주거지 인근에서 기본 서비스, 주택, 이동 수단에 접근할 수 있도록 영토를 재구성하는 사업이다. 불필요한 장거리 이동을 줄여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감축하는 동시에, 지역 간 불평등을 해소하여 국가 전체의 회복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이러한 정책적 노력은 가시적인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오랜 기간 고질적인 문제였던 ‘농촌 인구 감소’ 현상이 역전되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에너지 전환과 지역 재생 정책이 맞물리면서 주요 농촌 지역에서 순유입 인구가 발생하는 긍정적인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
지속 가능한 개발 모델이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과 건강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청년층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며 인구 지형도를 바꾸고 있는 셈이다. 이는 에너지 정책이 단순히 기술적인 변화를 넘어 사회 구조 전반을 재설계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스페인의 에너지 전환은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외부 변수 속에서 국가의 자율성을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임이 증명되고 있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에너지 주권을 확보하는 길인 동시에, 지역 균형 발전과 경제 성장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다각적인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스페인의 사례는 에너지 전환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임을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라고 평가하며, “앞으로도 이 같은 흐름을 유지하고 고도화하는 것이 글로벌 불확실성 시대를 돌파할 스페인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