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건물 높이 재는 ‘라이다(LiDAR)’의 진화… 도시와 숲의 시공간적 변화 읽어낸다

고용철 기자 / 2026-04-20 04:41:47
- 스페인 UAB-CREAF 연구진, 2x2m 고해상도 수직 구조 분석 공법 개발
- 단순 정지 화면 넘어 ‘시간적 변화’ 추적 가능해져… 산불 복구 및 도시 계획에 혁신 예고
- 카탈루냐 전역 실증 완료, 54.55m 거대 수목 발견 등 정밀도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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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도시 계획과 환경 보호의 핵심 기술인 라이다(LiDAR) 데이터 분석 분야에서 획기적인 기술적 도약이 이루어졌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자율대학교(UAB)와 생태연구 및 산림응용센터(CREAF) 공동 연구진은 항공 라이다 데이터를 활용해 수목과 건축물의 높이를 정밀 측정하고, 이를 시계열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2미터 단위의 초정밀 해상도, ‘정지 화면’에서 ‘동영상’으로
기존의 지형 분석 기술은 수풀이 우거진 지역이나 구조가 복잡한 도심지에서 오차 범위가 크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연구진이 개발한 이번 신공법은 가로·세로 2m(2×2m) 단위의 전례 없는 고해상도를 구현한다. 항공기에서 발사된 수백만 개의 레이저 펄스 데이터를 통합 처리하여 지형의 수직 구조를 3차원으로 완벽하게 재구성하는 방식이다.

이번 기술의 가장 큰 혁신은 ‘시간적 차원(Temporal Dimension)’의 도입이다. 기존 기술이 특정 시점의 지형 상태를 보여주는 ‘사진’에 불과했다면, 새 시스템은 서로 다른 시기에 측정된 데이터를 정밀하게 비교 분석함으로써 도시와 자연의 ‘진화 과정’을 추적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높이 측정을 넘어, 기후 변화와 인위적 개발에 따른 국토의 변화를 데이터 기반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카탈루냐 실증 실험 통해 정밀도 입증… 55m 거대 수목 발견
연구진은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약 65,000㎢ 부지를 대상으로 3개의 디지털 모델을 구축해 기술 검증을 마쳤다. 수천 개의 수목 및 건물 데이터 포인트를 대조한 결과, 실제 지형과의 오차가 거의 없는 놀라운 정밀도를 확인했다.

특히 이번 분석 과정에서 지로나(Girona) 지역에 위치한 높이 54.55m의 거대 플라타너스 나무가 발견되어 화제를 모았다. 이는 카탈루냐 내에서 발견된 가장 높은 수목으로 기록되었으며, 연구진의 모델이 수십 미터 높이의 피사체를 미세한 단위까지 정확히 식별해낼 수 있음을 입증하는 사례가 되었다. 또한 바르셀로나 도심 내 100m 이상의 고층 빌딩들에 대한 수직적 발달 양상을 파악하는 데도 성공했다.

산림 경영부터 스마트 시티 계획까지… 광범위한 활용 가치
이 기술의 적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산림 분야에서는 특정 수종의 성장 속도를 측정하거나 산불 발생 후 생태계의 복구 과정을 모니터링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건조 기후로 인한 수목의 피해 규모를 산출하고 지속 가능한 산림 관리 계획을 수립하는 데 있어 객관적인 지표를 제공한다.

도시 계획 측면에서도 전략적 가치가 높다. 인구 밀도에 따른 인프라 배치, 도시의 수직적 확장 경로 추적, 기후 변화에 따른 재난 위험 평가 등에 필수적인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급격한 도시화와 기후 위기라는 이중 과제에 직면한 현대 사회에서, 국토의 변화를 실시간에 가깝게 파악하는 ‘디지털 트윈’ 구현에 한 걸음 더 다가선 것이다.

‘FAIR 원칙’에 기반한 데이터 개방… 연구 생태계 활성화 기대
주목할 점은 연구진이 생성된 데이터를 ‘찾기 쉽고, 접근 가능하며, 상호 운용이 가능하고, 재사용할 수 있는(FAIR)’ 원칙에 따라 공개했다는 점이다. 개방형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일반 시민, 기술자, 연구자 누구나 데이터를 내려받고 보완할 수 있다.

이러한 개방형 데이터 정책은 생물 다양성 보존 연구, 국토 효율화 사업, 그리고 일선 교육 현장에서의 환경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2차 혁신을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에 참여한 아란차 G.(Arantxa G.) 연구원은 “이번 라이다 분석 기술의 비약적 발전은 국토 관리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며, “미래의 불확실한 기후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도시와 숲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정확히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정밀한 공간 정보 데이터가 기후 위기 대응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전략적 자산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으며, 향후 전 세계 주요 도시의 지형 분석 표준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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