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진 지구, 개구리의 ‘사랑 노래’가 빨라진다

고용철 기자 / 2026-03-03 04:39:00
- UC 데이비스 연구팀, 수온 상승과 수컷 개구리 구애 신호의 상관관계 규명
- 빨라진 울음소리는 ‘번식 적기’ 알리는 지표… 암수 간 번식 타이밍 불일치 우려
- 멸종 위기 양서류의 ‘생물 계절학적’ 대응 방식에 대한 새로운 단서 제공


(C) Psychiatric Times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동물의 행동 양식이 변하고 있다는 증거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데이비스 분교(UC Davis) 연구팀은 기후 변화로 인한 온도 상승이 수컷 개구리의 구애 노래(Mating Call)의 속도와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단순한 소리의 변화를 넘어, 멸종 위기에 처한 양서류의 번식 성공률과 생존 전략에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양서류는 환경 온도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 변온동물이다. 따라서 주변 온도는 그들의 대사율과 행동 속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번식기가 다가오면 수컷 개구리들이 암컷보다 먼저 습지나 연못에 모여 ‘목소리’를 가다듬는 과정에 주목했다.

조사 결과, 수온이 상승할수록 수컷 개구리의 울음소리 주기가 눈에 띄게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구리 세계에서 ‘빠른 울음소리’는 암컷에게 더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연구의 주저자인 줄리안 펙니(Julianne Pekny)는 "연못의 온도가 높아짐에 따라 이른바 ‘섹시한’ 수컷의 노래가 예년보다 더 이른 시기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며, "이는 암컷이 계절의 변화를 추적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고 설명했다.

개구리에게 있어 울음소리는 단순한 유혹의 수단을 넘어, 산란을 위한 최적의 환경 조건을 알리는 ‘생태적 신호기’ 역할을 한다. 암컷은 수컷의 노래 속도를 통해 현재의 수온과 습도가 알을 낳고 올챙이가 생존하기에 적합한지 판단한다.

하지만 여기서 암수 간의 전략적 충돌이 발생한다. 공동 저자인 브라이언 토드(Brian Todd) 교수는 "수컷은 경쟁자보다 한발 앞서 연못을 선점하고 구애를 시작하는 것이 유리하지만, 암컷은 알을 낳기에 가장 완벽한 시점에 도착해야 번식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 변화로 인해 수온이 비정상적으로 일찍 상승하면, 수컷의 신호와 실제 생태계의 영양 상태나 포식자 활동 주기 사이에 불일치(Mismatch)가 발생할 위험이 커지는 것이다.

양서류는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위협받는 척추동물군이다. 전체 종의 약 41%가 기후 변화, 서식지 파괴, 질병 등으로 인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연구는 동물의 ‘생물 계절학적(Phenological)’ 반응을 이해하는 데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니어 저자인 에릭 포스트(Eric Post) 교수는 "수컷은 의도치 않게 환경 조건의 미묘한 변화를 소리로 신호화하고 있으며, 암컷은 수컷의 의도를 넘어선 환경적 뉘앙스까지 해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즉, 개구리의 노랫소리 변화를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해당 지역의 미세 기후 변화와 생태계 건강성을 파악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기존 연구들에 따르면 기후 변화는 새들의 산란기나 꽃의 개화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 하지만 개구리와 같은 양서류의 경우, 소리라는 청각적 신호를 통해 번식 시기를 조절한다는 점에서 기후 변화의 영향이 훨씬 더 직접적이고 치명적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수컷의 빠른 노래에 유혹된 암컷이 너무 이른 시기에 산란할 경우, 갑작스러운 꽃샘추위나 수량 부족 등으로 인해 대규모 폐사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자연의 정교한 톱니바퀴가 기후 변화라는 변수로 인해 어긋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개구리의 빨라진 사랑 노래는 기후 위기가 생물 개개체의 생리적 변화를 넘어, 종의 존속을 결정짓는 번식 메커니즘 전반을 흔들고 있다는 강력한 경고음이다.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저작권자ⓒ 환경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고용철 기자

고용철 기자

뉴스댓글 >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