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 주도형 정의로운 전환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정책 결정 절실

(C) Mongabay-India
2026년은 인류가 기후 변화와 생물다양성 손실이라는 다층적 위기 앞에서 가장 가혹한 시험대에 오르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기온 상승 폭이 1.5°C라는 ‘심리적·과학적 마지노선’에 근접한 가운데, 국제 사회는 정치적 역풍과 과학적 불확실성이라는 이중고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가속화되는 온난화, ‘1.5°C 시대’의 경고음
기후 과학계의 최신 분석에 따르면, 2025~2029년 사이의 5년 평균 기온은 1850~1900년 평균 대비 약 1.2°C에서 1.9°C 사이의 상승 폭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이 기간 중 평균 기온이 1.5°C 임계치를 넘어설 확률은 무려 70%에 달한다.
단순히 수치상의 변화가 아니다. 온도의 소수점 한 자리 상승은 열파(Heatwaves), 기록적인 폭우, 가뭄, 해수면 상승을 기하급수적으로 심화시킨다. 이는 전 세계 생태계의 복원력을 파괴하고 취약 계층의 생존권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복합적 재앙’으로 이어지고 있다.
COP 31: 정치적 역풍 속 ‘이행’의 기술
베렘(Belém)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30)는 화석 연료의 단계적 폐지라는 명확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는 실패했으나, 적응 금융의 3배 증액과 ‘정의로운 전환 메커니즘’ 구축이라는 성과를 남겼다. 이 바통을 이어받은 튀르키예 안탈리아의 COP 31은 이제 구체적인 ‘실행’의 장이 되어야 한다.
호주가 의장국을 맡게 될 COP 31의 핵심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개발도상국을 위한 기후 재원 지원 목표(2035년까지 1.3조 달러)를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가이며, 둘째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화석 연료 퇴출 문구의 공식화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힌 상황에서 호주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리오 3대 협약’의 통합적 대응과 생물다양성
2026년 하반기에는 기후뿐 아니라 토지와 생물다양성을 다루는 국제적 논의가 잇따라 열린다. 8월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개최될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COP 17은 ‘토지 황폐화 중립(LDN)’ 달성을 목표로 초원 보존과 물 부족 적응 전략을 논의한다.
이어 10월에는 아르메니아 예레반에서 유엔생물다양성협약(CBD) COP 17이 열린다.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의 23개 목표 이행 현황을 점검하는 이번 총회는 기후 변화와 생태계 파괴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문제임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2024년 바쿠에서 시작된 ‘리오 트리오(Rio Trio)’ 이니셔티브는 이러한 3대 협약 간의 장벽을 허물고 통합적 해결책을 모색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도시, ‘정의로운 전환’의 새로운 엔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70%를 차지하는 도시는 기후 위기의 주범인 동시에 해결의 실마리다. 국가 차원의 정책이 정치적 이유로 지체될 때, 전 세계 주요 도시들은 실질적인 탈탄소화를 주도하고 있다.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릴 '세계도시포럼(World Urban Forum)'은 ‘주거: 안전하고 회복력 있는 도시와 공동체’를 주제로 글로벌 주거 위기와 지속 가능한 도시 개발의 접점을 찾는다. 도시 정책 결정자들이 국가의 금융 지원과 권한 이양을 통해 얼마나 더 야심 찬 기후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과학의 위기: 협력인가, 고립인가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국제 과학 협력의 균열이다. 미국의 정부 간 기후변화 협의체(IPCC) 및 생물다양성 과학기구(IPBES) 탈퇴 결정은 국제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들 기구는 전 세계 과학적 증거를 집대성하여 정책 입안자들에게 객관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지식의 초석’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2026년은 환경적 한계선과 정치적 장벽이 충돌하는 해가 될 것이다. 자국 우선주의와 정치적 양극화가 국제 협력을 저해하고 있으나, 기후 위기의 시계는 멈추지 않는다. 결국 2026년의 성패는 과학적 사실을 수용하는 인류의 용기와, 각국 정부를 넘어서는 도시 및 시민사회의 연대 능력에 달려 있다.
[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